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오피스 분석은 나름대로 빅데이터 분석이다. 그래봤자다. 분석은 결과를 담보하지 않으니까. 빅데이터의 핵심은 데이터의 양이 아니라 해석이라는 그럴싸한 이야기도 있던데. 에이, 설마 그럴 리가. 다시 한 번. 실행이 핵심이겠지.
설 연휴는 영화시장에서 그 실행의 결과를 볼 수 있는 시기다. 타겟형 시장이기 때문이다. 영화계/극장계 현장사람들이 분석하고 만들어낸 일종의 맞춤 영화들이 등장한다. 그래서 우리들에게 영화를 전달하기 위해 홍보, 마케팅, 배급, 영화관 스태프들이 뛰어다녔던 지난 2004년부터 2015년까지 역대 설 연휴 박스오피스를 분석했다.
영진위 통합전산망 기간별 데이터로 2004년부터 2015년까지 설 연휴 기간을 분석했다. 관객 구성비는 맥스무비, CGV, 예스24 영화의 공개데이터를 분석했다. 자료 분석에 로카 관객분석 3기생들의 도움을 받았다.
요약하면, 설 연휴에 관객은 마지막 겨울 영화를 보기 때문에 시장의 폭발력은 적은 편이다. 설 연휴가 짧고 마지막 날이 평일이면 관객이 더 몰리는 경향이 있다. 한국영화, 코미디, 15세 관람 등급이 역대 1위 영화의 공통점이다. 1위 영화들은 설 연휴에 총관객의 25%를 소화할 정도로 설 맞춤형 기획 영화다. 쇼박스가 설 연휴에 우세하고, CJ E&M의 주가는 설 연휴 전주에 비해 직후에 매년 올랐다. 설 연휴 시장은 30대와 40대의 가족관객이 전체 시장을 이끌고, 20대가 1위 영화는 결정한다. 올해는 <검사외전>이 방패, <쿵푸팬더3>가 창의 대결을 펼치는데 5일간 592만 명 정도가 추정된다.
■ 설 연휴, 폭발적인 시장은 아니다.
설 연휴는 영화회사와 관객에게 의미가 다르다. 설 연휴에 영화회사는 새해 첫 번째 기대작을 내놓고, 관객은 마지막 겨울영화를 본다. 이런 관점의 차이를 관객수로 확인할 수 있다.
역대 설 연휴의 일평균 관객수는 약 100만 8천명이다. 그러니까 설 연휴 하루는 토요일의 1.2배 정도 되는 시장이다. 올해는 연휴 기간이 총 5일이니까 ‘토요일’이 연이어 6일(=1.2*5일)이 붙어 있는 셈이다. 이 정도면 새해 첫 번째 대목으로서 제법 큰 규모다.
그런데 겨울시장에 위치시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설 연휴 일평균 관객수는 크리스마스 161만 여명의 70%, 1월 1일 116만 여명의 90%다. 공휴일이 아닌 크리스마스 이브(12월 24일)가 100만 3천명으로 가장 유사한 편이다.
게다가 설 연휴는 폭발력도 약한 편이다. 설 연휴의 전주 대비 평균 증가율은 1.7배다. 2배가 되지 않는다. 2배 이상이었던 해는 2005년(2.4배), 2009년(2.2배), 2015년(2배) 밖에 없다. 크리스마스 이브 2.1배, 크리스마스 3.3배와 비교하면 더욱 적다.
그러니까 설 연휴의 시장 효과는 2월이 다른 달보다 2~3일이 적은 걸 만회하는 정도이다. 1사분기보다 겨울시장으로 보는 편이 더 타당하다. 실제로 설 연휴 관객수는 전월, 전주, 1월 1일, 크리스마스 관객수 순으로 영향을 많이 받았다(p<0.05). 관객들은 겨울영화를 설 연휴 영화로 마무리하는 것이다.
이런 수치가 아니더라도 짐작할 수 있다. 역대 겨울 천만영화 중에서 설 연휴 1위작은 <7번방의 선물>뿐이다. 설 연휴 1위는 그만큼 확장성이 약하다는 걸 방증한다.
