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웃음 짓고 분노하게 한 이병헌의 탁월한 연기력
감독판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 추가된 장면들은?
31일 개봉하는 영화 '내부자들'의 감독판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은 안상구(이병헌)가 기자를 만나 인터뷰하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안상구는 기자에게 "영화 좋아하요?"라며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차이나타운'을 언급, 잭 니콜슨의 연기를 극찬한다. "영화 얘기 들으려는 게 아니다. 정의감 때문이냐, 복수 때문이냐"고 비리 폭로와 관련해 묻는 기자에게 그는 계속해서 영화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감독판 첫 장면부터 '내부자들' 재관람객도 전혀 다른 영화로 받아들여지게 하는 이유다. 이 신은 시나리오를 읽고 이병헌이 가장 좋아했던 장면이기도 하다.
과거 엔터테인먼트 대표이기도 했던 깡패 안상구가 배우를 꿈꾸는데 연기를 못하는 자신의 소속사 신인여배우에게 "꼭 배우를 해야 하느냐"고 묻고, "하긴 니 의지만은 전도연 뺨치지"라고 말하는 장면도 추가됐다. 유행하게 된 "모히또 가서 몰디브나 한잔하자"에 버금갈 만한 웃음을 전하는 대사다. '내부자들' 촬영 전 '협녀: 칼의 기억'에서 호흡을 맞춘 전도연이 떠올라 애드리브를 했던 것이란다. 분명 관객들도 웃고 좋아할 부분이다.
라면을 먹다 너무 뜨거워 뱉어버리는 장면은 또다시 봐도 웃음을 유발한다. 이것도 이병헌의 애드리브다.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많은 부분은 그의 애드리브로 탄생한 장면들이다. 현장에서 떠오른 상황들을 장난처럼 던졌는데 OK 사인을 받았고, 감독은 물론 관객들이 좋아하는 장면들이 됐다. 이병헌의 공이 상당하다.
이병헌은 23일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 언론시사회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난 애드리브를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라면서도 "이번에는 안상구가 어수룩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많은 시도를 할 수 있었다. 관객 반응이 썰렁했으면 '이걸 내가 왜 했을까?' 걱정했을 텐데 호응이 괜찮은 것 같아 즐겁다"고 좋아했다.
650만 관객의 마음을 훔친 '내부자들'은 전체 이야기가 관심을 받은 것이겠지만, 이병헌도 자신의 몫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다.
하긴 이병헌은 흥행에는 참패했지만 '협녀: 칼의 기억'에서도 강렬했고, '내부자들'에서도 웃겼다가 분노하게 했다가 자유자재로 관객을 주물렀다. 감독판에서도 그의 연기는 빛난다. 논설주간 이강희(백윤식)가 본편보다 돋보이긴 해도 그는 그만의 연기로 캐릭터와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만들었다.
사생활 문제로 '50억 협박녀'라는 수식어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던 이병헌. 역시 배우는 연기로 보여주면 되는 걸까. 그는 대중의 용서를 받은 걸까.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까.
이병헌은 "그저 감사한 마음뿐"이라며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고 이렇게 세고 거친 영화인데도 사랑받아 기분이 좋다. 관객들 덕분"이라고 좋아했다. 그러면서 "내 문제로 배우들이나 감독, 스태프, 우리 회사 식구들이 피해 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아직도 '협녀'가 잘 안 된 게 나 때문인 것 같아 아쉽고 미안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이병헌의 기사에는 그의 연기를 칭찬하면서도 여전히 안 좋은 댓글도 꽤 많다. 좋은 모습을 보이는 수밖에 없다. 앞서 그는 "내가 뭘 해야 하는가. 열심히 연기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감독판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은 언론과 재벌, 정치의 썩을 대로 썩은 유착관계가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대중은 개, 돼지"라고 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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