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대진운만 좋았더라면!’
SBS 수목드라마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이하 ‘마을’)은 배우, 연출, 대본 삼박자 고루 갖춘 수작이었지만 경쟁작이었던 MBC ‘그녀는 예뻤다’에 밀려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다. 이렇게 안녕을 고하기엔 아쉬운 게 투성인 작품이었다.
‘마을’은 애초 제작진이 선언한 것처럼 무리한 러브라인 없이 오롯이 ‘범인잡기’ 하나에 집중해 그만의 색깔을 완성했다. ‘김희진 살해범 잡기’란 조촐한 목적지가 자칫 지루함을 안겨줄까 걱정을 사기도 했지만, 그를 둘러싼 여러 인물의 첨예한 갈등과 연쇄살인마 아가씨(최재웅 분)의 에피소드로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 사진=SBS 방송 캡처 |
오랜만에 현대극으로 돌아온 문근영의 선택은 탁월했다. 그동안 나름대로 캐릭터에 변화를 주면서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다져왔지만, 이번 행보는 특히나 파격적이었다. 비밀을 간직한 한소윤 역을 연기하며 작품의 음산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에 한몫했다. 깜찍하고 귀여운 외모는 오히려 스릴러를 배가하는 장치가 됐다. 명품 연기력은 두말할 것 없었다.
주연은 문근영이었지만, ‘마을’ 출연진 모두가 주인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른 인물의 존재감도 팽팽했다. 방송 내내 용의선상에 올랐던 신은경, 온주완, 정성모, 장소연 등부터 피해자 김혜진을 연기한 장희진까지 누구 하나 뒤처진 이가 없었다.
겉으론 우아하지만 탐욕스러운 윤지숙 역의 신은경은 특유의 카리스마로 긴장감을 높였다. 물론 작품과 별개로 불미스러운 일에 엮였지만, 완벽하게 세팅된 캐릭터 덕분에 드라마 몰입도를 저해하진 않았다.
장희진, 온주완, 안소연을 비롯해 안서현, 이열음, 최재웅 등 조연들의 열연도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에 큰 구실을 했다. 씨실과 날실이 촘촘히 엮여 완벽한 옷감을 완성한 셈이다.
모든 인물을 범인으로 의심케 했던 타이트한 연출과 탄탄한 대본도 이 작품의 미덕이었다. 시종일관 톤을 다운해 만든 서늘한 분위기와 ‘김혜진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각 인물들의 개성을 살려낸 것은 ‘마을’ 제작진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쉬운 점은 이 모든 미덕이 ‘시청률 만능주의’에 가려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비록 장르물 특유의 무거운 주제로 로맨틱 코미디를 이기진 못했지만, 성적만으로 이 작품을 평가할 순 없었다. 드라마 매니아라면 구매를 해서라도 꼭 한 번 봐야할 웰메이드 드라마였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