설 연휴 일평균 관객수는 기간이 짧을수록 더 많았다. 또 연휴 마지막이 평일로 끝날 때가 일요일로 끝날 때보다 일평균 관객수가 더 많았다.
일평균 관객수를 2007년부터 2년 단위로 비교하면 3일간이 4~5일간보다, 4일 간이 5일간보다 더 많다. 예컨대 5일간인 2015년(1,570,418명)보다 3일간인 2013년(1,466,668명), 4일간 2014년(1,570,418명)보다 더 많았다. 2009년과 2013년은 연휴 기간이 전년보다 하루가 더 짧았지만 총관객수는 더 많은 경우도 있었다.
영화와 여행의 대체재 관계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연달아 쉬는 날이 길수록 소비자는 영화 관객이 아니라 여행객이 되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의 해외 출국자수가 자료로 나오곤 하는데 영화 관객수의 증감률과 비교해보면 연관성을 발견할 수 있다.
연휴 마지막 날의 요일에 따라 일별 관객 분포도와 일평균 관객수에도 차이를 보였다. 마지막 날이 평일이면 1일차부터 마지막 날까지 관객수가 계속 증가했다. 그러나 일요일이면 3일차를 꼭짓점으로 마지막 날에는 하락세가 됐다. 평일로 끝날 때가 일요일로 끝날 때보다 일평균 관객수도 더 많은 편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일수와 요일, 두 요소가 상쇄된다. 대체휴가까지 총 5일간이지만 마지막 날은 평일로 끝난다.
■ 설 연휴, 한국영화 프리미엄이 있다.
설 연휴 역대 1위 영화의 가장 큰 공통점은 ‘한국영화’다. <적벽대전 2 : 최후의 결전>(2009)가 유일하게 외국영화로는 설 연휴 1위작이다. 그만큼 한국영화 프리미엄이 붙는 시기이다.
2014년 <수상한 그녀>와 <겨울왕국>의 경쟁 상황을 돌이켜보자. 2014년 1월 22일 개봉한 <수상한 그녀>는 1월 16일에 개봉한 <겨울왕국>에 밀려 설 연휴 첫 날인 1월 30일까지도 2위에 머물렀다. 이 정도면 1위 자리는 바뀌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설 연휴 이틀째인 1월 31일에 <수상한 그녀>가 개봉 10일 만에 1위로 올라섰다. <수상한 그녀>는 연휴 4일간 2,173,692명을 불러 모으며 <겨울왕국>의 2,118,054명을 55,638명 차이로 제치고 설 연휴 1위로 기록됐다. <겨울왕국>이 개봉 이후 내내 1위를 차지했고 애니메이션 최초의 천만관객 달성 여부가 화제였던 것을 감안하면, <수상한 그녀>에게 한국영화 프리미엄이 붙은 셈이다.
한국영화 프리미엄 현상은 1위 영화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설 연휴에 전반적으로 관객이 한국영화를 선호했다. 설 연휴에 한국영화 점유율은 외국영화를 사실상 압도했다. 2004년 72%를 시작으로 최근 2013년 80%, 2014년 63%, 2015년 52% 까지 과반수를 넘은 해가 지난 12년 간 10회다.
그렇다고 한국영화 편수가 유독 많은 것도 아니다. 상위 10위권 편수는 2005년 이후 외국영화가 한국영화보다 더 많았다.
설 연휴에는 코미디 장르가 초강세다. 연간 코미디의 평균 점유율은 19%인데 설 연휴 기간 동안에는 45%로 2배가 넘는다. 이 정도면 득세라는 표현이 더 맞겠다. 코미디 득세는 역대 1위 영화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12편 중 8편은 코미디 장르다. <말죽거리 잔혹사>(2004), <말아톤>(2005), <적벽대전 2 : 최후의 결전>(2009), <의형제>(2009)만이 복합장르로서도 코미디가 아닐 뿐이었다.
