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늘 조용하게, 묵묵하게 자신의 경력을 쌓아온 배우 강수진. 그의 매력은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가짐에서 비롯된다. 만나는 작품, 배우, 사람들에 늘 집중하고, 찰나를 놓치지 않으려 애쓰는 마음은 언제나 정직한 강수진만의 연기에도 묻어난다. 그런 그에게 말하고 싶은 한 마디. “곧 때를 만나게 될 거야.”
지난달 많은 화제를 모으며 종영한 MBC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에서 결혼을 앞둔 뷰티 에디터 주아름 역을 맡아 눈길을 모았던 배우 강수진은 2014년 드라마 ‘최고의 결혼’으로 데뷔한 후 차근차근 경험을 쌓고 있는 신인 배우다. 아직 신인인 강수진에 ‘그녀는 예뻤다’는 여러 모로 ‘배움의 장’이 된 드라마였다.
↑ 사진제공=JS픽쳐스 |
“‘그녀는 예뻤다’는 참 즐거웠고, 앞으로 어떤 작품을 만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드라마는 기억에 정말 많이 남을 것 같다. 연기자들과 이렇게 친해진 것도 처음이고, 믿기지 않을 만큼 현장이 재밌었으니까. 대본 볼 때와 촬영할 때, TV로 볼 때 전부 다른 것도 처음이다. 뷰티 에디터라는 전문직을 한 것도 처음이고.(웃음)”
그는 뷰티 에디터라는 직업을 위해 한 잡지사에 현장실습을 나가기도 했단다. 기자가 된 것처럼 잡지의 편집장과 에디터를 인터뷰하다 보니 더욱 주아름의 직업에 현실감이 살아났다며 강수진은 말했다. 그는 “사실 제가 뷰티에 관심이 정말 없어서”라며 웃음을 터뜨린 강수진은 “이번 기회를 통해 뷰티 상식은 정말 많이 알게 됐다”고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제가 이렇게 전문적인 걸 다루는 직업을 한 건 처음이라서 공부를 정말 많이 했다. 기본적인 건 알고 있어야 전문 용어를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지 않나. 공부를 해도 여전히 어렵긴 했지만.(웃음) 이제야 에디터 직책에 적을될 만 하니까 끝나서 정말 아쉬웠다. 주아름의 에디터다운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진 못해서 아쉽기도 하고.”
강수진은 이번 작품을 통해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황정음을 만나 정말 기뻤다고 콕 집어 말했다. MBC ‘킬미, 힐미’에 잠깐 등장했을 대에도 황정음을 보고 ‘에너지를 본받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에 이렇게 긴 시간 동안 함께 하게 돼 바로 옆에서 배울 수 있었다며 강수진은 감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 사진제공=JS픽쳐스 |
“저나 다른 모스트 팀원들은 아무래도 신인이니 놓치고 가는 부분이나 모르는 것들이 있다. (황)정음 언니가 세세하게 그런 부분들을 짚어주고 알려줬다. 주연이면서 ‘멘토’ 역할도 해주셨다. 드라마에서는 김혜진(황정음 분)이 막내라서 어떻게 해야 하나 망설였는데 오히려 언니가 나서서 ‘막 해! 편하게 해!’라고 해주셔서 감사했다. 다른 팀원들도 정말 많이 도와주고 배려해줘서 편하게 연기한 것 같다.”
하지만 ‘그녀는 예뻤다’에서 재밌는 에피소드가 나올 법 했던 캐릭터인 주아름은 생각보다 많은 활약상을 보이진 못했다. 강수진도 “중반부까지는 아쉬움이 컸다”고 인정했다. 배우로서 분량 욕심은 당연한 것. 그럼에도 그는 “나중에 생각하니 이런 드라마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후반부에는 “욕심을 굳이 부렸어야 했나”고 싶을 정도로 그저 즐겼단다.
