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달라도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인터뷰 하는 당일 손진영과 허공의 패션은 극과 극이었다. 코트에 중절모까지 쓰고 들어온 손진영과 달리 허공은 캐주얼한 야구점퍼를 입고 등장했다. 스타일이 완전 다르다는 말을 건네자 두 사람은 “어제는 서로 반대로 입고 왔다”고 입을 열었다.
손진영은 “제가 계속 야구점퍼나 청바지를 입고 캐주얼하게 왔었는데 서로 맞추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서 오늘은 코트를 입어봤다. 근데 오늘은 허공이 평소와 다르게 왔다”며 멋쩍어 했다. 이처럼 공통점이라곤 찾을 수 없는 두 사람이 듀엣을 결성했을 땐 의아함을 낳을 수밖에 없었다. 타이틀곡인 ‘하루가 멀다’는 남자 둘이 부르기엔 다소 민망할 수도 있는 애절한 발라드다.
↑ 사진=공감엔터테인먼트 제공, 디자인=이주영 |
“사실 저희랑 안 맞는 노래다. 전 전통 발라드를 하고 진영인 록 발라드에 가까운데 이 곡은 아련하고 애절한 보이스가 필요했다. 저희의 궁합은 제로였는데 막상 녹음을 하고 완성된 상태로 들어보니까 되긴 되더라. 표면적으로 비춰지는 모습은 부자연스러울지 몰라도 노래론 아름답게 조화를 이뤘다.”(허공)
“가수니까 노래로 말을 하는 게 맞다. 그게 음악이고 그걸 원해서 이 친구와 함께 음악을 했다. 둘이 작업을 하면서 저희는 하나의 연꽃을 발견했다. 그게 찬란할지, 썩을지는 대중들이 판단하는 것이지만 우리들은 그 빛을 봤다.”(손진영)
사실 두 사람은 인천 출신의 친구 사이다. 손진영이 MBC 오디션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에 출연할 당시 한 동네라는 걸 알게 된 허공이 먼저 접선을 시도해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올해 초 전 소속사인 부활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끝내고 혼자 활동을 하던 손진영을 자신의 소속사로 끌고 온 것도 허공이다.
“간절함만을 가지고 왔는데 결국 혼자더라. 허공이 제 걱정을 많이 했고 현 소속사로 오라고 제안을 했다. 겁도 났고 다시 연극판으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이 일을 관두면 내 에너지가 소멸될 때까지 딴 나라로 떠나 봉사활동을 하면서 살 생각이었다. 그 때마다 허공에게 위로를 받았다. 또 다른 사회를 알게 해준 친구에게 고맙고 음악을 깨닫게 해줬다.”(손진영)
노래하는 스타일, 성격부터 밥 먹는 스타일까지도 180도 다른 두 사람이지만 대중들의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분명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데뷔한 손진영이지만 예능과 연기로만 주목을 받으면서 대중들에겐 가수로서의 존재감이 약하다. 허공은 동생 허각보다 늦게 데뷔를 늦게 하면서 ‘허각의 형’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뮤지컬에 출연했는데 제가 무대에 오르자마자 다들 웃더라. 그리고 무대를 마친 후에는 ‘오늘은 구멍병사처럼 안 보였다’고 하더라. 그런 이미지에 대한 상처도 있었다. 노래를 하려고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할 수 없게 되었다. 물론 연기와 예능도 제가 하고 싶었고 매력을 느꼈지만 진짜 내 일을 못하는 상태에선 공허함이 밀려왔다.”(손진영)
“제가 백날 부탁을 드려도 허각의 형이라는 편견을 깨지지 않고 잊혀지지 않는다. 그저 신경쓰지 말고 전 제가 하고 싶은 걸 하기로 했다. 그 전에는 신경을 썼다. 난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데 왜 나에게 가수를 하지 말라고 할까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누가 뭐라고 해도 노래 자체가 제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이다. 조금만 부탁을 드리자면 욕을 하셔도 좋으니 작은 관심이라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허공)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주고 기운을 불어넣어줬다. 이번 앨범은 두 사람의 관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결과물이며 앞으로 갈 길에 대한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이기도 하다.
“오디션 출신 가수들은 꾸준히 앨범이 나오는데 이 친구는 연기나 예능 쪽으로만 비춰졌다. 그런 부분에서 상처를 많이 받아서 가수니까 노래를 하자고 했다. 보듬어주고 감싸주기 보다는 그 길을 함께 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래서 이 앨범 안에 가수 손진영의 아픔과 첫 발걸음이 들어있다.”(허공)
“프로젝트 앨범이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한 번으로 끝난다면 아예 시작을 안 했을 것이다. 더 블루의 ‘친구를 위해’ 같이 의미있는 노래를 내놓고 싶다. 우리만의 색으로 실험하고 도전하는 마음 자체가 도발이고 흔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린 내성이 강한 사람들이다. 누가 막아도 부담없이 언제든 음악으로 나아가겠다.”(손진영)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