관람등급은 15세 이상 관람 등급이 가장 많았다. 15세 이상 관람가 45%, 12세 이상 관람가 28%, 전체관람가 21%였으며, 청소년관람불가는 6%에 불과했다. 역대 1위의 관람등급도 마찬가지였다. 15세 이상 관람가가 7편으로 가장 많았고, 12세 이상 관람가 4편, 전체관람가 1편이었으며, 청소년관람불가는 없었다.
■ 설 연휴 1위, 기획이 적중한 결과다.
역대 1위의 흥행 흐름을 살펴보면, 1위라는 결과는 설 연휴 기획 영화가 적중한 결과로 볼 수 있다.
1위 영화들은 최종 관객수의 1/4을 설 연휴 기간 안에 모았다. 설 연휴 기간이 평균 3.9일이니까 1위 영화들은 4일도 되지 않는 기간에 전체 관객의 25%를 소화하는 것이다. 그러니 1위 영화들의 최대관객동원일이 개봉주가 아니라 설 연휴 기간 안에 있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 <말죽거리 잔혹사>(2004), <투사부일체>(2006)을 제외한 10편의 최대관객동원일이 설 연휴 기간 안에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를 꼽자면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2015)이다.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은 설 연휴 기간 내내 1위를 유지하며 최종 관객 3,872,015명의 50%를 모은 후 연휴 직후에 1위에서 바로 내려왔다.
■ 설 연휴, 쇼~박스 타임이다.
설 연휴는 ‘쇼~박스’ 타임이다. 배급사 쇼박스가 경쟁사에 비해 강한 면모를 보였다. 쇼박스가 배급한 설 연휴 1위작은 <말아톤>(2005), <적벽대전2>(2009), <의형제>(2010), <조선명탐정> 시리즈(2011,2015)이다.
사실 배급 편수는 쇼박스와 CJ E&M(씨제이엔터테인먼트)가 5편씩 동일하다. 그런데 1위의 설 연휴 누적관객수에서 차이가 난다. 쇼박스가 600만 여명으로 CJ E&M의 500만 여명보다 더 많았다.
쇼박스는 1위 관련 기록뿐만 아니라 자사 배급작의 1편당 관객수에서도 다른 주요 배급사들에 앞섰다. 설 연휴에 쇼박스는 25편을 배급해 편당 29만 명, CJ E&M은 58편을 배급해 편당 19만 명을 기록했다.
한편, 쇼박스 타임은 지금까지 3년 주기로 일어났는데 올해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연휴 기대작 <검사외전>이 쇼박스 배급작이다.
■ 설 연휴 직후, CJ E&M 주가가 오른다.
‘설 연휴 관객수 증가는 확실하니 영화 관련 상장사의 주가도 오르지 않을까?’ 이런 상상을 해보게 마련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CJ E&M의 주가만 비교적 안정적으로 상승했다. 다른 회사의 주가는 보수적으로 보면 오히려 감소세에 가까웠다.
CJ E&M(130960), CJ CGV(079160), 쇼박스(086980), NEW(160550), 4개사의 주가 변동을 설 연휴를 전후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살펴봤다. 설 연휴 전일(연휴-1일)을 기준으로, 1주일 전(연휴-8일), 전전일(연휴-2일), 직후일(연휴+1일)을 비교했다.
CJ E&M은 1주일 전보다 5년 동안 매년 상승해, 평균 +3%였다. 전전일보다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매년 상승해, 평균 +1%였다. 직후일에는 2013년만 –3%였고, 나머지 해는 모두 상승해 +1%였다. 직후일 종가는 1주일 전보다 평균 +4%였다.
반면, 다른 회사의 주가는 상대적으로 변동폭이 크거나 감소세였다. CJ CGV는 1주일 전, 전전일, 직후일의 비교에서 2개년만 상승해 평균 –1%였다. 쇼박스는 직후일에는 2012년을 제외하면 모두 감소해 –2%였다. NEW는 2015년 한 해만 해당하는데 직후일에 +3%였지만, 1주일 전보다 –10%, 전전일보다 –5%였다.
■ 설 연휴, 30~40대가 주도하고 20대가 1위 결정한다.
