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주연 기자] 어리고 마냥 유순해보이지만, 연기에 있어서만큼은 그 누구보다 강단 있고 고집이 있었다. 오로지 연기를 하기 위해 착실하게 한 우물만 판 고보결은 이제야 조금씩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또 다른 작품 속에서 변신할 고보결을 기대케 만들었다.
◇ ‘풍선껌’ VS ‘아비’ 속 여고생
tvN 드라마 ‘풍선껌’에서 유쾌하고 발랄한 여고생으로 눈도장을 찍었던 고보결은 최근 KBS 드라마스페셜 2015 ‘아비’에서 깊은 사연을 가진 음울한 여고생으로 변신했다. 여고생이라는 공통점은 있으나, 연기의 질감은 달랐다. 이에 고보결은 그 인물이 살아 온 전사나 숨겨진 디테일에 대한 고민을 한다고 털어놓았다.
고보결은 “특히 ‘아비’의 경우, 원래는 2부작으로 기획됐지만 1부로 압축이 된 케이스다. 그렇다보니 신유경이라는 캐릭터도 많이 압축이 됐다. 이를 이해시키려고 많이 고민했다”며 “그런데 작가님이 ‘대본을 찢고 나온 듯 하다’고 칭찬해주셨다. 1년 동안 준비한 작품에 누가 되지 않아서 다행이기도 하고 또 감사하기도 했다”고 만족스러움을 나타냈다.
올해로 28세. 결코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고보결은 드라마스페셜 ‘사춘기메들리’(2013)를 필두로 꾸준히 교복을 입고 있다. 계속되는 10대 역할이 부담스럽지 않냐는 질문에 고보결은 “박근형 선생님이 ‘이 나이의 인물을 이해하려면 적어도 10년이 지나야 이해할 수 있다’고 하셨던 게 생각난다. 당시에는 너무 어려서 몰랐던 것들을 느낄 수 있고, 다시 내 삶을 돌아볼 수도 있다. 풍부하게 풍성하게, 내 삶을 돌아보려 했다”고 말했다.
이에 고보결은 실제로 ‘아비’ 촬영을 위해 노량진을 찾아가 숨 막혔던 입시생 시절을 떠올려보기도 했다고. 고보결은 ‘아비’ 기자간담회 당시에도 재수의 경험을 밝히며 “대학이 너무 간절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관련해서 그는 “내가 예체능 계열이기 때문에 공부에 대한 절실함이 덜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나는 오히려 공부와 실기를 병행했기 때문에 더욱 힘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예대로 수석입학을 했을 땐 목 놓아 울었던 것 같다. 정말 경주마처럼 달려왔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 고보결 “배우? 기다림의 연속이 아닐까”
서울예술대학교에서 졸업한 뒤 고보결은 바로 대학로에 뛰어들었다. ‘하녀들’이라는 작품을 계기로 상업연극, 코미디연극 등 다양한 작품을 해오다가 활동의 폭을 넓히기로 결심했다. “드라마나 영화 쪽으로 오디션을 많이 보러 다녔는데 한 1년간은 번번이 떨어졌다. ‘나에게 재능이 없나’ 하는 생각도 솔직히 들었다. 오히려 이런 시간들을 나를 단련하는 계기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다보니 기회가 오더라” 그러면서 고보결은 “‘연기는 기다림의 예술이다’ 라는 말을 본적이 있는데 이제야 무슨 뜻인지 알겠더라”고 말했다.
고보결은 자신의 배우라는 직업을 갖는 데에 추호도 의심이 없었다고 밝혔다. 어렸을 때 아버지의 손을 잡고, 얼결에 연기학원에 갔던 것이 시작이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 자발적으로 움직이고 노력하고 있다. 고보결은 “매번 연기를 할 때마다 가슴이 떨리는 것 같다. 나이가 지긋한 선배들도 여전히 연기가 설렌다고 하시는데, 그걸 내 미래로 삼고 싶다. 항상 가슴 뜨거운 배우가 되고 싶다”며 “아직 내겐 이 직업이 최고로 매력적이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오래 기다려온 만큼, 밑바닥에서부터 차근차근 내실을 다져온 고보결은 보는 관객이나 시청자들이 ‘저건 거짓말이야. 저건 가짜야’라는 생각이 안 들도록 연기하는 것이 가장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물과 나와의 공통점을 찾으려고 한다. 그걸로 인해 나와 인물의 연결고리가 지어지는 것 아니겠나. 시청자들이 내 인물에 대해 공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고보결은 “여러 작품에 출연하기 시작하면서 근래에는 팬들도 생겼다. 내 작품을 꾸준히 찾아봐주는 팬들이 있다는 게 굉장한 힘이 된다. 앞으로 더 좋은 연기를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드는 것 같다. 나 스스로도 시간을 헛되게 보내지 않고 더 많은 인물을 이해할 수 있도록, 심기일전해서 계속 연기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주연 기자 blindz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