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MBC 월화드라마 ‘화려한 유혹’이 확실한 뒷심을 발휘하고 있는 가운데 드라마의 배우들의 호연이 눈길을 모으고 있다.
‘화려한 유혹’은 지난 19일 31회에서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50부작은 지루하고 늘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회를 거듭할수록 그 긴장감이 더욱 진해지는 ‘화려한 유혹’에 많은 시청자가 반응하고 있는 것. ‘대작’인 SBS ‘육룡이 나르샤’와 시청률 1% 차이로 쫓아가면서 ‘반전’을 선사하고 있다.
이런 ‘화려한 유혹’의 뒷심은 한 회에 굵직한 사건이 연달에 터지는 속도감 있는 전개, 군더더기 없는 스토리, 각자 다른 목적을 가진 캐릭터들이 한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설득력 있는 이유와 사연 등의 시너지 효과다. 물 샐 틈 없는 전개는 한 시간이 후딱 지나가버릴 만큼 시청자의 높은 몰입도를 이끌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유혹’을 ‘웰메이드 심리극’으로 만든 것은 비단 제작진만의 공로는 아니다. 여느 때보다 ‘인생 연기’를 펼치고 있는 배우들의 ‘독 오른’ 연기가 더욱 시청자를 숨가쁘게 만들고 있다.
일단 두 명의 여주인공인 최강희와 차예련은 ‘변신’에도 두려워하지 않고 호연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톡톡 튀는 이미지로 각인됐던 최강희는 무겁고 진지하면서도 50부작인 ‘화려한 유혹’의 주인공으로 나서 의아함과 우려를 동시에 받았다. 최강희는 제작발표회 당시 “변하고 싶었다”고 이미지 변신에 대한 갈증을 드러냈다.
최강희의 갈증은 이번 작품에서 제대로 풀린 듯하다. 최강희는 ‘화려한 유혹’의 신은수를 연기하며 출산, 남편의 죽음, 딸의 혼수상태 등 다른 드라마에서 쉽게 접하지 못하는 사건들을 연달아 맞이했다. 그러면서 최강희라는 배우도 함께 성장했다. 전에는 최강희라는 배우에 이 역할이 맞을까 하는 ‘제약’들이 많았다면, ‘화려한 유혹’으로 다양한 연기를 거쳤기 때문에 이젠 ‘이런 역까지 충분히 잘 해낼 것 같다’는 확신을 심어줬다. 폭이 훨씬 넓어졌단 뜻이다.
차예련은 ‘만년 서브 여주인공’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번에도 서브 여주인공으로 전락하나 싶었다. 하지만 ‘화려한 유혹’ 속 강일주를 연기하는 차예련은 그 어느 때보다 독이 오른 모습이다. 그는 진형우(주상욱 분)를 지독하게 사랑하고, 차기 대통령도 지독하게 되고 싶은 욕망 넘치는 강일주로 시청자 사이에서 ‘연기 합격점’을 받았다. 카리스마 넘치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피도, 눈물도 없는 강일주로 ‘서브 여주인공’이 아닌 ‘주체적 캐릭터’로 거듭났다.
정진영과 나영희는 드라마에서 카리스마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정진영은 신은수에 뒤늦게 사랑에 빠진 전 총리 강석현으로, 나영희는 뼛속까지 정치적이면서 남편의 복수를 위해 아들 진형우와 ‘원수’ 강석현의 집으로 들어가는 한영애로 출연 중이다. 이들은 겉으로는 웃으면서 속으로는 정반대편에서 주변의 인물들을 조종해 심리전을 벌이며 긴장감을 한껏 올리고 있다.
특히 정진영은 신은수에게만은 로맨틱한 강석현의 모습으로 ‘할배파탈’이라는 별명까지 얻게 됐다. 많은 시청자는 정진영을 향해 “소지섭을 포기하게 만든 ‘할배파탈’ 총리님”이라고 말하며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주상욱과 김호진도 마찬가지다. 주상욱은 강일주 곁에서 보좌관을 했을 때에도, 신은수 곁에서 그의 복수를 도울 때에도 언제나 ‘그림자’ 같은 진형우를 연기한다. 어느 때보다 속과 겉이 달라야 하는 까다로운 캐릭터임에도 조용한 말투로 강석현 일가와의 ‘전쟁’의 판을 짜고 반전을 만들며 시청자를 깜짝 놀라게 한다. 김호진은 싸이코패스에 가까운 권무혁으로 ‘연기 변신’을 제대로 꾀하면서 드라마 초반 가장 화제를 낳은 장본인이기도 했다.
주연뿐 아니라 조연들의 활약도 눈부시다. 강석현의 첫 아들이자 무능한 강일도 역의 김법래, 그의 아내로 약삭빠른 이세영 역의 박정아와 함께 드라마의 유일한 ‘웃음 포인트’인 강일란 역의 장영남, 그의 연인 마오광을 연기하는 장원영 등이 각각 ‘케미’를 이루고 있다. 조연들도 각 자리에서 때로는 트러블메이커로, 때로는 재미 요소로 드라마의 다양한 볼거리를 만들어낸다.
이처럼 주연부터 조연까지 모든 배우들이 물 샐 틈 없는 연기를 보여주면서 ‘화려한 유혹’은 비로소 ‘웰메이드 심리극’으로 완성될 수 있었다. 이런 기세에 지난 19일 방송한 ‘화려한 유혹’ 31회는 전국 기준으로 13.8%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시청률을 경신하기도. 과연 지금의 기세를 몰아 ‘화려한 유혹’은 ‘육룡이 나르샤’를 꺾고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며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