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윤아 기자] 배우 허정민은 최근 종영한 KBS2 일일드라마 ‘다 잘될거야’를 통해 배우로서의 입지를 더욱 굳혔다.
허정민은 드라마 ‘모래시계’ 아역배우로 연예계에 데뷔해 어느덧 데뷔 20년차가 됐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허정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아이돌 밴드 문차일드다. 허정민은 2000년 문차일드로 가요계에 데뷔했고, 이듬해 팀을 탈퇴했다.
대중들에게 확실히 눈도장을 찍은 허정민이 돌연 문차일드를 탈퇴한 데에는 연기에 대한 욕심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후 연극무대와 조연 단역을 가리지 않고, 달려온 결과 일일드라마 ‘다 잘될거야’ 주인공까지 올라섰다.
인터뷰 내내 극중 우유부단한 장진국(허정민 분) 이미지는 허정민에게 전혀 보이지 않았다. 장진국을 연기한 허정민의 연기력이 탁월했다는 사실을 방증하듯 ‘이렇게나 솔직해도 될까’ 싶을 정도로 거침없는 발언으로 유쾌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종영하니 기분이 어떤가.
“처음으로 부모님께 효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TV에 나오다보니 어머니, 아버지가 어디 가면 ‘우리 아들이야’라고 할 수 있으니깐 효도했구나 싶다. 특히 어머니도 장진국 편에 서서 몰입하시면서 재밌게 보시더라. 데뷔 20년 만에 이 직업 갖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동안 연예인 활동을 시작하며 후회가 많았다. 결과물이 좋지 않았다. 작품의 문제가 아니라, 허정민이라는 사람이 배우로서 애매한 위치라고 생각했다. 우리 아들이 연예인인데, 딱히 사람들이 알 만한 건 없었고. 그런 게 항상 부모님에게 죄송한 마음과, 응어리로 남아있었는데, 이번 기회 덕분에 효도한 기분이다.”
↑ 사진=다잘될거야 캡처 |
-오히려 문차일드 때는 대중들에게 확실히 관심을 받지 않았나.
“문차일드 땐 안하무인이었다. 스케줄도 워낙 많았고, 내가 어떻게 사는지도 모르고 살았다.
그런데 많이 배웠던 시기이기도 하다. 그 시기가 없었으면 나란 사람의 인성은 제대로 완성되지 못했을 것 같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나.
“20대는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힘들었다. 지금은 담배를 끊었지만, 그때만해도 담배와 술에 취해 살았다. 방송에서 불러주는 곳도 없다보니 항상 혼자라고 생각했다. ‘왜 날 도와주는 사람이 없지. 나는 노력하는데. 잘 할 수 있는데’라고 원망만 했다.
집안 사정도 어려워졌고, 군대를 갔다오니 30살이더라. 겨우겨우 미아리 언덕에 있는 오백에 이십짜리 단칸방을 구해서 방송 활동을 시작했다. tvN 드라마 ‘연애 말고 결혼’의 송현욱 PD님이 많이 도와주셨다. 출연 제의도 해주시고 칭찬도 해주셔서 그땐 ‘나도 연기를 해도 되나보다. 가망이 있나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 되는 일이 다시는 없을 줄 알았다. 미아리 단칸방에서 한 해 한 해 보낸 게 5년이 됐다. 기적이 매일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뒤돌아보면 내가 tvN 드라마를 했고, 지상파 드라마를 했다. 목표를 향해 조금씩 잘 가고 있는 거 같다.”
-송현욱PD님과 관계는 정말 남다른 것 같다. 특별한 인연이 있나.
“송PD님 덕분에 내가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군대에 다녀와서 소속사도 없었고, 혼자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방황도 많이 했다. 그때 덥석 KBS 단막극 ‘82년생 지훈이’ 주인공 자리를 제안해주셨다.
10년 전 아침 일일드라마 ‘그여자의 선택’을 했었다. 당시 지금의 ‘다 잘될거야’의 김원용 감독님이 연출을 맡았고, 조연출이 송 감독님이셨다. 그 두 분이 나를 예쁘게 봐주셨나보다. 그게 인연이 됐다.
‘연애 말고 결혼’ 캐스팅 당시에도 여려 사람의 반대를 무릅쓰고 나를 캐스팅해줬다고 들었다. 감사할 따름이다.”
↑ 사진=FE엔터테인먼트 |
-이번 ‘다 잘될거야’ 캐스팅 당시에도 어려움이 있었다고.
“작가님이 나의 전작인 ‘연애말고 결혼’을 보고, 이렇게 까부는 애가 부성애 연기를 할 수 있겠냐고 반대했다고 들었다. 이후 진지한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했다.
종방 이후에 작가님을 만났는데, ‘아유 우리 주인공’ 이렇게 말씀하시고는 안아주셨다. 속으로 ‘다행이다. 하나의 반대를 무릅쓰고 해냈구나’라는 안도의 숨이 쉬어졌다.
-그렇다면, 허정민만의 어필 포인트가 있을까. 나 이 연기 만큼은 누구보다 자신있다!
“나이 또래 어느 친구들 보다 인생 경험이 풍부하다고 자부한다. 특히 진국이를 보면서 내 인생 얘기 같았다. 배우들이 ‘진국이 젊은 나이에 힘들었겠다’고 얘기했는데, 아버지는 ‘너 연기하기 편했지?’라고 딱 아시더라. 불쌍한 연기, 고생하는 모진 연기는 내가 정말 잘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코믹 연기도 자신 있다. tvN 드라마 ‘슈퍼대디열’에 카메오로 출연했을 당시에 감독님이 대사는 알아서 써서 연기하라고 주문을 주셨다. 새벽2시에 전화를 받고, 4시간 뒤인 6시에 촬영을 갔다. 불행 중 다행으로 반응도 좋았고, 내 스스로도 뿌듯했다.”
-허정민의 다음 목표는 뭔가.
“항상 생각해오던 과정이 있다. ‘단막극-tvN-지상파 진출-일일드라마-주말드라마-미니시리즈 주조연-영화’로 이어지는 과정이다. 간절히 생각하니 이뤄지더라. 일일드라마까지 왔으니 이젠 주말드라마를 꼭 하고 싶다. 그리고 인지도를 더 쌓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허정민이라는 배우, 대중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싶나.
“롤모델이 손현주 선배다. 지금은 영화를 주로 많이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손현주라는 배우는 늘 항상 우리 곁에 있었어. 일일드라마, 주말드라마, 미니시리즈 연속극까지 가리지 않고 꾸준히 시청자들과 함께했다. 어느 한 순간만 반짝하지 않았다. 나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시청자들과 함께 나이 들어서, ‘내 나이가 50인데, 허정민 쟤도 50이야?’라고 생각이 들 수 있으면 행복할 것 같다.”
김윤아 기자 younahkim@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