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KBS2 ‘개그콘서트’(이하 ‘개콘’)가 시청률 9%의 마지노선마저 넘으면서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개콘’의 오랜 팬들도 이제는 문제가 무엇인지 고심을 거듭하게 되는 실정이다. 회생할 것만 같았던 ‘개콘’이 9%대선 붕괴를 맞은 이유는 무엇일까.
11일 오전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0일 방송된 ‘개콘’은 전국 기준으로 8.8%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3일 방송분이 기록한 9.3%보다 0.5%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개콘’의 위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늘 10% 이상의 시청률을 유지했던 ‘개콘’은 2015년 하반기부터 10% 아래로 떨어져 1차 위기설이 고개를 들었으나, 12월 막바지에는 12%까지 다시 상승세를 타 이를 떨치는 듯 보였다. 하지만 2016년 첫 방송부터 9%대를 기록하다 지난 10일에는 9%대마저도 붕괴된 것.
↑ 사진=개그콘서트 방송 캡처 |
결국 ‘위기설’은 ‘설’로 끝나지 않고 현실이 됐다. 작년부터 불거진 ‘위기설’에 ‘개콘’ 관계자들과 출연진은 “항상 위기는 있어왔고, 가을은 ‘개콘’의 계절이었다. 다시 일어날 것”이라고 서로를 다독였으나 이들이 믿던 ‘가을의 전설’도 결국 물거품이 됐다. ‘개콘’은 한국 방송코미디의 상징인 만큼 ‘개콘’의 추락세에 타 방송사 개그 프로그램들도 긴장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최근 ‘개콘’과 달리, SBS ‘웃찾사’, tvN ‘코미디빅리그’(이하 ‘코빅’)은 상승세라는 점은 인상 깊다. 여전히 ‘개콘’의 시청률이 가장 높지만 ‘웃찾사’는 특히 SNS 상에서 인기가 좋고, ‘코빅’은 케이블 방송에서는 이례적으로 3%를 넘으면서 매 쿼터가 신기록을 경신 중이다. 무엇보다 시청자 반응의 온도차가 눈에 띈다.
그렇다면 ‘개콘’과 ‘웃찾사’ ‘코빅’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뭘까. 바로 ‘생활밀착형’ 개그의 부재다. 지금 타 방송사의 개그 프로그램이 주로 내세우는 ‘생활밀착형’ 개그는 유난히 ‘개콘’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코드가 됐다.
‘웃찾사’의 인기 코너인 ‘남자끼리’ ‘내 친구는 대통령’ ‘윤화는 일곱 살’ ‘흔한 남매’ ‘백주부TV’ 등은 최근 시사나 예능 트렌드, 젊은이들의 생활상을 담은 코너다. ‘남자끼리’에서는 젊은 남녀 사이의 사소한 갈등을, ‘내 친구는 대통령’은 정치에 대한 풍자를 테마로 하고 있다. ‘백주부TV’에는 백종원, 이혜정 등 ‘쿡방’에 최적화된 요리연구가의 모사가 등장하고, ‘윤화는 일곱 살’에서는 일곱 살 윤화를 통해 TV 속 ‘막장’이나 어른들의 왜곡된 생활상을 풍자한다.
↑ 사진=웃찾사(위)/코미디빅리그(아래) 방송 캡처 |
‘코빅’도 비슷하다. 지난 10일 ‘코빅’에서는 ‘오지라퍼’가 2위를 차지했다. 이국주와 이상준이 재치있는 말솜씨로 남녀 사이의 심리를 폭로한다. 이상준은 ‘자기야 미안해’ ‘뭐가 미안한데?’와 같은 패턴으로 남자를 고민에 휩싸이게 만드는 여자들의 메시지 패턴을 콕 집기도 한다. 요즘 SNS를 중심으로 회자되는 남녀 심리가 고스란히 담겼다.
이런 ‘생활밀착형’은 예능 트렌드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2015년 한창 ‘쿡방’이 열풍을 불었고, 2016년에는 인테리어를 주제로 하는 ‘집방’과 반려동물을 주제로 하는 ‘펫방’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그야말로 점점 생활과 더욱 가까운 ‘생활밀착형’ 예능들이 시청자와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뜻이다.
‘개콘’은 오히려 이런 예능계의 추세를 거스르고 있다. 현재 ‘개콘’에서 방영 중인 코너들 중 ‘생활밀착형’ 개그를 하는 코너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코너들은 영화 패러디 혹은 과거를 배경으로 하거나, 유행어 생산에 힘을 쏟고 있다. 우리의 일상생활이 담긴 코너가 부재하다는 건 그만큼 ‘생활밀착형’ 예능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시청자와의 거리는 멀다는 뜻이다. 다소 ‘개콘’이 촌스럽게 느껴지는 것도 바로 지금의 트렌드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전체적인 코너 색깔 때문이기도 하다.
‘개콘’은 한국 코미디의 자존심이고, 그 역사와 위상만큼은 인정받아야 하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그 명성에 맞는 재미와 신선함을 시청자에 줄 수 있어야 ‘대표’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개콘’의 새로운 바람은 과연 언제쯤 찾아올까.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