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인간의 뇌를 100% 활성화 시키는 약. 그리고 약을 만드는 집단인 ‘보이즈 인 더 키친’(Boys In The Kitchen). 영화 ‘리미트리스’(Limitless)의 이야기다.
밴드 보이즈 인 더 키친은 영화 속 집단의 이름을 그대로 자신들의 팀명으로 만들어냈다. 영화 속 약으로 인간의 뇌를 깨우는 그들처럼 보이즈 인 더 키친은 음악으로 듣는 이들의 귀를 깨웠다.
보이즈 인 더 키친이 지난달 발매한 EP ‘푸버티’(Puberty)는 사춘기라는 의미처럼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을 담은 앨범이다. 타이틀곡인 ‘토이 스토리’는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익숙한 애니메이션을 떠올리게 한다.
↑ 사진=K루키즈 제공 |
“영화 ‘토이스토리3’를 보고 쓴 곡이다. 3편의 내용이 장남감과 인간이 헤어지는 이야기다. 애들이 보는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보고 나니 감정이 깊더라. 좀 더 장난감의 입장에서 생각해서 쓴 곡이다.”(전현근)
“다 같이 곡의 많은 부분을 함께 했다. 그 중에서 하나를 꼽자면 현근이가 만든 ‘토이스토리’를 통해서 새로운 면을 봤다. 성숙해지는 느낌이나 관점이 적합했고 신선했다고 생각을 했다. 애 티를 벗는 느낌을 받았다. 수록곡 모두 다 매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은 곡이라고 생각했다.”(남나리)
멤버들이 꼽은 이전 앨범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앨범 참여도다. 이전까진 보컬인 전현근이 대부분의 곡을 써갔다면 이번엔 네 명의 멤버 모두 참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전에는 현근이가 코드나 멜로디를 가지고 오면 같이 편곡을 들어갔다. 근데 이번엔 성민 오빠의 기타가 먼저 들어가기도 하고 베이스로 먼저 만들기도 했다. 저희가 원래 쓰던 스타일이 아니다 보니 삐걱거리기도 했지만 현근이가 잘 해줬다.”(남나리)
또 이번 EP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을 통해서 제작된 앨범이다. K루키즈 최종 여섯팀에 발탁된 보이즈 인 더 키친은 음반 제작비를 지원 받았다. 보이즈 인 더 키친은 K루키즈 뿐 아니라 EBS 헬로 루키, 신한 그레이트 루키로 선정되고 한국대중음악상 모던락 부문 후보에 오를 만큼 실력을 인정받은 팀이다.
“K루키즈에 발탁될지 전혀 생각을 못했다. 얼떨떨했다. 물론 막상 받고 나니 욕심이 나긴 했지만. 가장 많이 들었던 평가는 신난다는 말이다. 우리만의 강점이자 차별화 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론 공연장에서 저희를 보고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멤버들의 생각은 모르겠지만 전 멋있게 하려기 보단 재미있고 가볍게 공연 하려고 노력한다.”(전현근)
같은 학교, 같은 과 동기인 네 사람은 2012부터 본격적으로 팀을 꾸렸다. 보컬인 전현근이 들어오기 전엔 기타를 치는 강성민이 보컬로 활동을 했었다. 결성 시기에 비해 첫 앨범은 2014년에야 나왔다. 멤버들은 술 먹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였는데 전현근의 합류로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현근이가 들어오기 전까진 그냥 즐기면서 하자는 분위기였다. 현근인 무작정 밴드를 하고 싶었던 것 같고 생각 자체가 달랐다. 그 전까진 공통 분모가 애매했는데 다들 브리티시 음악을 좋아하면서 결과도 좋게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남나리)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전 공연하고 앨범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사실 작년에 EP를 내고 고향으로 내려가려고 했다. 주위 친구들은 직장도 구하고 그런 얘기가 들리는데 저흰 2년 동안 클럽 공연만 했다. 그런 이야기에 혹 했던 것 같다. 그래도 밴드를 했는데 마지막 결과물을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고 앨범을 냈는데 올해 여러 상을 받으면서 달라졌다. 멘탈을 잡아줬다.”(전현근)
음악에 대한 확고함이 들면서 고향으로 내려갈 생각은 접었다. 확고함을 만든 것은 장르에 대한 강박관념을 떨쳐내면서다. 개러지 록에 뿌리를 뒀던 보이즈 인 더 키친은 이제 타이틀 보단 그냥 록밴드에 무게를 두기로 했다.
“처음엔 개러지 록이라는 장르 자체를 제 스스로 획일화 시켰다. 곡을 만들 때도 더 개러지스럽게 만들려고 했는데 요즘에 그냥 록밴드로 하고 싶다. 확 틀어 진다기 보단 개러지에 뿌리를 두고 다양하게 해보고 싶다. 개러지 말고도 좋은 음악은 많으니 장르적으로 쇄신하려는 생각이다.”(전현근)
“첫 EP를 냈을 때만 해도 개러지 록이 아니 곡을 가져오면 진도가 나가지 못했다. 근데 이번엔 여러 방법으로 곡을 만들고 발을 떼니 이해도 빠르더라. 개러지 느낌이 없어진 것도 아니고 잘 진화한 것 같다.”(남나리)
“개인적으로 전 개러지 록밴드라기 보단 팝밴드라고 생각한다. 좀 더 대중적인 사람들이 원하는 걸 수용하려고 한다. 우리가 좋아하는 것도 좋지만 다른 것도 시도해보고 싶다.”(김정훈)
아직까지 정규 앨범을 발매하지 못한 보이즈 인 더 키친은 내년 목표를 정규 1집으로 잡았다. 멤버들은 아직 곡이 없다곤 했지만 정규 앨범의 의미를 알기 때문에 당찬 포부를 전했다.
“지금까지 낸 곡이 12곡 정도인데 거시적인 목표나 전략적인 방향을 가지고 나온 곡들은 아니다. 가지고 있는 재료를 꺼냈다고 생각한다. 정규는 잘 모아서 듣는 사람도, 저희도 스타일이나 지향점을 알 수 있게 만들고 싶다.”(김정훈)
“아직까진 한 마디로 정의를 하기 힘든 팀이다. 정규 앨범도 안 나왔기 때문에 그 이후에야 음악색을 말하지 않을까 싶다. 한국에서 록 음악을 한다는 게 모순적이기도 하지만 정규 앨범도 여러 가지 시도를 해서 독특하고 신선한 밴드로 인정받고 싶다.”(남나리)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