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순정'(감독 이은희)은 착하디착한 작품이다. 자극적인 재미와 감동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실망할 정도다.
하지만 바쁘다거나 힘들다는 핑계로 기억 한편에 묻어뒀던 동심을 자극한다. 현실에 지치고 짜증이 늘어가고 있는 어른들에게 과거 추억 한편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과거 첫사랑의 향기와 우정을 나눈 친구들과의 기억, 물론 그런 경험이 없어도 관객이 충분히 몰입할 수 있게 스크린을 잔잔하게 채워나간다.
멘트하기조차 귀찮아하는 라디오 DJ 형준(박용우)은 생방송 사연을 읽다 낯익은 사연과 신청자 이름에 깜짝 놀란다. 23년 전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편지이기 때문이다.
형준은 23년 전의 과거로 돌아간다. 다섯 친구의 연인이자 친구였던 수옥(김소현)과 그를 사랑했던 다섯 친구 범실(도경수, 현재의 박용우), 수옥(김소현), 산돌(연준석), 개덕(이다윗), 길자(주다영)가 함께했던 소중한 기억들이다.
한쪽 다리가 불편했던 수옥이를 업고 동네 여기저기를 다니며 이런저런 추억을 쌓는 친구들. 하지만 언제나 위기는 있다. 오해로 시작된 불화는 친구들을 갈라놓기까지 한다. 정말 사소하지만 감정의 골이 쌓인다. 그러곤 문제가 발생한다. 이들의 우정은 어떻게 될까.
극 중 섬마을 아이들이 멋지거나 예쁘진 않다. 촌스럽기 그지없다. 멋진 아이돌 엑소의 디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순수함이 넘친다. 사랑의 순수한 감정이 날것 그대로 담겼다. 다섯 친구가 사랑을 넘어선 우정을 펼치는 것도 돋보인다.
배우들의 연기는 나무랄 데 없다. 아이돌 그룹 멤버이지만 연기력을 인정받은 도경수는 이번에도 호연했다. 특히 도경수와 김소현의 풋풋한 향기 가득한 첫사랑 연기는 어른들의 공감을 살 만하다. 청소년들이 좋아할 만한 순수한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다.
파도가 급격하게 치는 것처럼 눈물을 넘쳐 흐르게 하진 않지만 바닷물이 잔잔하게 몰아쳐 결국엔 관객의 심장에 박힌다. 눈물을 한두 방욱 똑똑 떨어지는 관객도 있을 것 같다.
과거 라디오를 듣다 흘러나왔을 법한 음악은 덤이다. 아하의 '테이크 온 미'(Take on me), 캔자스의 '더스트 인 더 윈드
박용우와 도경수가 2인 1역을 맡아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이야기를 몰입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범수, 김지호, 박해준도 아이들의 어른 역할로 깜짝 출연했다. 113분. 12세 이상 관람가. 24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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