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우리는 알아야 한다. 홈쇼핑, 이태원 열풍, 페이크다큐 그 모든 것의 최초에 유세윤·뮤지의 UV가 있었음을. UV는 '집행유애'가 담긴 정규 2집을 이미 2010년 홈쇼핑에서 판매해 음악·유통산업계를 강타했다.
그뿐인가. '인천대공원', '이태원 프리덤' 등 일찌감치 뜨는 명소를 주목했다. 또한 UV는 국내에서 '페이크 다큐'라는 개념을 처음 장착한 마케팅 천재(?) 듀오다. 엠넷과 진행했던 페이크 다큐 'UV 신드롬'은 농담과 진담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며 무명의 싱어송라이터였던 뮤지까지 일약 스타덤에 올려 놓았다.
'트렌드 세터'라 할 만한 UV가 이번에는 인천 앞바다의 조개구이를 지목했다. UV의 성향을 떠올리면 제목만 듣고 야한 농담을 떠올리는 이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꽤나 낭만적인 노래다.
눈이 오는 밤, 여자친구와 함께 인천 앞바다로 떠난 청년. 구석 자리에 앉아 조개구이와 소주를 시켜 마시노라니, 밖에는 펄펄 눈이 내린다. (애초부터) 집에 가기 싫은 남자는 대리운전기사가 없다는 핑계를 대고 바라던 대로 여자친구와 인천에 잔류하게 된다. 그리고, 오늘 밤을 가능하게 해준 조개구이에 감사하게 된다는 가사다.
'조개구이'는 그동안 댄스나 힙합 비트 위주였던 UV의 노래들과 달리 사뭇 감성적이다. 버스커버스커 '여수밤바다'를 떠올리게하듯 잔잔한 기타 연주와 뮤지의 그윽한(!) 보컬로 시작되는 이 곡은 아련함마저 선사한다.
마치 1980년대 엠티(M.T)를 떠난 대학생들이 바닷가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적당히 분위기가 달아오르면 '노래 좀 아는 오빠'가 기타를 치며 여학생들에게 노래를 불러주듯 귀여운 '허세'와 낭만이 교차한다. 후렴구에서의 허밍은 '여수 밤바다' 장범준 만큼이나 아찔한 중독성을 지녔다.
발표하는 곡마다 '핫 플레이스'를 발굴해 온 UV가 인천 앞바다라는 소박한 장소에 감성과 복고 코드를 양념으로 추가했다.
요즘 가장 핫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영향도 있겠지만 경제·사회적으로 절망하는 시대 정서가 반영됐다. UV는 웃음과 온기를 함께 전할 수 있는 순수함과 향수를 장착한 것이다.
서울로 가는 대리 기사가 있음직 함에도 없다고 거짓말하는 남자와 넌지시 속아주는 여자. 결국 한 방에 마주한 남녀. 이들을 연결해준 매개체는 인천 앞바다의 조개구이다.
얼마나 순박한 이야기인가. 사운드 빵빵한 클럽도 없고, 우아하게 포크에 말아올릴 파스타도 없고, 화려한 조명이나 시설도, 잘 나가는 사람들도 없는 소박한 인천 앞바다에서의 로맨스는 순정적이지는 않지만 순진하다. 응큼하지만 귀엽다.
그동안 '쿨하지 못해서 미안해', '인천대공원', '집행 유애' ,'이태원 프리덤' 등 특유의 콘셉트와 재치 넘치는 가사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가요계에 큰 웃음을 전했던 UV.
버스커버스커는 여수 밤바다를 혼자 걷다가 오늘밤 너와 함께 걷고 싶다고 몇 번을 외쳤고, 그 외침은 대한민국 남자들의 심장을 저격했다. 잔잔하고 서정적인 기타 사운드에 장범준의 묵직한 고백에 얼마나 많은 연인들 혹은 외로운 영혼이 여수 밤바다를 찾았던가.
3년 후 이 겨울. 아직 이룰 것(!)이 더 남은 남녀 사이라면 여수 밤바다 대신 인천 앞바다로 가보자. UV가 발견한 마법의 '페로몬'이 그 곳 조개구이 속에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
※ 필자는 가요·팝·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