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되는대로 요염한 건 모르겠다. 하지만 거칠고 건방진 건 확실하다. 자신감 충만이다. 웬만한 액션스타 저리 가라 할 무술을 선보이고, 총과 쌍칼을 자유자재로 휘두른다. 화장실 유머 가득한 입담은 또 어떻고. 마블 역사상 가장 독특하게 매력을 터트리는 캐릭터다. 녹색 쫄쫄이를 거부하고, 빨갛고 꺼먼 색이 적절히 조화된 쫄쫄이를 몸 전체에 뒤집어쓴 데드풀이다.
잔혹하다 느낄 화끈한 액션은 그야말로 화려하고 '더러운' 대사들이 시종일관 관객들의 신경을 건드린다. 짜증 날 정도까지 이르게 하려는 순간 나름의 수위 조절로 관객을 몰입하게 한다. 스케일도 크기에 영화 보는 맛도 산다.
영화 '데드풀'은 B급인 듯 B급 아닌 B급 무비라고 할 수도 있다. 오프닝 크레딧 자막부터 예사롭지 않다. '돈 겁나 밝히는 감독'이라는 식이다. 대사로 '엑스맨'들을 소환시켜 웃음도 일게 한다. 실제 강철로 무장한 콜로서스(스테판 카피식)와 불꽃 튀기는 네가소닉 틴에이지 워헤드(브리아나 힐데브란드)도 등장한다. '테이큰'의 리암 니슨과 '127시간의 제임스 프랑코, 심지어 '데드풀'의 주인공인 라이언 레이놀즈가 출연해 폭망했던 '그린 랜턴: 반지의 선택'까지 끌어들인다. 주인공은 스크린의 벽을 허물고 관객에게 말까지 건넨다. 일반 영웅 물과는 확연히 다르다.
하긴 '데드풀'은 초반부터 영웅 이야기를 대놓고 거부한다. 본인 스스로도 '러브스토리'라고 강조한다. 나름대로 그 공식도 갖췄다. 특수부대 출신 용병으로 해결사 일로 먹고사는 웨이드 윌슨(라이언 레이놀즈)은 스트립바에서 일하는 바네사(모레나 바카린)에 반하고, 두 사람은 행복한 삶을 약속한다. 하지만 윌슨은 암에 걸리고 만다.
불법 민간단체가 윌슨을 찾고, 암도 고쳐주고 슈퍼 히어로로 만들어 준다는 비밀 실험에 참여할 것을 권유한다. 바네사와의 미래를 위해 실험에 참여하지만, 각종 실험으로 흉측하게 일그러진 얼굴로 변한다. 자신의 삶을 완전히 망가뜨린 아약스(에드 스크레인)를 뒤쫓는 윌슨. 와중에 바네사도 납치됐다. "이런 쳐 죽일 놈들을 혼내주고야 말겠다"는 윌슨의 다짐이 온전히 드러난다. 암 완치는 물론 힐링팩터 능력까지 얻게 된 데드풀 윌슨은 멋진 것 같지만 달리 보면 잔망스럽기 그지없다. 결정적 순간에도 농담을 잃지 않는 여유에 감탄할 지경이다.
전형적 슈퍼히어로와는 '전혀' 딴판이라는 게 핵심이다. 명심하고 극장을 찾아야 실망하지 않을 수 있다. 아니, 그래야 오히려 더 즐겁다.
파자마를 걸쳤으나 데드풀 가면은 벗지 않고 등장하는 쿠
이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한국영화 검사와전'으로 망가짐을 연기한 강동원 버금갈 만하다. 대단한 라이언 레이놀즈의 연기력(대사력이라고 해야 하나?)이다. 106분. 청소년 관람불가. 1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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