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H!나운서] 최영아 “우아하게 나이 들고 싶어요”

‘아나운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말 잘하는 사람, 혹은 아나테이너죠! 그러나 이들의 ‘진짜’ 사는 얘기는 얼마나 알고 있나요? 똑 부러진 이미지의 아나운서가 아닌 인간적인 면모를 ‘키워드’로 보여드립니다. 이들의 얘기에 ‘아(AH)!’하고 무릎 탁 칠 준비됐나요?<편집자 주>

[MBN스타 이다원 기자] SBS 최영아 아나운서는 첫만남부터 내추럴한 분위기를 풍겼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단정한 옷차림, 그러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화법으로 상대를 편하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입사한지 2년 정도 된 것 같은데, 벌써 20년차가 됐어요. 시간이 정말 빠르네요.”

손사래 치며 웃는 그의 표정엔 여유가 넘쳤다. 오랫동안 방송의 길을 걸어오면서도 생기를 놓치지 않았던 그의 지나간 얘기를 들어봤다.

↑ 디자인=이주영

◇ 키워드 총평 : 최영아, 미모만큼 내면도 아름다워요

키워드1. 입사 20주년, 생기를 유지하자

“올해 20년이 되면서 많은 생각을 해봤어요. 방송이 쉽지 않다는 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더라고요. 다만 달라진 건 이전엔 ‘방송이 뭔가, 어떻게 해야 하나’에 맞춰가는 시기였다면, 이젠 더 이상 식상한 이미지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방송하려고 한다는 점이죠. 내게 뭐가 필요할까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중견방송인이 되면 워낙 방송에 자연스러워져서 가끔 느끼해지기도 하는데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하려고요. 방송 들어갈 때마다 ‘늘 생기있게 하자’고 마음 먹죠. 시청자는 내 눈에 생기가 있는지, 아님 시간 때우기로 하는지 다 알거든요.”

키워드2. 새내기 최영아

20년 전 새내기 최영아는 어땠을까?

“정신없었어요. 정말 운명처럼 아나운서가 됐거든요. 가진 능력에 비해서 정말 과분한 자리여서 아나운서 됐다는 것 자체가 정말 감사했죠. 뭐라도 하고자 하는 열정이 강했고 집중력도 좋았던 것 같아요. 다만 도드라지는 걸 잘 못하는 스타일이라 방송하면서 코멘트 하나에도 늘 고민했죠. 그런 면에서 요즘 어린 아나운서들 보면 참 부러운 것 같아요. 개성 있잖아요? 호불호가 강하고 자기 주장도 명확하고요. 만약 2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그때 내겐 ‘네 멋대로 살아라’라고 하고 싶어요.”

↑ 사진=SBS

키워드3. 아나테이너, 적극 권장한다

새내기 때 아쉬움이 컸던 탓일까. 그는 아나테이너들의 활약을 적극 권장하고 칭찬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을 땐 고마운 줄도 모르고 부담스러워했어요. 어릴 적부터 내성적이고 드러내는 걸 좋아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인지 남이 알아보고 날 인터뷰하는 게 부담스러웠나 봐요. 얘기했던 게 나의 전부가 아닌데 단편적인 글로 표현되는 게 불편했어요. 아마도 겁먹었던 거겠죠. 그때 그런 면에서 노력을 못한 게 참 아쉬워요. 그래서 아나테이너들 보면 참 잘하는 것 같아요. 솔직히 아나운서들이 아나테이너의 길을 무시하면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아나운서는 전문적이거나 엔터테이너가 돼야거나 두 가지 길밖에 없으니 잘 고민해봐야 할 문제예요.”

키워드4. 그림, 또 하나의 ‘나’

방송 말고 또 좋아하는 게 뭐냐고 물으니 ‘그림’을 꼽았다.

“요즘 민화를 배우고 있어요. 1년 넘게 미술 수업을 듣고, 미술관 투어도 몇 년째 돌고 있어요. 예술 기법을 배우는 것도 좋지만, 의미를 알아가는 것도 즐겁더라고요. 일단 아름답잖아요? 특히 민화는 전통적인 그림이라 냄새도 좋고 그리고 있으면 차분해지더라고요. 방송하면 사람이 붕 떠있기 마련인데, 이런 걸 하면 차분해지고 날 돌아볼 수 있어서 잘 맞아요. 꿈이요? 몇 년 전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한국인 자원봉사자가 도슨트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었는데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나도 나중에 은퇴하면 이런 봉사를 하고 싶다 그런 생각은 많이 하죠.”

키워드5. 60점짜리 워킹맘

육아 얘기가 나오니 고개를 푹 숙인다. 후하게 점수를 줘도 60점밖에 안된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애기 낳고 결심한 게 있었어요. 내가 직장을 다니지만 남은 시간은 아이에게 올인해야겠다는 것! 남편과 약속한 것 중 하나가 둘 중에 하나는 집에 꼭 먼저 들어가자는 거였거든요? 그렇게 아이와 스킨십하려고 노력했는데, 요즘은 애가 중2라 오히려 거부하더라고요. 조금 서글펐죠.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싶기도 했고요.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이게 정상이더라고요. 이젠 떼어놓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하하. 다만 ‘널 믿는다’는 말을 많이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키워드6. 우아하게 늙고 싶다

버킷리스트를 묻자 인상적인 말을 꺼냈다.

“우아하게 늙고 싶어요. 주름이 있더라도 예쁘게, 그 주름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마음이 편안하면 우아하게 나이 든다고 하잖아요? 강물처럼 흐르는 대로 편안한 사람, 상선약수 같은 사람이 된다면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 또 아나운서로서는 내면이 조금 더 깊어졌으면 좋겠다. 질문 하나를 하더라도 뭔가 다른 질문을 할 수 있는 전문성이 생긴다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

[최영아는 누구?] 1973년생으로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석사를 마쳤다. 1995년 SBS 공채 5기 아나운서로 방송가에 입문해 ‘특명 아빠의 도전’ ‘출발 모닝와이드’ ‘시네마 특급’ 등을 진행했다. 200년 연예대상 TV스타상 아나운서 부문, 2008년 대한민국영상대전 MC부문 포토제닉상, 2015 대한민국 아나운서 대상 대상을 수상했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