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이 홈쇼핑을 통해 정규 7집을 선판매 해 '대박'을 쳤다. 예기치 않은, 혹은 의도된 전략의 승리다.
루시드폴은 지난 15일 서울 신사동 안테나뮤직 사옥에서 정규 7집 '누군가를 위한,' 음악감상회를 개최하고 앨범 관련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루시드폴은 지난 11일 새벽 진행된 홈쇼핑 방송 건이 성사되게 된 풀 스토리를 소개했다.
"8월 중순이었으려나요. 데모 작업을 하러 기타를 들고 사무실에 왔다가 모처럼 사무실 사람들과 회식을 했어요. 희열이형도 오랜만에 봤죠. 앨범 이야기를 하면서 프로모션에 대한 고민을 했는데, 500개 정도 택배 한정판을 할까 했었는데, 희열이형이 홈쇼핑에 연결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옆에 있던 사람들이 대박이라고(웃음). 다들 술 취한 상태에서 좋다고 박수치며 신나서 사무실로 돌아왔던 기억이 나요."
그때까지만 해도 홈쇼핑을 잘 몰랐다던 루시드폴은 "방송 계획이 없으니 이것 하나만 진하게 하면 되겠다는 말에 솔깃하더라"며 "재미있겠다 생각하고 해보자 했는데, 왠지 욕 먹을 것 같기도 해서 걱정도 됐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실제 홈쇼핑 방송이 연결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7~8개 홈쇼핑 회사에서 다 거절했다. 실제 매출로 연결이 되지 않기 때문이었을 것"이라는 게 루시드폴의 설명이다. 다행히 최종적으로 CJ 오쇼핑에서 이들의 비밀병기에 손을 들어줬고, 결과는 '대박'이었다. 대형 귤 모자를 쓴 루시드폴이 새벽녘 감성 라이브를 하는 모습이나, 유희열 정재형 등 안테나뮤직 뮤지션들이 촐싹거리며 방송을 하는 모습에 앨범은 9분 만에 1000장이 모두 완판됐다.
루시드폴은 '완판'에 대해 "안도한다"면서도 "혹시라도 저와 안테나 사람들의 본심이 왜곡될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많은 분들이 유쾌하게 봐주셔서 너무나 다행"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한정판이 시도될 수 있었던 데는 '귤'이 한 몫 단단히 했다. 현재 제주도에서 귤 농사를 짓고 있는 루시드폴이기 때문에 가능한 콘텐츠였다. 또 홈쇼핑을 통한 프로모션이라는 독특한 아이디어로 루시드폴 7집은 이전 어떤 음반보다도 홍보가 '제대로' 됐다.
그는 "귤은 너무 고마운 존재다. 1년 동안 열심히 뭔가 하긴 하지만 실제로 수확하러 가면 마냥 고맙고 미안하다. 내가 한 건 아무 것도 없는데, 너무 많이 달린다. 고마운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루시드폴 정규 7집 '누군가를 위한,'은 2014년 제주도에 정착해 농부의 삶을 살고 있는 그의 일상 속 단상을 담은 앨범으로, 동화 '푸른 연못'과 OST까지 수록, 총 15곡이 담긴 웰메이드 음반이다.
psyon@mk.co.kr/사진 안테나뮤직[ⓒ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