30대 관객과 40대 이상 관객이 설 연휴 시장을 주도했다. 연령대 비율은 30대 41%, 40대 이상 33%, 20대 25%, 10대 1% 순이었다. 성별 비율은 여성 58%, 남성 42%였다.
이러한 관객 분포는 한국영화, 코미디, 15세 이상 관람가의 설 연휴 프리미엄을 설명한다. 가족관객이 설 연휴의 주요 관객층인 셈이다. 다만 ‘가족관객’하면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유아-부모관객층이 아니다. 청소년-부모관객, 부모-성인자녀관객이 주를 이룬다.
이러한 동반 형태는 관객이 영화를 보수적으로 선택하게 만든다.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은 청소년-부모관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등급이고, 한국영화는 부모-성인자녀관객에게 ‘자막을 읽지 않아도 되는’ 영화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적당히’ 만족하며 ‘함께’ 볼 수 있는 장르가 코미디이다. 종합하면, 설 연휴 흥행작들은 영화관 현장에서 ‘2순위 선택’이 가능한 영화들이다. 가령 전체관람가의 <말아톤>(2005)은 1위가 되는데 <겨울왕국>(2014)은 되지 못한 이유도,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의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2015)이 1위에 오르지 못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1위 영화를 결정하는 것은 다른 관객층이다. 바로 20대였다. 1위 영화는 공통적으로 20대 비율이 평균보다 높았다. 전체 시장을 주도하는 30대와 40대 이상의 비율은 오히려 평균보다 더 적은 경우가 더 많았다.
■ 방패 <검사외전> vs. 창 <쿵푸팬더3>, 그리고 <로봇, 소리>
올해 상위권 경쟁은 <검사외전>이 방패, <쿵푸팬더3>가 창인 구도다. <검사외전>은 개봉 이틀 만인 2월 4일에 100만 명을 넘겼다. 1주일 전 개봉한 <쿵푸팬더3>는 2월 4일까지 누적 192만 명을 기록 중이다.
<검사외전>은 방패의 성격이 강하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기존의 기획 성공 요인들이 그대로 포함된 영화다. 한국영화, 코미디, 15세 이상 관람가, 3박자를 모두 갖췄는데 설날 강자인 쇼박스가 배급한다. 여기에 주연배우 황정민은 <댄싱퀸>(2012), 강동원은 <의형제>(2010)로 설 연휴 1위 경험이 이미 있다. 만약 이대로 1위를 한다면, 황정민-강동원은 김명민-오달수에 이어 설 연휴 1위를 2회 차지한 배우가 된다.
<쿵푸팬더3>가 창인 이유는 외국영화, 애니메이션 등 기존의 기획 성공 요인을 모두 뒤집는 요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약간 비튼 정도기 때문에 가능성은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우선, <쿵푸팬더3>의 배급사는 <겨울왕국>의 설 연휴 1위를 저지했던 배급사 CJ E&M이다. 그 경험치, 어디 안 간다. 결정적으로 <겨울왕국>과 <쿵푸팬더> 시리즈는 선호 연령대와 장르가 다르다. <쿵푸팬더> 시리즈는 20대 관객들을 불러 모으는 애니메이션 브랜드이다. 게다가 1편 당시 데이트 관객들은 이제 자녀와 함께 볼 부부 관객이기도 하다. <겨울왕국>이 뮤지컬이라면 <쿵푸팬더>는 코미디와 액션 복합 장르이기도 하다. 외국영화, 잭 블랙은 이미 ‘잭 형’이 아니던가.
마지막으로 올해 설 연휴 총관객수는 어느 정도일까? 추정해보면 5일간 총 592만 명 정도가 기준
그런데 앞으로 설 연휴 시장이 더 커지려면 <로봇, 소리>처럼 기존 기획과 다른 도전이 계속 나와야 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새로운 ‘소리’를 들어보길 추천한다. 역시 실행이 핵심이다. 상위권 영화 이외에 추천작은 <최강전사 미니특공대: 영웅의 탄생>이다. 아이들이 아주 좋아한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