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윤아 기자] 요즘 어딜 가나 ‘금수저 논란’이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다. 영화계의 거장 임권택 감독과 배우 권현상 부자가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다고 하니 자연스레 기자간담회 현장은 두 부자에 관심이 집중 됐다.
26일 서울 마포구 상암의 한 식당에서 MBC 예능프로그램 ‘위대한 유산’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그간 가족과 방송을 함께한 적 없는 임권택 감독, 그래서 그에게 배우인 아들이 있는 사실 조차 모르고 있는 대중들도 있다. 그런 그가 왜 방송을, 그것도 아들과 함께 예능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됐을까.
↑ 사진제공=MBC |
안소연 PD는 “요즘 부모님의 후광을 입어 방송 활동을 하는 ‘금수저 논란’이 가장 큰 논란을 낳고 있는 상황에서 임권택 감독과 권현상 배우를 섭외해 조심스러웠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권현상은 8년차 배우다. 아버지 후광을 안 입으려고, 오버하면서까지 성을 바꾼 무명의 배우다. 아버지 역시 자기가 감독인데 도와줄 생각이 없다고 늘 말씀하신다. 요즘의 금수저 논란과는 정반대되는 상황이다. 감독님이 아들에게 남겨주고픈 이러한 정신적 유산을 방송에 담고 싶었다. 그런데 권현상은 끝까지 거절해서, 가장 많은 고민을 했다”고 섭외 당시를 회상했다.
또한 안 PD는 “권현상은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그래서 그 부자가 더 안타깝다. 얼마 남지 않는 시간인데, 권현상에게 아버지는 ‘추억이 없는 아버지’였다. 그러나 금수저 논란 때문에 이런 기회마저 사라진다면, 그리고 그걸 걱정스러워하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고 덧붙였다.
이후 김명정 작가는 “단언컨대 권현상은 아버지 영화에 절대 출연하지 않는다. 그리고 임감독님이 아프지 않았다면 성사되지 않았을 것이다. 감독님이 계속 아프셔서. 그런 것들이 권현상이라는 아이가 마음이 흔들리게 된 계기가 됐다”며 “한 번도 아버지와 마주 앉아 얘기 해본 적 없고, 아버지는 늘 큰 산으로만 여기던 아이였다. 하지만 아버지가 아프니 ‘함께할 시간이 얼마 없겠구나’가 프로그램을 출연하게 된 가장 큰 계기가 된 것 같다. 실제로 감독님이 촬영당시 아파서 응급실로 실려 가시기도 했다. 권현상은 아버지와 진짜 시간을 같이 보내고 싶다는 마음을 먹은 것처럼 보였다. 우리 제작진 역시, 의도 없이 그냥 지켜보고 싶었다”고 햇다.
이어 “임권택 감독과 권현상 사이에 하루 종일 24시간 관찰 카메라를 틀어놨는데 3마디 하더라. 끼어 들어가서 말이라도 하라고 하고 싶었다. 그래서 금수저 논란을 일이키지 않을 자신 있다. 그들의 하루를 장난만 치지 않으면 공감할 거란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MBC 콘텐츠제작국장은 “임권택 감독 출연 관련은 기록으로서 가치가 있는 것이다. 거대한 산이 사라질지 모르는 상황인데, 사라져가는 과정을 기록하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다”고 전했다.
끝으로 김작가는 임권택-권현상 부자를 보면 무성 영화를 보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는 “세 마디에 기침 까지, 두 부자의 관계를 보면서 무성영화인 줄 알았다. 하루 종일 몇 시간씩 텔레비전만 보다가 ‘동재야’ 이름 한 번 부르는데 그게 울림이 있더라. 오히려 가공되지 않은 진짜 부자간의 모습에 더 이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영화계의 거장을 아버지로 둔 배우 아들의 삶은 어땠을까. 오히려 너무 잘난 아버지를 둬서 거기서 오는 트라우마를 남모르게 겪었다는 권현상. 영화감독인 아버지가 자신을 어떤 배우로 평가할지 떨려서 대화조차 나누지 못했던 아들은 아버지와 마지막 추억으로 남을지 모르는 방송을 시작했다. 이 둘은 어떤 이야기를 그려나갈까. 매주 목요일 오후 11시 방송.
김윤아 기자 younahkim@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