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MBC ‘몰카배틀-왕좌의 게임’(이하 ‘몰카배틀’)이 많은 화제와 시청률을 동시에 잡으면서 강력한 정규 프로그램 후보로 올라서고 있다.
‘몰카배틀’은 16년 전 이경규가 진행하던 ‘몰래카메라’를 부활시킨 프로그램으로, 원조인 이경규에 노홍철, 이특이 출사표를 던져 진짜 ‘몰래카메라’의 제왕을 가린다. 이경규는 전현무를 대상으로, 이특은 혜리를, 노홍철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각각 몰래카메라를 진행했다.
이특은 혜리를 속이기 위해 걸스데이 민아와 팀을 결성, 민아와 사귀고 있지만 이게 기자들에 발각돼 곧 열애설이 터질 것이라고 선언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에 케이윌까지 가세해 케이윌이 혜리를 짝사랑하고 있다는 설정도 추가했다. 이 모든 설정에 신빙성을 부가하기 위해 민아와 이특은 뽀뽀까지 했다.
↑ 사진=몰카배틀 방송 캡처 |
하지만 이는 혜리의 ‘역몰카’였다. 혜리는 제작진에 미리 이를 전달받았고, 이특을 속이기 위해 혼신의 연기를 다한 것. 이특은 나름대로 다양한 설정을 부비트랩처럼 설치하며 혜리가 푹 빠지기를 원했지만, 혜리는 이를 모두 간파하고 완벽하게 이특과 가담자(?)들을 속여 완벽하게 ‘몰래카메라’를 성공시켰다.
노홍철은 예비신부들을 위한 ‘몰래카메라’를 준비했다. 그는 예비신랑이 준비한 이벤트인 척 하지만 알고 보니 신부들의 아버지들이 준비한 감동적인 이벤트를 준비했다. 연예인들을 위한 재미 위주의 ‘몰래카메라’를 이특과 이경규가 담당했다면, 노홍철은 시민들을 위한 ‘관찰카메라’를 준비한 셈이었다.
역시 백미는 이경규였다. 이경규는 처음부터 “내가 지면 은퇴할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의 희생양은 전현무. 전현무가 중국 진출을 꿈꾸고 있었던 것을 이용, 중국판 ‘우리결혼했어요’ 출연을 제안하는 모습을 그려냈다. 그의 시나리오에 깜빡 속은 전현무는 회당 출연료 1억 원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미 중국에서 활동 중인 채연이 바람잡이로 나서고 적재적소에 설치해놓은 ‘함정’들 덕분에 전현무는 속을 수밖에 없었다.
승리는 ‘원조’ 이경규에게 돌아갔다. 무려 50% 이상의 득표율을 보이며 유유히 왕좌 자리를 지킨 것. 이경규는 MBC ‘무한도전’의 ‘예능총회’에서 “오랜만에 MBC와 예능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 것 중 하나가 ‘몰카배틀’이었던 만큼 그의 MBC 컴백은 화려하게 막을 올린 셈이다.
↑ 사진=몰카배틀 방송 캡처 |
이경규가 진행한 ‘몰래카메라’는 사실 ‘일밤’의 전신인 ‘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자리잡게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1988년부터 방영된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 2MC로 주병진과 발탁된 이경규가 국민 MC로서 자리 잡은 것도, MBC가 예능에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도 ‘몰래카메라’ ‘양심냉장고’ 같은 코너들 덕분이었다.
그중에서 단연 ‘몰래카메라’는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역사가 됐다. 지금까지 ‘몰래카메라’는 많은 방송사의 포맷에서 눈독을 들이는 ‘시대를 타지 않는’ 아이템이다. 게다가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서 가장 오랫동안 방영된 코너가 바로 ‘몰래카메라’였던 것. 당시에 이경규가 나타났다 하면 모든 연예인들이 ‘몰카는 아닐까’하며 주변을 둘러봤다는 일화는 이경규라는 인물의 파워를 짐작케 한다.
이랬던 ‘몰래카메라’가 16년이 지나 2016년에 ‘몰카배틀’로 돌아왔다. 16년이 지나도 역시 아이템은 트렌디했고, 연예인·시민 할 것 없이 어떤 장소에서 어떤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몸소 입증했다. 전현무가 16년이 지난 지금 이경규의 얼굴만 봐도 몰래카메라인 것을 알고 속았다고 주저앉는 모습은 여전히 이경규가 가진 그 상징성을 나타내는 사례였다.
시청률 면에서도 단연 1위를 달렸다. 10일 오전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방송된 ‘몰카배틀’은 전국 기준 11%라는 놀라운 시청률을 달성한 것. 이는 설특집 파일럿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것뿐 아니라 현재 방영 중인 3사 예능 프로그램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기록이다.
변화무쌍한 아이템과 이경규라는 ‘예능 장인’, 그리고 ‘시청률 보장권’까지 모두 갖춘 ‘몰카배틀’. 돌아와야 마땅한 프로그램 아닐까. 이제 이경규가 MBC에서 제3의 전성기를 맞이할 때가 됐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