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최근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학벌’을 강조하며 이를 캐릭터화 시키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달 21일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이하 ‘라디오스타’)에서는 ‘뇌섹남녀!-그 뇌는 예뻤다’ 특집이 방송됐다. 패널로는 로이킴, 신아영, 작가 조승연과 김소정이 등장했다. 이들의 유일한 공통점은 유명 대학교를 졸업했다는 것. 로이킴, 신아영, 조승연은 유명 해외대 출신이고 김소정은 카이스트 출신 가수로 유명세를 탔다.
‘라디오스타’의 이 특집 이외에도 다양한 토크 프로그램에서 ‘학벌’을 테마로 잡고 패널을 섭외해 토크를 진행하는 경우는 흔히 볼 수 있다. 지난 3월 방송된 tvN ‘현장토크쇼 택시’에서는 ‘뇌섹녀’ 특집으로 신아영, 윤소희, 남지현이 등장했고, 8월에는 KBS2 ‘해피투게더’에서 ‘백투더스쿨’ 특집으로 안내상, 우현, 김정훈, 황석정, 김성경 등 ‘왕년의 뇌섹남녀’들이 출연했다.
심지어 스타들의 ‘똑똑함’을 일회성 테마에 그치지 않고, 아예 프로그램의 특징으로 전면에 내세운 경우도 있다. tvN ‘뇌섹시대-문제적 남자’(이하 ‘문제적 남자’)가 대표적인 예다. ‘문제적 남자’는 김지석, 하석진 등 대표적인 ‘고학벌’ 연예인들을 패널로 선정해 화제를 모았다. ‘더 지니어스’ 시리즈도 비슷하다. 특히 일반인 참가자를 모집한 시즌3에서는 학벌이 더욱 강조되기도 했다.
이처럼 많은 예능 프로그램들을 통해 고학력으로 유명세를 탄 스타들은 한 회의 게스트를 발판으로 다른 프로그램에 섭외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신아영과 하연주다. 신아영은 하버드대학교 출신 아나운서고, 하연주는 멘사 회원 출신인데, 두 사람은 tvN ‘더 지니어스’ 시리즈에 출연하면서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이후 신아영은 프리랜서를 선언하고 tvN ‘고교10대천왕’ 등의 MC로 나서게 됐고, 하연주는 OCN 드라마 ‘처용2’의 주연으로 캐스팅 됐다.
신아영 외에도 ‘학벌’이 이 화제가 된 인물들은 많다. 배우 윤소희나 가수 김소정, 지주연 등이 바로 그들이다. 윤소희와 김소정은 카이스트, 지주연은 서울대학교 출신으로 각종 토크 프로그램에서 이런 이력이 공개됐다. 배우 우현이나 장소연, 남지현은 의외의 ‘고학력’이 ‘반전스펙’이 된 사례다. 이들의 숨은 고학력에 많은 사람들이 새삼 놀라워했던 인물들이다.
반대로 학벌로 어려움을 겪은 스타도 있다. 피아니스트 진보라는 본업에 집중하기 위해 학업을 포기했는데, 이를 두고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다며 최근 한 종합편성프로그램에 등장해 고백하기도 했다. 랩몬스터나 장동민은 별다른 ‘스펙’ 없이도 천재적인 면을 뽐내 오히려 ‘뇌섹남’ 타이틀을 거머쥔 특이 사례로 꼽힌다.
참 다양한 스타들이 학벌로 스타덤에 오르거나 재조명 받았다. 예능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능력과 학력은 전혀 연관이 없음에도 때로는 ‘고학력’이라는 특징이 일종의 ‘스펙’으로 작용, 프로그램에 초대되거나 MC 자리를 꿰차기도 한다. 그야말로 ‘학력’이 우대 받는 ‘프리패스’로 변질된 셈이다.
무엇보다 배우나 가수 등의 본업보다 ‘학력’으로 유명세를 탄 사례들은 더욱 예능계에 만연해진 ‘학벌우월주의’를 나타내는 지표가 된다. 신아영이나 김소정, 하연주 등의 몇몇 스타들은 학력이 알려지기 전에는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다가 다양한 계기로 고학력이 화제가 되면서 얼굴을 알리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뇌섹남’ ‘뇌섹녀’라는 키워드가 인기를 모으기 시작한 2015년 이후부터 뚜렷해진 학벌우월주의에 많은 시청자들은 불쾌감을 나타내고 있다. 예능계에서마저도 학력을 하나의 스펙으로 간주하는 시대가 왔다. 과연 웃음에 학력이 필요할까. ‘학력’이 하나의 ‘캐릭터화’가 되어간다는 것은 그만큼 예능계의 다양한 콘셉트가 말라버린 건 아닌지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