[MBN스타 박주연 기자] 억압당하던 유약한 한 소년이 누군가의 마음을 끌어안아 줄 수 있을 만큼 단단하게 성장했다. KBS2 월화드라마 ‘발칙하게 고고’에서 지수가 연기한 서하준의 이야기다. 한 단계 성장한 인물을 그린 만큼, 지수 또한 좀 더 탄탄한 성장을 이뤘다.
↑ 사진=프레인TPC 제공 |
◇ 지수 “성장하는 캐릭터, 뭉클해”
화면 속 강렬했던 서하준의 눈빛과는 달리, 실제로 만난 지수의 눈빛은 순박한 소년 같았다. 조심스럽고 나긋나긋한 말투의 지수는 “남중·남고 출신이라 이번에 색다른 학창시절을 겪었다. 드라마 속에서 즐겁고 좋았던 순간이 많았는데 훅 끝나버린 느낌이라 아쉽다”고 늦은 종영 소감을 전했다.
아쉬움이 컸던 만큼, 캐릭터에 대한 애정도 강했다. 특히 톤 앤 매너가 밝은 드라마에 홀로 우울한 캐릭터를 연기해야 하는 것에 고민이 컸다. 지수는 “나는 성장이라는 키워드에 초점을 맞췄다. 초반엔 우울하더라도, 결국 웃게 되는 인물이라는 걸 알았다. 그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초반에 좀 더 어두운 톤을 유지했던 것 같다”며 “성장 과정이 자세히 나오지 못해 아쉽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좋은 일부가 되고 싶었고 그런 면에서는 성과를 거뒀다고 본다”고 말했다.
성장하는 인물은 ‘발칙하게 고고’ 서하준 뿐만 아니라 ‘앵그리 맘’에서 지수가 연기한 고복동도 그랬다. 두 인물은 극속에서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지수는 “원래 성장물을 좋아한다. 갈등에 처한 인물이 성장해 나가는 걸 보는 게 좋다. 지금 내 나잇대와 맞고 그 인물로 인해 나 자체도 성장한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 면에서 끌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성장해 나간다’는 느낌에 영향을 끼친 건 함께 연기한 이원근, 정은지 등 또래 배우들이었다. 지수는 드라마 종영 이후에도 단체 채팅방에서 일상을 공유하고 만나는 배우 동료들로 인해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그중 가장 각별해진 것은 극중에서 끈끈한 브로맨스를 선보였던 이원근이었다. 지수는 “둘다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좀 어색했었다. 그런데 부축하는 신을 촬영하며 서로 끌고 부둥켜 안다보니 자연스럽게 벽을 허물게 됐다. 신기하리만치 관심사가 똑같아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금세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인터뷰가 끝난 뒤엔 함께 시사회를 참석할 예정이라고 환하게 웃으며 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정은지의 책임감이나 활발함도 잊지 않고 언급했다. 지수는 “리더십이 있고 에너지가 넘쳤다. 정은지의 좋은 분위기에 휩쓸려 촬영 현장도 긍정적으로 변해갔다. 내가 피곤하더라도 힘을 내게 되더라”고 말했다. 처음 만났을 때 너무 차가워 보이는 인상 덕에, 배우들하고 친해지는 어려움은 없었냐고 묻자 지수는 “지금 밖에 비도 오는데, 이런 감성도 좋아하고 또 은근히 유머러스한 편이다”며 웃었다. 이어 “처음에는 다가가기 어렵다고 하는데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게 중요하다.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되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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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수 “행복지수? 연기할 때 가장 행복해”
지수에 관심을 갖고 포털 사이트에 검색을 했다가 대부분 생략된 기본 정보에 놀란 팬들도 적지 않을 거다. 이는 대중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최소화 하려는 지수의 요청이었다. 지수는 “기본 정보를 최소화해서 최대한 무채색처럼 보이고 싶었다. 그 작품 속 인물로서 가장 충실해보이고 싶었다” 말했다. 신인배우라기엔 꽤 성숙하고 단단한 모습이었다.
드라마 출연은 ‘앵그리맘’과 ‘발칙하게 고고’ 단 두 편. 그럼에도 경력이 부족한 젊은 신인배우가 으레 겪는 연기력 논란도 잘 피해갔다. 이는 연극 연극 ‘봉삼이는 거기 없었다’를 필두로 ‘소년은 괴롭다’, ‘어른이’, ‘보다’ 등 다양한 단편영화를 거치며 나름의 연기 내공이 쌓였기 때문이다. 연기 선생님과의 인연으로 극단 ‘다락방’에서 배우로서의 절차를 밟아나갔던 지수는 “모든 것이 새로운 세상이었다. 그야말로 무(無)의 상태였다. 나는 배우는 입장이었고 운 좋고 어린 나이에 무대를 일찍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나에게는 모든 게 과분한 기회고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원래 연극이나 무대에 뜻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연기 학원을 다니다가 당시 선생님의 극단에 따라가게 됐다고. 영화를 좋아하고 영향을 많이 받아서 이를 계기로 단편 영화와 드라마를 거쳐 여기까지 오게 됐다. 지수는 “원래는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진로를 선택하자는 생각부터 비롯됐다. 원래 어릴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고, 이것저것 간접 경험을 할 수 있어 좋았다. 그런 것에 대한 끌림은 있었다”고 말했다.
연기에 대한 대단한 동기부여는 없었지만, 지수는 연기할 때 무엇보다 행복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나에게는 행복이 내 삶의 가치에서 1순위다. 행복하려면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할 때의 행복감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성장물이나 학원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교복은 또 입어도 좋다. 그러나 다른 질감을 보여주고 싶기도 하다. 다음번엔 멜로에도 도전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 해를 시작할 때 위시리스트를 쓴다는 지수는 “올해 너무 과부한 사랑을 받아서 내년 목표를 무엇으로 정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올해 처음 드라마를 해봤고 ‘성장하는 소년’을 연기했으니 앞으로는 또 다른 질감으로 다채로운 배우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박주연 기자 blindz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