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손진아 기자] 영화 ‘대호’는 단순히 포수가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를 잡는 이야기가 아니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 인간의 욕망, 부성애 등을 내포하고 있는 ‘대호’는 수묵화처럼 은은하지만 깊고 묵직하게 담아내며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관객에게 천천히 던진다.
‘대호’는 일제강점기, 더 이상 총을 들지 않으려는 조선 최고의 명포수 천만덕(최민식 분)과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를 둘러싼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호랑이와 호랑이 사냥꾼의 이야기이자 자연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나가며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박훈정 감독은 ‘호랑이 나라’라고 불릴 정도였던 조선에서 호랑이가 어떻게 사라져가게 됐는지, 그 순간을 들여다보면서 지금은 사라져 버린 존재들과 삶의 방식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했다. 또 시대가 강요하는 욕망에 끝까지 맞섰던 천만덕과 대호의 선택, 그리고 그 둘의 닮은 운명을 따라가며 우리가 잃어버린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려 했다.
영화는 대호와 천만덕의 축을 중심으로 지리산에 깃들어 살아간 당시 사람들의 삶을 풀어낸다. 대호와 천만덕은 대립 관계로 등장하는 듯 하지만 이야기가 흘러갈수록 두 캐릭터가 운명공동체임을 알 수 있다. 자연의 법칙을 따라가며 헛된 욕망에 지배된 적 없는 모습부터 제 몸보다 가족을 더 귀하게 여기는 모습까지 두 캐릭터의 운명이 강렬한 드라마를 완성한다.
조선 최고의 명포수 최민식의 연기는 당연 명불허전이다. 그에게도 이번 작품은 큰 도전이었다. 호랑이 대호가 CG를 통해 완성된 터라 오로지 머릿속에 그린 대호와 교감하며 연기해야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민식은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촬영 내내 단 한 번도 마주하지 못했던 대호와 완벽한 그림을 만들어냈다.
무엇보다 ‘대호’의 CG 퀄리티는 최대 관심사였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던 상황에서 100% CG로 구현된 호랑이 대호는 높은 완성도를 자랑했다. 섬세하고 세련된 CG는 인간과 교감하는 호랑이를 이질감 없이 그려냈고, 호랑이의 감정이 관객에게까지 그대로 스며들게 만들어 먹먹함을 느끼게 한다.
시사회를 통해 뚜껑을 연 ‘대호’는 가히 성공적이었다. CG는 물론 호랑이와 최민식의 케미까지 기대 이상으로 잘 빠졌다. 여기에 잊고 있던 가치를 환기시켜주는 날카로운 메시지가 더해지면서 진한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오는 16일 개봉.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