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천연 조미료같은, 착한 예능 ‘위대한 유산’이 정규로 편성됐다. 파일럿 당시 재미와 감동을 한꺼번에 안겨주며 큰 화제를 모았던 ‘위대한 유산’이 MBC에겐 블랙홀과 같은 목요일 밤 시간대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까.
2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 식당에서는 MBC 새 예능프로그램 ‘위대한 유산’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위대한 유산’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일을 하면서 서로 이해하는 과정을 담는 가족 예능프로그램이다. 추석 파일럿 방송 당시 많은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지만, 정규 편성은 생각보다 늦어졌다. 오히려 ‘능력자들’이 먼저 정규로 편성돼 자리잡았다.
이에 대해 이경용 CP는 “파일럿 당시 9.0% 시청률이 나왔다. 방송 이후 편성국에서 SNS 화제성을 분석했는데 거의 대부분이 호평이었다”면서 “‘능력자들’이 스튜디오 예능이라 제작기간, 준비기간이 바로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위대한 유산’은 출연자들을 팔로우하는 준비기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그걸 고려한 게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또 김명정 작가는 “원래는 일찍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근데 이게 부모의 직업이 중요한 프로그램이다 보니 흥신소 직원도 아닌데 많은 연예인들을 뒷조사했다”며 “대부분의 연예인들이 돈을 벌어서 부모님 가게를 차려준다거나, 직업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자식 입장에서는 부끄러울 수 있지만 지금도 자긍심을 갖고 일을 하는 분들을 만나 인터뷰하는 데에 시간이 걸렸다. 예상보다 3~4주 정도 늦어졌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정규로 편성되면서 파일럿 당시와 달라진 점은 뭘까. 안소연 PD는 “추석 때는 온 가족이 모여서 TV를 보는 시기이지 않나. 그만큼 감동을 보여드려야했기 때문에 다큐인지 예능인지 많이 헷갈렸을 거다. 그래서 감동에 초점을 뒀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정규로 편성되고 나서는 예능에 좀더 초점을 뒀다. 감동도 있지만 재미도 있는 예능으로 찾아뵙겠다”고 설명했다.
또 김명정 작가는 “가족이라는 키워드 자체가 식상하고 루즈하지만 뚜껑을 열면 가장 많은 드라마가 있다. 실제로 이번에 체험했다”면서 “이게 예능이 될지 교양이 될지, 비극이 될지 잘 모르겠다. 추석 특집때는 따뜻했으면 좋겠다는 게 핵심이었다면, 이번에는 가족의 다양성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위대한 유산’에 출연하는 가족들은 다양한 특징들을 갖고 있다. 자폐아 아들을 둔 김태원과 영화계의 거장인 임권택 감독을 아버지로 둔 권현상, 43년째 중국집을 운영하는 부산 사나이의 아들 강지섭, 경상도 구미에 위치한 미용실 원장님의 딸 AOA 찬미까지. “매력적인 출연자보다 시청자의 가족사에 얼마나 공감되는지, 스토리에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지에 포커스를 맞췄다”는 제작진의 말이 공감되는 라인업이다.
이미 다양한 가족 예능이 선보여진 시점. 시청자 입장에서는 SBS ‘아빠를 부탁해’와도 소재가 겹쳐 보일 수 있다. 이에 대해 박영미 PD는 “SBS ‘아빠를 부탁해’는 포장된 아이템으로 많이 접근하는 것 같은데, 저희는 그런 부분을 다 배제했다”며 “아빠와 딸이든, 아빠와 아들이든 그분들이 실제로 하는 건 많지 않다. 그분들이 어디 가서 뭘 하는 걸 보여주면서 공감하라고 하기보다, 리얼리티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렇듯 ‘위대한 유산’은 예능이기도 하면서 교양의 영역과 맞닿아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게 대체 예능이냐, 교양이냐’며 정체를 물을 수도 있겠지만, 예능에서 놓치는 부분들을 교양에서 보완해주는 식의 시너지 효과
엄청나게 자극적인 요소도, 막장 요소도 없는 착한 예능 ‘위대한 유산’. 그렇기에 제작진은 “성공여부는 사실 잘 모르겠다”면서도 “굳이 웃기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은 분명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늘(26일) 밤 11시 10분 방송.[ⓒ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