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한때는 ‘포스트 전지현’이란 수식어를 달고 살았다. 신인이라면 누구나 ‘제2의 OOO’로 등장하던 시기였다. 배우 장희진의 출발도 다르지 않았다.
“저뿐만 아니라 그런 수식어를 단 신인들이 많았어요. 유행이었다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시간이 오래 지나면서 ‘제2의 OOO’란 말들은 자연스럽게 잊혀져가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전지현 선배는 정말 존경하고 좋아해요.”
장희진은 올해 건져 올린 훌륭한 수확 중 하나였다. SBS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에서 비련의 여인 김혜진 역을 마치 실존인물처럼 완벽하게 표현했다. ‘이렇게 연기를 잘했나’ 싶을 정도로 그를 다시 보게 된 계기였다.
↑ 사진=곽혜미 기자, 디자인=이다원 |
“‘장희진의 재발견’이란 칭찬은 정말 기분 좋았어요. 전혀 기대하지 못하고 들어간 작품이라 김혜진이란 역을 이렇게까지 매력적으로 그려줄 줄은 몰랐거든요. 작가에게 참 고마워요.”
그의 연기적 성장은 전작인 김수현 작가의 ‘세번 결혼하는 여자’부터 이뤄졌다.
“그땐 제가 신을 해석해 연기한다기보다는 매회 숙제처럼 끌려갔던 것 같아요. 연기할 땐 정말 힘들었지만 덕분에 정말 많이 성장했고, 여유도 생겼어요.”
↑ 사진=곽혜미 기자 |
장희진은 ‘포스트 전지현’으로서 화려하게 출발했다. 신인 시절 주연 자리를 따내며 모두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그렇게 10여년, 그는 지금은 비록 주인공이 아닌 서브 캐릭터로 등장했지만 ‘신스틸러’로 인정받을 만큼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사실 지금 제가 작품을 선택하기 보다는 선택 당해야하는 위치잖아요? 하하. 예전엔 비중을 따져가며 작품을 고르려 했죠. 그런데 제 이미지에 들어오는 캐릭터가 한정돼 있더라고요. 답답하기도 했고 다른 걸 해보고 싶어서 조연으로 내려가기로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결정이 옳았던 것 같아요. 서브 캐릭터는 정말 다양하고 제 새로운 면을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 조금 나오거나 많이 나오는 게 중요한 건 아니더라고요. 내게 맞는 옷을 입느냐가 문제였죠. 지금 많은 걸 내려놓으니까 오히려 더 절 인정해주고 사랑해주는 것 같아요.”
↑ 사진=곽혜미 기자 |
욕심 많았던 20대는 그래서 더 힘들었다. 30대에 접어든 지금 행복한 것도 그런 시련을 겪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20대를 잘 견뎌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그땐 여배우로 나아가기에 내 나이가 많은 것 같고 답답했는데 서른 세 살이 된 지금은 ‘앞으로 살 날도 많고 시간도 많은데 천천히 가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70살까지 연기할 수 있다면 천천히 가도 상관없잖아요? 또 여배우는 서른 살이 넘어야 정말 아름다운 것 같다는 것도 깨달았고요.”
다시 스무 살로 돌아가도 이 생각은 변함없을 거라 했다.
“예전엔 ‘연기파’란 말에 욕심이 나서 대중이 원하는 이미지보다 제가 갖고 싶은 이미지로 캐릭터를 골랐어요. 장르물을 해야만 연기파 배우처럼 보일 것 같은 마음이었죠. 하지만 대중이 원하는 이미지도 중요하다는 것을 배우 생활하면서 느꼈어요.”
↑ 사진=곽혜미 기자 |
그의 바람은 이제 하나다. 스타가 아닌 ‘믿고 보는 배우’란 수식어를 얻는 것이다.
“물론 가야할 길은 멀어요. 한 직업으로 성공하기까지 ‘1만시간의 법칙’이 걸린다고 하잖아요? 이제 시작이란 생각이 들어요 다만 나중에 ‘장희진이 나오는 작품이면 봐야지’라고 사람들이 말할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 정도 된다면 배우로서도 성공한 것 아닐까요?”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