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고3에게 가장 자주 하는 거짓말 중 하나는 “대학 가면 멋진 남자 선배 많다. 그때 연애하라”다. 막상 부푼 마음으로 캠퍼스에 발을 내디디면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머릿속에 그리던 ‘훈남’ 선배는 찾아볼 수 없다. 신입생만 바라보는 복학생 선배, 이미 CC인 선배, 틈만 나면 술 먹자는 진상 선배 등만 널려있을 뿐이다.
아쉽지만 ‘캠퍼스 판타지’는 TV 드라마에서나 충족하도록 하자. 수많은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역대급 ‘훈남’ 대학생 캐릭터들을 정리해보도록 하겠다.
↑ 디자인=이주영 |
◇ ‘내일은 사랑’-이병헌
1992년 서구적인 외모에 건치를 자랑하는 미소로 중무장한 신예 스타가 안방극장을 덮쳤다. 왕년의 제임스딘을 연상케 하는 청자켓, 혹은 과 점퍼 차림으로 브라운관을 누볐던 KBS2 ‘내일은 사랑’의 이병헌이다. 이 작품은 대학생을 주연으로 한 주간 청춘 드라마로, 이병헌뿐만 아니라 고소영, 박소현, 김정난, 오솔미, 김정균 등 핫한 라이징 스타들이 대거 출동했다.
이병헌은 당시 건축과 91학번 신범수 역을 맡아 유쾌하면서도 반항기 있는 훈남 대학생 캐릭터를 완성했다. 극 중 문화비평재단이란 동아리 내에서 사랑과 우정을 그려내며 큰 인기를 얻은 이병헌 덕분에 촬영한 대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경쟁률이 치솟기도 했을 정도라고.
◇ ‘우리들의 천국’-장동건
같은 해 MBC ‘우리들의 천국’에서는 장동건이란 걸출한 스타를 배출해냈다. 장동건은 대학생들의 꿈과 낭만, 사랑을 그린 이 작품 2기 멤버로 출연해 본명과 같은 장동건 역으로 출연했다.
당시 장동건은 등장만으로도 크게 화제가 됐다. 조각과 같은 외모에 큰 키, 신예치고는 나쁘지 않은 연기력까지 갖추고 있어 대학 선배 판타지를 제대로 보여줬기 때문. 그는 김찬우, 최진영, 전도연, 이승연, 박선영 등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드라마 흥행의 견인차 구실을 했다. 또한 주제곡 ‘너에게로 가는 길’을 직접 불러 음악 프로그램 차트 1위까지 거머쥐며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 ‘사랑의 인사’-배용준
데뷔 석달 만에 KBS2 ‘사랑의 인사’ 주인공을 꿰찬 배용준은 TV가 발굴해낸 또 하나의 ‘캠퍼스 판타지’ 캐릭터였다. 그는 극중 순수한 감성을 지닌 영민 역을 맡아 성현아, 김지호 등과 함께 대학 로맨스를 엮어나갔다.
당시 배용준은 스마트한 이미지를 구축하며 트레이드 마크였던 뿔테안경을 히트시킬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이후 KBS2 ‘젊은이의 양지’에서 세련되고 똑똑한 대학생 석주 역을 맡으며 그 이미지를 그대로 이어갔고, 배용준은 톱스타로서 자리를 굳건하게 다질 수 있었다.
◇ ‘남자셋여자셋’-송승헌
배용즌, 이병헌, 장동건 등이 정극으로 떴다면 송승헌은 시트콤에서 빛을 발한 케이스다. MBC ‘남자셋 여자셋’에서 번듯한 외모에도 연애엔 쑥맥인 ‘승헌’으로 분한 그는 이의정과 함께 알콩달콩 로맨스를 엮어가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데뷔 초기 모델로 유명했던 그가 배우로 본격적인 인지도를 쌓은 건 바로 이 작품이다. 썰렁한 개그를 주무기로 웃음을 전달했으며, 장난기 많은 신동엽, 빈대 홍경인 등과 달리 ‘훈남’ 이미지를 지켜내며 극의 유일한 ‘안구정화용’ 캐릭터로 사랑받았다.
◇ ‘광끼’
1999년 긴 머리를 흩날리며 여자보다 예쁜 외모로 여심을 저격한 남자 스타가 등장했다. KBS2 ‘광끼’의 원빈이 그 주인공이다. 장동건 이후 예쁘장한 남자 스타들이 전무하다시피 했던 브라운관엔 난데없이 등장한 원빈 덕분에 ‘꽃미남’ 열풍이 일었다.
원빈은 극중 광고동아리 속 사진 찍는 대학생 강민으로 분해 특유의 신비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했다. 그는 이동건, 양동근, 최강희, 배두나, 김소연 등과 함께 극을 이끌어가며, 전국 고3 수험생들에게 광고동아리의 판타지를 심어줬다.
◇ ‘논스톱’-조인성
조인성도 MBC 시트콤이 발굴해낸 스타다. 그는 2000년 MBC ‘뉴 논스톱’으로 모델 수식어를 벗고 청춘스타로 발돋움했다. 훤칠한 키와 다소 마른 듯한 몸매, 스타일리시한 패션으로 여자 중고생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그는 극중 대학 킹카 인성으로 분해 못생겼지만 생활력 강한 경림(박경림 분)과 풋풋한 러브라인을 형성했다. 남자들에게 늘 괄시받던 경림을 유일하게 여자로 대하며 지극정성을 다한 그의 순정에 많은 여성들은 ‘대학 가면 저런 킹카에게 꼭 사랑을 받을 것’이란 착각을 하기도 했다.
◇ ‘응답하라 1994’-정우
정우는 tvN ‘응답하라 1994’로 ‘만년 조연’ 딱지를 떼고 당당히 톱배우로 올라섰다. 이전까지는 껄렁거리거나 거친 남자 역만 맡아오던 그는 이 작품에서 과묵하지만 순정파인 의대생 ‘쓰레기’로 분해 그동안 감춰온 로맨틱한 매력을 발산했다.
극 중 쓰레기는 배역 이름과 달리 스마트한 두뇌와 남자다운 매너, 한 여자를 향한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완벽한 ‘훈남 대학생’ 선배의 전형을 보여줬다. 또한 대학 야구팀 선수 칠봉이(유연석 분)와 라이벌을 이루면서도 그에 뒤지지 않은 카리스마를 보여주며 TV 앞 여성 시청자의 마음을 휘어잡았다.
◇ ‘치즈 인더 트랩’-박해진
올해엔 ‘유정 선배’ 박해진이 안방극장을 습격했다. 그는 tvN ‘치즈 인더 트랩’에서 모든 걸 다 갖췄지만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냉혈한 유정 역을 맡아 원작인 웹툰과 100% 싱크로율을 자랑했다.
박해진은 실제 30대 나이임에도 김고은과 함께 대학생 역을 제대로 소화해내며 찰떡 ‘케미(케미스트리 준말)’를 펼치고 있다. 그의 활약에 힘입어 이 작품은 첫 회부터 tvN 월화드라마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