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배우 지진희와 김현주는 그야말로 ‘꿀 조합’이었다. SBS 주말드라마 ‘애인있어요’의 조용한 돌풍의 중심엔 이들이 있었기 때문. 눈빛 하나, 대사 하나까지도 죽이 척척 맞았던 두 사람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올 수 있을까.
지진희와 김현주는 ‘애인있어요’에서 권태기를 맞은 부부가 외도, 기억상실, 재회 등을 거쳐 또 한 번 사랑을 확인하기까지 드라마틱한 전개를 설득력 있게 만든 주인공들이다. 각각 순수한 재벌2세 최진언 역과 피도 눈물도 없는 변호사 도해강 역을 맡아 드라마 초반부터 ‘폐인 양성’에 한목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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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희는 ‘최진언’ 그 자체였다. 순수한 사랑에 대한 갈증이 외도로 번져 아내 도해강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떠났지만, 결국 다시 사랑할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매력을 50부작 내내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당신을 잃는 것보다 당신을 사랑하는 게 훨씬 쉬우니까” “점심 같이 먹자고 하면 먹을래?” “기억 찾고 싶어지면 언제든지 얘기해. 내가 너 다 기억하니까” 등 자칫 유치할 수 있는 대사들은 그의 입에서 꽃처럼 흘러나왔고, ‘심장폭행남’ ‘여심저격수’ 등의 수식어를 얻으며 여성시청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김현주의 연기력은 말로 표현하면 입 아플 정도. 그는 쌍둥이 자매 도해강, 독고용기를 1인2역으로 소화해내며 극을 이끌어가는 중추 구실을 제대로 해냈다. 강물에 투신하는 장면부터 맞고 때리는 연기까지 몸을 혹사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했다.
그런 까닭해 연말엔 ‘김현주에게 대상을 줘야 한다’는 시청자들의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기도 했다. 비록 대상 수상엔 실패했지만 장편부문 최우수 연기상, 네티즌 인기상을 수상하며 배우로서 진가를 입증했다.
이런 두 사람이었기에 극 중 ‘케미’(케미스트리 준말)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마지막회의 알콩달콩한 애졍표현 장면까지도 실제 부부로 착각할 만큼 합을 잘 맞췄다. 2004년 ‘파란만장 미스김 10억만들기’ 이후 두 번째 만남이라지만 마치 이전부터 팀워크를 맞춰온 사람들처럼 극에 잘 어우러졌다.
권태기를 겪은 아내가 기억상실증에 걸린 후 외도로 떠난 남편과 다시 불륜에 빠진다는 다소 자극적인 소재를 로맨틱하게 만든 것도 이들의 힘이 컸다. 방송 초반 설정에 대한 무리수를 지적하던 여론이 사라진 것도 두 사람이 연기한 최진언, 도해강의 얘기에 설득당했기 때문.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고 보는 재미까지 업그레이드 시킨 두 사람이었기에 ‘애인있어요’ 마지막회가 더욱 아쉬워지는 순간이다. 또 다른 작품에서 다시 한 번 만난다면 그때도 이런 불 같은 ‘케미’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