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한 해를 마무리하는 축제였지만, 올해 MBC의 연예대상은 역대급 나눠주기와 몰아주기, 남발된 공동수상으로 ‘빛바랜 축제’로 남았다.
29일 오후 방송된 MBC ‘2015 방송연예대상’에서는 2015년을 빛낸 각종 예능프로그램들의 출연진과 제작진이 함께 만드는 축제의 현장이 그려졌다. 한 해 동안 MBC에서 활동한 많은 예능인들이 총출동해 함께 축제를 즐겼다. ‘토.토.가’의 90년대 감성을 그대로 잇는 신명나는 오프닝 무대와 수상 사이에 등장하는 각종 프로그램들의 센스 있는 홍보 영상은 축제의 분위기를 한껏 살렸다. 하지만 축제를 반감시킨 요소가 있었으니 바로 ‘수상’이었다.
이날 ‘2015 방송연예대상’은 신인상과 뉴스타상을 제외하고 공동수상이 아닌 부문이 손에 꼽을 정도로 공동수상이 남발됐다. 수상자가 세 명일 때도 있었고, 인기상 버라이어티 부문은 무려 네 명이었다. 사전수상을 제외하면 무려 43팀이 무대에 올랐다. 수상자가 많아 시간이 지체되는 걸 염려했는지 올해에는 ‘퇴장 음악’을 선정해 한 사람 당 2~3분 정도만 말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내려지기도 했다.
공동수상 뿐 아니다. 꾸준히 문제가 됐던 ‘애매한’ 수상 부문은 올해 더 많아졌다. 각종 부문을 버라이어티와 뮤직·토크쇼로 나눈 것을 올해에는 신인상 부문 등에 확대 적용했다. 또한 신인상과 뉴스타상, 베스트팀워크상과 우정상과 같이 뭐가 다른지 모를 만한 부문들이 올해에도 여전히 존재했고, ‘특별상’과 같은 정체 모를 상이 생겼다.
부문도 많고 공동수상도 많다보니 당연히 시간이 모자랐다. 수상자들 중 혹자는 오랜 연예계 생활 끝에 무대에 올랐다. 그 영광과 감회를 제대로 누리기도 전에 MC들은 어서 내려가라 재촉했고, 회장에는 ‘퇴장음악’이 울려 퍼졌다. 신인상 이후 정말 오랜 만에 상을 받은 서경석은 이에 다소 불쾌한 듯 자신의 할 말을 이어갔고, 황제성은 연예대상 참여 9년 만에 수상했지만 짧은 소감 시간에 표효를 하기도 했다.
부문을 축소하고 공동수상을 최소화했으면 수상자들이 무대에서 ‘쫓기듯’ 내려오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부문을 쪼개고, 공동수상을 남발하는 수상은 ‘상 나눠주기’로 밖에 비춰지지 않았다. 이런 ‘상 나누기’ 관행은 시상식의 권위와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위험 요소다. 이날도 시청자 사이에서는 어떤 기준에서 부문을 신설했고, 수상자를 선정했는지 의문을 표하며 ‘역대급’ 나눠주기와 공동수상을 비판했다.
올해에는 ‘몰아주기’도 문제가 됐다. 이날 가장 많이 호명된 ‘진짜사나이’는 무려 11관왕을 차지했고, ‘우리결혼했어요’도 6관왕이었다. 이마저도 ‘진짜사나이’에 겹친 강예원과 육성재를 뺀 수치다. ‘진짜사나이’와 ‘우리결혼했어요’는 신인상부터 우수상, 최우수상 등 주요 부문에서 싹쓸이를 했다.
‘진짜사나이’의 기수가 올해 많았다는 점 등을 감안하더라도 ‘진짜사나이’와 ‘우리결혼했어요’의 ‘독점’은 선뜻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올해 해병대와 여군특집 등으로 이슈몰이를 했고, 새로운 커플들로 분위기를 전환한 것은 인정할 만 했으나 시청률과 화제성으로 1등인 ‘무한도전’도 4관왕에 그친 것을 비춰봤을 때 다소 납득이 가지 않는 수상이었다.
