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최윤나 기자] 기자와 형사는 닮은 점이 참 많다. 사건을 파헤치는 것, 그 사건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어야 하는 사람이여야 한다는 게 그렇다. 형사는 범인을 잡을 수 있는 힘이 있다면, 기자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 사람이 범인이라고 말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 여러모로 공통점이 많은 직업이다.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실화다. 가톨릭교회에서 수 십 년에 걸쳐 벌어진 아동 성추행 스캔들을 폭로한 미국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의 스포트라이트 기자들의 실화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2002년, 스포트라이트 팀은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스캔들을 폭로하고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한 가톨릭교회의 행태를 만천하에 밝혔다. 이 과정에 담긴 이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그려낸 것이다.
↑ 사진=팝엔터테인먼트 제공 |
보스턴 글로브에 새로 선임된 편집국장 마티 배런(리브 슈라이버 분)은 한 사건을 집중 취재하는 팀인 스포트라이트 팀에게 가톨릭교회 사제들이 범하고 있는 성폭행 사건에 대해 파헤치라고 말한다. 그렇게 스포트라이트 팀은 알고 보면 도처에 깔려있던 사건의 증거들의 존재에 대해 하나 둘 씩 알아가게 된다.
생각보다 사건은 보스턴 곳곳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 그저 큰 사건을 다룬다고 생각했던 스포트라이트 팀은 비단 보스턴의 문제가 아닌, 미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을 알고 충격에 빠진다. 바로 옆집의 아이 또는 과거의 내가 당했을 수도 있는 사건에 대해 크게 분개하고 더욱더 집요하게 사건을 파헤친다.
스포트라이트 팀 기자들은 어느 순간부터 사건을 취재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동네에서 벌어지는 충격적인 사태의 뿌리를 뽑기 위해 형사와 같은 마음으로 사건을 파헤친다.
↑ 사진=팝엔터테인먼트 제공 |
이 과정에서 스포트라이트 팀 멤버들의 각기 다른 취재 스타일은 관객들로 하여금 한 뉴스가 발행될 때까지의 과정에 함께 참여시키는 느낌을 준다. 뿐만 아니라 지금 시대에 존재하는 기자들의 참된 자세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인지시킨다.
영화는 결코 기자들의 이야기로 볼 수만은 없다. 이들은 보스턴 글로브의 기자이기도 하지만, 보스턴에 오랫동안 거주했던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런 이들에게 자신이 피해자이자 가해자이기도 한 사건에 대해 파헤치는 일은 쉽지만은 않기 때문에, 관객으로 하여금 ‘과연 우리가 우리 주변에서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묵인하고 있는 일이 있을까’ 다시 한 번 성찰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오는 24일 개봉.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