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인생의 목표는 어떤 배우가 되는 게 아니에요. 누군가가 저를 추억했을 때 좋은 연기자보다 '저 사람은 좋은 사람이다'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배우 강하늘이 18일 오전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동주'(감독 이준익) 제작보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어떤 연기자가 되고 싶으냐는 목표에 대한 답이다.
강하늘의 답변이 짧은 생을 마감한 윤동주 시인과 잘 어울린다는 인상을 전하기 충분했다. '동주'는 일제강점기 스물 여덟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한 시인 윤동주(1917~1945)의 청년기를 그린 영화다. 윤동주와 그의 사촌이자 오랜 벗인 독립운동가 송몽규를 통해 과거를 반추하게 한다. 아픈 역사를 관통하는 서사와 그 안에 빛났던 청춘들의 이야기가 감동을 전할 전망이다.
이날 제작보고회에서 "영화 '평양성'에서 처음 본 강하늘은 깨끗하고 젊고 맑은 청년의 모습이었다"고 밝힌 이준익 감독의 말처럼 영상 속 강하늘은 윤동주의 젊고 맑은 청소년의 모습을 선보였다. 시대에 휘둘리고, 부끄러움에 몸부림 친 모습도 눈에 띄었다.
"내가 한 연기가 윤동주 선생이라고, 관객이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정답처럼 느껴지도록 연기를 해야 하니 힘들었다"고 말한 강하늘은 "사실 모든 게 불안했다. 내가 하는 모든 게 불안하고 내 연기가 아닌 것 같았다. 나를 믿고 연기를 해도 되나 생각했다. 하지만 '평양성' 때도 그랬는데 이준익 감독님은 연기자가 자기의 연기를 믿고 할 수 있게 만든다. 마음 속으로 불안하고 내 자신을 믿지 못해도 '한 번 해보자' 하는 믿음을 줬다. 그런 부분이 고맙다"고 회상했다.
강하늘은 삭발도 해야 했다. 그는 "내가 윤동주 선생을 연기하는 데 고작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 때문에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며 "그 신을 어떤 감정으로 촬영할까를 고심했을 뿐"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영화 '사도'로 관객을 극장으로 이끈 이준익 감독의 신작이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윤동주의 삶을 TV나 영화에서 본 적이 없었던 이 감독의 의문에서 출발했다.
이준익 감독은 "윤동주 시인을 70년간 영화나 드라마로 본 적이 없다. 이유는 그의 여정이 한 편의 영화로 드라마틱하게 나올 수 없는 밋밋한 인물이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송몽규라는 인물과의 관계속에서 그의 여정을 살펴보면 정말 드라마틱하다. 윤동주라는 영화를 송몽규 때문에 찍었다고 할 정도"라고 짚었다.
송몽규를 연기한 박정민은 자비를 들여 윤동주의 생가가 있는 북간도를 찾기도 했다. 그 시대와 인물을 조금이라도 느껴보기 위해서였다.
박정민은 "윤동주 시인의 묘소에는 꽃다발도 많고, 정리도 잘 돼 있더라. 하지만 바로 옆의 송몽규 묘소에는 비석하나만 있을 뿐 벌초도 안 돼 있었다"며 "이분에게 도움을 받고자 무작정 찾아왔는데 나 스스로 너무 무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객
이 감독은 우리가 알고 있는 흑백 사진 속 윤동주 시인의 이미지를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 흑백으로 영화를 촬영했다. 2월18일 개봉 예정.
jeigu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