반면 올해 가장 화제작이었던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3관왕에 그쳐 다소 아쉬운 수상을 했다. ‘예능 블루칩’을 뽑아내며 화제성이 높았던 ‘라디오스타’는 겨우 1관왕이었다. 8주년을 맞은 장수 예능에게는 ‘홀대’에 가까운 대접이었다. 이처럼 올해 ‘방송연예대상’은 같이 주고, 나눠주고, 몰아주는 수상 관행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시상식이었다.
이하 수상자(작) 명단
▲ 대상: 김구라
▲ 시청자가 뽑은 올해의 예능 프로그램상: ‘무한도전’
▲ 최우수상 뮤직토크쇼 부문: 김성주(‘복면가왕’)
▲ 최우수상 버라이어티 여자 부문: 김소연(‘우리 결혼했어요’) 한채아(‘진짜사나이’)
▲ 최우수상 버라이어티 남자 부문: 김영철(‘나 혼자 산다’ ‘진짜사나이’) 하하(‘무한도전’)
▲ 최우수상 라디오 부문: 전현무(‘굿모닝FM 전현무입니다’)
▲ 우수상 뮤직토크쇼 여자 부문: 임지연(‘섹션TV 연예통신’)
▲ 우수상 뮤직토크쇼 남자 부문: 김연우(‘복면가왕’) 황제성(‘섹션TV 연예통신’ ‘우리 결혼했어요’)
▲ 우수상 버라이어티 여자 부문: 김현숙(‘진짜사나이’) 황석정(‘나 혼자 산다’)
▲ 우수상 버라이어티 남자 부문: 김동완(‘나 혼자 산다’) 정겨운(‘진짜사나이’)
▲ 우수상 라디오 부문: 이진우(‘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샤이니 종현(‘푸른밤 종현입니다’)
▲ 인기상 버라이어티 부문: 강예원(‘진짜사나이’ ‘우리 결혼했어요’) 오민석(‘우리 결혼했어요’) 임원희(‘진짜사나이’) 전현무(‘나 혼자 산다’)
▲ 인기상 가수 부문: 엑소
▲ 인기상 뮤직토크쇼 부문: 민호(‘쇼 음악중심’)
▲ 신인상 뮤직토크쇼 여자 부문: 박나래(‘무한도전’ ‘라디오스타’ ‘마이 리틀 텔레비전’)
▲ 신인상 뮤직토크쇼 남자 부문: 김형석(‘복면가왕’)
▲ 신인상 버라이어티 여자 부문: 서유리(‘마이 리틀 텔레비전’) 엠버(‘진짜사나이’)
▲ 신인상 버라이어티 남자 부문: 슬리피(‘진짜사나이’) 육성재(‘진짜사나이’ ‘우리 결혼했어요’)
▲ 신인상 라디오 남자 부문: 서경석(‘여성시대 양희은 서경석입니다’)
▲ 신인상 라디오 여자 부문: 신봉선(‘윤정수 신봉선의 좋은 주말’)
▲ 올해의 뉴스타상: 곽시양(‘우리 결혼했어요’) 조이(‘우리 결혼했어요’) 초아(‘마이 리틀 텔레비전’)
▲ 베스트팀워크상: ‘진짜사나이’ 여군특집 3기
▲ 우정상: 김용건(‘나 혼자 산다’)
▲ PD상: ‘라디오스타’ 김국진, 김구라, 윤종신, 규현
▲ 올해의 작가상: 박원우(‘복면가왕’) 이언주(‘무한도전’)
▲ 베스트 커플상: 육성재, 조이(‘우리 결혼했어요’)
▲ 특별상: 김영만(‘마이 리틀 텔레비전’) 신봉선(‘복면가왕’) 전미라(‘진짜사나이’)
▲ 올해의 작가상 라디오 부문: 이병관(‘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 공로상 라디오 부문: 서천석 원장(‘여성시대 양희은 서경석입니다’)
▲ 특별상 라디오 부문: 배순탁 작가(‘배철수의 음악캠프’), 신수임 리포터(‘박지윤의 FM데이트’)
▲ 올해의 작가상 시사교양 부문: 장형운 작가(‘다큐스페셜’)
▲ 특별상 시사교양 부문: 차새미 리포터(‘생방송 오늘아침’) 김한석(‘기분 좋은 날’)
▲ 공헌상: 대한민국 육군, 해군, 해병대 사령부
▲ 공로상: ‘무한도전’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