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유지혜 기자] 작년 한해 예능가는 ‘쿡방’ 홍수였지만, 올해는 그 양상이 또 달라졌다. MBC ‘일밤-복면가왕’이 크게 성공하면서 방송사들이 음악 예능 프로그램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이번 설 연휴를 기점으로 우후죽순 제작하기 시작한 것. MBC ‘듀엣가요제’ SBS ‘판타스틱 듀오’ ‘신의 목소리’ 등이 바로 그 결과물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따라하기식으로 번지고 있는 이런 열풍에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쿡방’ 트렌드가 그러했듯 프로그램의 다양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편의 음악 예능 프로그램의 정규 편성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이런 제작 열풍을 진단해본다.
[찬성] ‘음악예능’이 필요한 이유요? 시청률을 보세요
지난해부터 인기를 얻은 ‘음악예능’이 2016년에도 열풍을 지속할 모양입니다. 2016년의 예능계를 예측해볼 수 있는 설 연휴 동안 각 방송사에서 공 들인 파일럿 프로그램들은 음악예능이었기 때문이죠. 벌써 SBS는 ‘판타스틱 듀오’를 정규 프로그램으로 확정 지었습니다.
일각에서는 쏟아지는 음악예능에 경계하고 있죠. 이해는 합니다. ‘쿡방’이라는 거대한 흐름에 잠식당했던 예능계를 지켜봤던 시청자들로선 걱정이 안 될 수 없죠. ‘올해는 음악예능이야?’라며 한숨을 쉴 법도 합니다.
음악예능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제작진들도 이런 시청자의 걱정을 알고 있습니다. MBC ‘복면가왕’의 민철기 PD는 “쏟아지는 음악예능을 보면 불안하긴 하다”고 말했지만 “프로그램의 특성을 잘 살려 차별화를 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처럼 ‘복면가왕’은 ‘복면’을 통해 편견을 깨는 것에 초점을 맞췄고, SBS ‘판타스틱 듀오’는 일반 참가자의 실력과 사연에 초점을 맞추며 드라마적인 요소를 더욱 부각시켰습니다.
이처럼 서로 다른 포인트에 주안점을 두며 음악이라는 큰 줄기는 같이 하지만 기시감을 최소화하려는 제작진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미 비슷한 포맷들이 넘쳐난 ‘쿡방 열풍’을 경험한 방송계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차별화’에 더욱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덧붙여 방송사 입장에서 음악예능을 눈독들일 수 밖에 없는 명확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시청률’입니다. 설특집 중 SBS ‘신의 목소리’는 10.4%, ‘판타스틱 듀오’는 8.4%, MBC ‘듀엣가요제’는 9.8%의 높은 시청률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음악예능의 인기를 증명하는 셈이죠.
시청자 반응도 ‘정규 편성’에 대한 요청이 대부분이었어요. ‘판타스틱 듀오’는 참가자들의 사연으로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고, ‘듀엣가요제’는 다양한 장르의 가수들이 파트너부터 선곡까지 경쟁 구도로 진행하면서 웃음과 음악을 동시에 잡아낼 수 있었죠. 전 연령층이 함께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는 평들이 이어졌습니다.
설특집이 시작하기 전에는 시청자들의 걱정을 자아냈던 것과 판이한 행보입니다. 높은 시청률로 방송사도 좋고, ‘음악’이라는 요소 하나로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생겨 시청자도 좋고. ‘천편일률’이란 이유로 벌써부터 음악예능을 거부할 이유, 어디에 있나요?
↑ 사진=판타스틱듀오 방송 캡처 |
[반대] “‘쿡방’에 피로했던 시청자의 눈, 이번엔 ‘음방’이라고요?”
설 연휴에야 알게 됐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노래와 흥을 즐기는 민족이었다는 걸. 음악 예능 프로그램이 하도 많아서 채널만 돌리면 들려오는 가락에 정신이 휘청일 정도였으니까요.
물론 작년엔 ‘음식의 민족’이었습니다. ‘집밥 백선생’ ‘냉장고를 부탁해’ ‘백종원의 3대천왕’ ‘한식대첩’ 등 수많은 ‘쿡방’들이 시청자들을 살찌게 했죠. 대신 눈과 귀는 피로해졌습니다. 프로그램 제목만 다를 뿐 스타셰프란 수식어 아래 똑같은 패널들이 번갈아가며 등장했고, 콘셉트도 ‘도긴개긴’이었죠. 요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아예 볼 게 없다는 푸념도 여기저기서 튀어나왔고요.
시청자는 살찌는 반면 다른 장르의 예능 프로그램 제작진은 말라만 갔습니다. 다양성을 보장받을 수 없는 제작 환경에서 ‘쿡방’의 득세를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죠.
음악 예능 프로그램의 열풍이 걱정되는 건 바로 이런 점 때문입니다. 시청자와 제작진 모두에게 민폐가 될 수 있는 상황이 또 오지 말란 법은 없죠. 실제 새롭게 론칭한 파일럿 음악 예능 프로그램들은 블라인드 테스트, 아마추어 실력자, 노래 대결 등 이전의 인기 음악 예능의 요소들을 그대로 옮겨놨습니다. 흥행 가능성을 검증받은 요소들을 외면한 채 새로운 시도를 할 순 없었던 거죠.
이렇게 비슷비슷한 프로그램들이 늘어난다면 어떨까요? ‘쿡방’ 홍수 사태와 똑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까요? 금맥이라 하면 달려드는 방송사의 욕심이 이번엔 도를 넘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