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TV 속 코미디가 공개코미디만 가능할까. 최근 다양한 장르의 코미디 프로그램을 선보이기 위한 방송가의 노력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최근 KBS2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의 하락세와 다른 코미디 방송 프로그램들이 뚜렷한 성과를 걷지 못하면서 방송 코미디에 대한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코미디언들과 방송 관계자들은 “새로운 장르의 코미디가 나와 지금의 공개코미디와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움직임에 힘입어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신설되고 있다. 이 중 하나가 tvN에서 드라마타이즈형 콩트를 내세운 ‘콩트앤더시티’다. ‘콩트앤더시티’는 특히 tvN의 간판 코미디 프로그램인 ‘SNL코리아’ 시리즈의 연출인 유성모 PD가 메가폰을 잡았다는 것에서 또 다른 코미디 창법이 생길 것이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 사진제공=tvN |
이에 대해 ‘콩트앤더시티’ 유성모 PD는 “우리나라 코미디가 일반적으로는 ‘개그콘서트’ 류의 공개코미디가 많다. 그것도 콩트라고 할 수 있지만 좀 더 현대인들의 공감에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다. 공감과 코미디를 잡아보자는 심정으로 콩트를 선택했다”고 말하며 콩트라는 장르를 전면에 내세운 이유를 밝혔다.
유 PD는 이어 “콩트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동시대 사람들은 콩트에 익숙하지 않은 게 있다. 여전히 공개코미디가 주류로 작용하고 있다. 사실 지금의 비공개 콩트가 공개코미디를 ‘대체’할 수 있단 생각은 안 한다. 다양성의 차원이다. 다양함을 이루는 장르적 움직임 중 하나”라고 말하며 ‘콩트앤더시티’의 의미를 전하기도 했다.
‘콩트앤더시티’에 출연하는 개그우먼인 김지민은 제작발표회에서 코미디를 하는 사람으로서 콩트 장르가 반갑다고 감회를 밝혔다. 김지민은 “개그우먼들이 과감한 콩트 연기에 목말라 있었는데 이런 기회를 만나게 됐다”며 다양한 장르의 연기를 해보고 싶은 욕심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그렇다면 공개코미디형 방송 프로그램이 아닌 다른 장르의 필요성을 모두 느끼고 있지만 쉽사리 도전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이는 개그는 ‘익숙함에서 더욱 빨리 나오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빨리 치고 빠지는’ 템포가 아닌, 다른 템포를 지닌 프로그램에서 시청자는 낯설음을 느끼고 더욱 웃음에 인색해진다는 것이다.
SBS ‘웃찾사’ 안철호 PD는 “빠른 템포의 개그 프로그램들이 유행한 후 느린 템포를 가진 콩트 같은 프로그램이 통하는 게 힘들게 됐다”며 “비공개코미디는 반응이 바로 오는 공개코미디보다 템포가 느리다. 느린 템포에서 만드는 코미디는 정말 잘 만들지 못하면 높은 시청률을 보장하지 못한다. 이미 빠른 템포의 개그에 시청자들이 익숙해졌기 때문”이라고 이를 설명했다.
↑ 사진제공=tvN |
개그맨 김준현 또한 ‘개그콘서트’에서 tvN ‘SNL코리아’로 넘어갔을 당시 인터뷰에서 “제일 힘들었던 건 아무래도 한층 느려진 템포”라고 말하며 “‘개콘’에서 5분 만에 끝내야 하는 장면을 ‘SNL코리아’에서는 7~8분 정도가 주어졌다. 이를 적응하는 것에 시간이 걸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템포가 느려진 장르에서 연기하는 코미디언조차 이에 적응하는 것에 시간이 걸린다면 시청자는 이에 배는 시간이 걸릴 터. 새로운 장르의 ‘웃음’이 쉽게 통하지 않는 이유를 엿볼 수 있는 일화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새로운 장르에 대한 필요성은 여전히 방송가 내에서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최대웅 코미디 작가는 이에 “신인 코미디언을 발굴하는 프로그램이 나와야 한다. 개그맨 지망생들을 데려다가 적은 예산으로 충분히 훌륭한 코미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하며 기존의 코미디언들이 아닌 ‘등용문’과 같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안을 내놨다.
‘콩트앤더시티’ 유성모 PD는 “요즘 트렌드 자체가 리얼 버라이어티가 대세다. 그런 것에 대한 반작용도 있는 것 같다. 새로운 장르를 강구하는 움직임이 있다. 아직 콩트는 낯설 수 있다. 원래 없었던 장르가 아닌데 최근에 많이 접한 장르는 아니다보니 시청자가 흥미를 보이는 면도 있다”고 말하며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는 것에 대한 장점을 꼽기도 했다.
많은 코미디 방송 관계자들의 말처럼 지금의 방송 코미디는 다양성을 키우는 것에 더욱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 시점이다. 다행히 많은 코미디언들이 방송 코미디와 다른 공연 코미디에 집중하며 다양서에 대한 토양을 다지고 있다. 아직은 작은 움직임들이 공개코미디형 프로그램 이외의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지는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