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훈 기자] 음원 유통사가 창작자에 비해 많은 금액을 가져간다는 문제는 수없이 제기됐지만, 이에 대한 해결책은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몇몇 뮤지션들은 새로운 음원 유통 구조를 찾아 나서고 있다.
보드카레인 출신 보컬 안승준은 영국 유학을 떠나 잠시 동안 공백기를 가졌다. 이후 2014년 3월 싱글 앨범 ‘마이 라스트 송’(My Last Song)과 ‘꿈이 꿈을 꿈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발표하며 솔로 활동에 돌입했다. 그러나 대형음원사이트에서는 그의 노래를 들어볼 수 없다. 안승준은 자신의 공식 사이트를 통해 이에 대한 이유를 밝혔다.
“저의 노래들은 국내 음원사이트에서 판매하지 않습니다. 제 음악을 듣는 것은 무료입니다. 하지만 제 음악을 소장하는 것은, 다른 얘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것은 애초부터 아티스트가 할 수 있는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대형 음원사이트를 통해 노래를 판매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제 음악이 너무 싸게 팔리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작가의 의사와 상관없이 70% 이상 할인이 되서 팔리기도 하구요. 내 작품의 가치는 스스로 정하고 싶었습니다.”
◇언제부터,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사실 음원 판매 구조의 부조리함은 예전부터 생각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대안을 만들고 싶었지만 실행하지 못했죠. 하지만 최근 2년 동안 외국 생활하면서 보고 느꼈던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신념과 태도를 지켜보면서, 부조리한 시스템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마음을 굳혔습니다. 아티스트라는 직업에 희망적인 부분이 있다면 누가 뭐라든 자신만의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겠죠.”
“주변 뮤지션들은 격려를 해주면서도, 한편으로는 ‘장기적인 대안이 될 수 있겠나’ 하는 우려를 하기도 합니다. 대형 사이트들도 조금씩 변화할 조짐이 보이니 기다려보겠다는 입장들도 많고요. 사실 선택은 다양하겠죠. 저는 그 중에 하나를 선택했을 뿐입니다.”
◇바이닐과 아이튠즈, 밴드캠프를 통해서만 음원을 판매하고 계신데 느꼈던 장단점이 있었나요
“바이닐에서 판매하는 제 음악의 가격은 제가 직접 정할 수 있습니다. 판매된 수익에서 바이닐은 28% 정도를 가져갑니다. 아티스트에게 조금이라도 더 많이 수익을 주는 시스템이죠. 단점이라면 아직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른다는 점이겠죠. 또 굳이 추가하자면 스트리밍이 없기 때문에 현재의 트랜드에 적응한 대중들은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겠고요. 하지만 예전처럼 앨범을 사서 자신만의 콜렉션을 모으는 사람들에게는 긍정적인 대안입니다. 금전적으로 아티스트를 서포트하는 의미도 있고요. 장단점은 명확합니다. 그 중에 어떤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선택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안승준만의 음악을 파는 앱이라던지 홈페이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그것은 조금 더 후의 일이 될 듯 합니다. 아무래도 제 음악이 더 많이 쌓이고 나서 할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음원판매의 느꼈던 한계점 같은 게 있었나요?
“어떤 시스템을 통해서든, 음악만으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은 아주 소수의 이야기입니다. 그 소수가 되겠다는 야망을 가져본 적이 없기에 다양한 일들을 하며 생계를 유지합니다. 다만 제 직업이 예술가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예술가다운 선택들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 작품이 이렇게 팔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팔아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지훈 기자 ji-hoon@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