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해줘'는 페이스북이 사랑의 매개체 역할을 톡톡히 한다. 로마 신화 속 '사랑의 메신저' 큐피드가 현재 어딘가에 있다면 울고 갈 정도다.
한류스타 노진우(유아인)와 악명 높은 스타작가 조경아(이미연), 연인에게 버림받은 노총각 '오지라퍼' 셰프 정성찬(김주혁)과 사기당해 집 잃은 노처녀 스튜어디스 함주란(최지우), 귀가 들리지 않는 천재 작곡가 이수호(강하늘)와 초짜 드라마 PD 장나연(이솜)의 로맨스를 페이스북을 통해 우연인 듯 필연인 듯 연결했다.
악연인 것처럼 보이나 사실은 신인 시절 좋아했던 작가 경아의 SNS를 몰래 찾아보고 미혼모인 그녀의 아이가 '혹시 내 아이가 아닌가?'라며 안절부절 못하는 진우, 좋아하는 감정을 솔직히 말하지 못하고 SNS '좋아요'를 클릭하는 것으로 대신하는 성찬,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하는 나연에게 자신의 장애 탓 수동적으로 글로만 마음을 표하는 수호 등등. SNS로 사랑을 시작하는 세 커플의 다양한 모습이 2016년을 사는 이들을 대변하려 한다.
이들의 사랑은 대부분 웃음과 재치로 가득하다. 수호와 나연 커플이 사랑의 극적인 감동에 대해 전하기도 하지만 감동의 크기는 그리 크지 않다. 세 커플의 코믹한 일상이 더 관객에게 와 닿을 법하다.
특히 최지우와 김주혁이 이 옴니버스식 영화에서 웃음을 전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을 내려놓은 듯한 김주혁과 최지우는 각각 과감한 애드리브성 발언들을 빵빵 터트리고, 탬버린을 흔들고 목에 통과시킨 뒤 막춤까지 불사하며 즐거움을 전한다.
이미연과 유아인의 어울림도 나이 차가 무색하게 묘하게 어울린다. 다만 유아인이 안하무인 한류스타 캐릭터라는데 아무래도 그 수위가 높지 않다. 오히려 평범해 보인다. 자신의 마음을 밝히는 신의 감동도 크지 않아 아쉽다. 그래도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미연과 유아인은 나름의 케미스트리를 발산한다. 이솜과 강하늘은 풋풋한 첫사랑 감정 담당이다.
특정한 일부가 모두를 대변할 수 없듯 현실감이 떨어지는 건 아쉬운 부분이다. 몰입해야 할 부분이 어디인지 알 수 없을 수 있다. 일반적이지 않은 이들을 특정화해 보여주는 건 영화를 보게 하는 매력일 수 있으나 또 한 편으로는 단점으로도 다가온다.
그간 수동적으로만 그려졌던 여성들, 그것도 3명을 전면에 내세워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캐릭터로 나오게 한 건 특기할 만하다. 미혼모임을 당당히 밝히며 굴복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경아, 큰돈을 사기당하며 어리바리해 보이지만 연하와의 사랑도 불사하지 않는 주란, 먼저 고백하며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스타일인 나연 등이 그 역할을 톡톡히 다한다. 21세기 현재의 사랑
하지만 현재나 과거나 달라질 건 없다. 사랑의 본질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 양쪽의 온기가 필요하다는 것. 페이스북에 친숙한 이라면 몰입할 수 있고, 아니라면 그냥 무난한 코믹로맨스 영화다. '6년째 연애중'의 박현진 감독의 신작이다. 120분. 12세 이상 관람가. 1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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