“‘그녀는 예뻤다’에는 참 개성있는 캐릭터들이 많이 나왔다. 주아름이 다소 평범하기 때문에 묻히진 않을까 고민이 많았다. 결국 주아름은 가장 ‘현실에 있을 법한 사람’이라는 결론이 났다. 연기도 제 의도대로 돼 다행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김신혁(최시원 분)과 붙는 재밌는 신들이 많았는데 편집이 되거나 바뀐 부분들이 많은 거다. 그래도 ‘현실과 드라마의 중간에서 중심을 잡는 역할’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에서는 참 뿌듯했다.”
강수진은 “모든 신인에게 그렇듯 저는 드라마가 잘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한 작품이 소중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전작 tvN ‘구여친클럽’이 조기종영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강수진은 “어디를 가도 조기종영에 대해 물어봤다”며 개인적으로 정말 팀워크도 좋고 행복하게 찍었는데 그런 평을 받는 게 속상했다고 털어놨다.
↑ 사진제공=JS픽쳐스 |
“‘구여친클럽’은 참 좋은 작품이었고, 우리는 정말 행복한 작품이었다. 그것으로 됐다고 생각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그녀는 예뻤다’ 또한 ‘대박나서 좋지 않냐’고 물어보시는데, 그것과 상관없이 그저 제게는 행복하고 좋은 작품이며, 소중하다. ‘그녀는 예뻤다’를 만나 공부도 많이 하고, (황)정음 언니도 다시 만나게 됐고, 황석정, 신동미 선배님부터 다른 팀원들 한 명 한 명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좋았다.”
‘그녀는 예뻤다’로 참 많이 배웠다는 강수진은 독립영화 ‘다른 길이 있다’로 새로운 도전을 했다. 늘 통통 튀는 역할을 했던 강수진은 드라마와는 180도 다른 분위기와 색채를 지닌 ‘다른 길이 있다’에서 남다른 아픔을 지닌 역할로 등장한다. 강수진은 “분량이 크진 않다”고 쑥스러워하면서도 “캐릭터를 만들어가며 최선을 다했다”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작품 출연엔 고민을 안 했다. 시나리오에서 꽂히는 ‘그 무언가’가 있었다. 감독님께서 제가 꽂힌 부분을 들으시고는 ‘그게 맞다’고 답하시더라. 애착이 가는 작품인데, 스스로도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구여친클럽’을 할 때만 해도 제 몫을 잘 해내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제는 작품을 이해하고 작품과 감정을 교류하고, 다른 연기자와의 호흡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고 배워가고 있다. ‘작품을 생각할 수 있는 배우’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강수진은 “중요한 순간에 좋은 작품을 만났다”고 미소를 지었다. 자칫 그냥 흘러갈 수 있었던 순간을 작품으로 남길 수 있게 됐단다. 하지만 그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예뻤다’라는 화제작을 하고 난 ‘다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강수진은 “‘그녀는 예뻤다’의 제 연기를 보고 ‘그녀는 예뻤다’ 감독님께서 좋게 봤다고 말씀하셨다”며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면 언젠간 또 다른 기회가 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 사진제공=JS픽쳐스 |
“물론 저도 다음 작품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신중과 고민, 공부가 많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주변에서는 ‘그녀는 예뻤다’가 잘 됐으니 다음 작품은 쉽지 않겠느냐는 시선들이 있다. 하지만 신인들은 정말 ‘열심히’ 뛰어다녀야 한다. 전작이 잘 돼 모스트 팀으로 주목을 받은 만큼 저는 더 열심히 뛰어야 하고 부담도 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녀는 예뻤다’는 제게 좋은 기회라는 거다. 그 작품으로 절 좋게 봐주실 분들이 있을 테니 말이다.”
매 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고 배우고 깨닫는 강수진. 비록 ‘그녀는 예뻤다’에서 화려한 빛을 보진 못했지만, 분명 그는 주아름이란 캐릭터를 모스트 팀과 현실의 교두보로 만들어낸 것만으로도 저력을 보였다. ‘기회’도 준비된 사람만이 잡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때를 기다리며 ‘갈고 닦는’ 강수진에게 때가 온다면 아마 그의 ‘만개’는 누구보다 화려할 것이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