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사 뿌린대로 거둔댔다. 상대에게 말로 준 상처는 고스란히 자신에게 되돌아오게 돼 있는 일. 하지만 그 부메랑은 예고 없이 돌아와 상대의 뒤통수를 때리기 마련. 때문에 충격과 상처는 더 크다.
SBS 주말드라마 '애인있어요' 12일 방송분이 4년 전 기억을 모두 되찾은 도해강(김현주 분)의 열연으로 시선을 모은 가운데, 도해강의 포화를 받은 최진언(지진희 분)의 망연자실한 모습은 향후 전개에 궁금증을 더했다.
이날 '애인있어요'에서는 딸 은솔의 죽음을 시작으로 4년 전 기억을 온전히 되찾은 해강의 모습이 그려졌다. 해강은 사고로 처음 기억을 잃기 전, 남편 진언이 강설리(박한별 분)와 바람이 난 모습부터 자신에게 했던 막말 모든 것들을 기억해냈다.
이제 막 진언과 새로운 사랑을 약속했던 해강이었지만 안타깝게도 과거 기억을 되찾는 과정에서 지난 4년간의 기억은 다시 잃게 됐다. 뒤죽박죽 엉망진창이 된 기억 속에서도 보다 또렷해진 건 진언이 딸의 죽음 이후 자신을 밀어내며 했던 수많은 말들이다.
분노 게이지의 급상승으로 '역대급' 도해강이 된 그는 진언을 만나 과거보다 더한 독설들을 퍼부었다. 해강은 자신에게 사랑한다 말했다는 진언에게 "미안하지만 난 널 다시 사랑한 기억이 없어. 남아있는 건 증오 뿐이야.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고"라고 못박았다.
그런가하면 해강은 '내 인생에서 최진언 당신 치워줘"라고 말했다. 이는 진언이 아버지 최만호(독고영재 분)에게 무릎을 꿇은 채 "아버지, 저 사람 좀 치워주세요"라고 말했던 것을 고스란히 돌려준 말로, 당시 진언의 발언 때문에 이혼 서류에 지장을 찍었던 해강의 충격과 상처를 짐작하게 하는 말이다.
또 해강은 자신을 잡고 "차라리 싸우자. 날 미워하고 증오하고 저주해라"고 애원하는 진언에게 "너에게 지쳤다. 널 받아줄 여력이 없다. 하루빨리 최진언이라는 지옥에서 벗어나고 싶을 뿐"이라고 냉정하게 선을 그어 진언을 다시 한 번 망연자실하게 했다.
해강의 독설은 진언에게 뼈에 사무칠 만 하다. 뒤늦게 깨달은 사랑을 뜻하지 않게 새롭게 시작하게 됐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잘못을 숨긴 채 시작한 이 사랑은, 응당 처절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결코 진언의 사랑을 쉽게 둘 리 없는 배유미 작가의 작품이었다.
다만 작가는 시청자들이 잠시 잊고 있던 '얼음공주' 해강이 두 번의 기억상실을 겪으며 더욱 차갑게 냉동 돼 있었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해 줬다. 비수가 돼 콕콕 박히는 말들의 향연에, 진언의 아픔 그리고 과거 해강이 겪었을 고통이 고스란히 시청자에 전달됐다.
앞서 진언은 해강의 기억이 온전히 돌아올
"다시는 (사랑에) 지치지 않겠다"던 그는 과연 해강을 향한 외사랑을 다시 한 번 진정한 사랑으로 완성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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