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MBC 주말드라마 ‘내 딸 금사월’이 51회를 마친 가운데, 졸속 전개와 실소를 낳는 설정에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8일 오후 방송된 ‘내 딸 금사월’ 마지막 회에서는 죗값을 치르는 오혜상(박세영 분)과 강만후(손창민 분), 이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신득예(전인화 분), 주오월(송하윤 분), 금사월(백진희 분) 등의 모습이 그려졌다.
신득예는 강찬빈(윤현민 분)을 구하느라 다리를 다쳤고, 휠체어를 끄는 신득예를 보고 강만후는 그동안의 악행을 반성하고 오열했다. 주오월과 주세훈(도상우 분) 남매는 오혜상을 벌하기 위해 그를 더욱 압박했고, 오혜상은 자신의 편이라 생각한 임시로(최대철 분)마저 자신의 악행을 모두 증언하자 전의를 상실하고 감옥에 가게 됐다.
↑ 사진=내딸금사월 방송 캡처 |
5년 후 강찬빈은 신득예를 극진히 보살피며 진정한 아들로 거듭났고, 강만후는 구두닦기와 고물을 줍고, 출소한 오혜상은 심부름센터를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신득예는 존경받는 기업가가 됐고, 금사월은 금 원장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보육원을 지었다. 신득예와 금사월은 모녀간의 정을 회복하며 아름다운 해피엔딩을 맞았다.
51회에서 악인들은 한 시간 내내 무릎을 꿇고, 오열을 하고, 후회를 했다. 한 회만에 완성된 ‘권선징악’은 예상 그대로였다. 말 많고, 탈 많아도 마지막 회에서 ‘시원한 사이다’가 그려질 줄 알았건만, 그마저도 없었다. 금사월과 강찬빈은 남매도, 연인도 아닌 애매한 관계로 남았고, 주세훈은 여전히 혼자였고, 오혜상도 그렇게 신세가 나빠 보이진 않았다.
더욱이 마지막 회가 불편했던 건 50회 동안 피도 눈물도 없었던 오혜상에 ‘공감할 만한 여지’를 남겨주고자 했던 것이다. 오혜상은 어렸을 적부터 자매처럼 자라온 금사월을 음해하고, 주오월을 죽이려고 했다. 불타는 자동차에 갇힌 주오월에 끝까지 자신의 증거물로 거래를 하다 이를 거절한 그를 내버려두고 사라진 극악한 인물.
하지만 마지막에 오혜상은 금사월을 마주한 후 속으로 “난 정말 나만 사랑해 주는 내 아빠를 갖고 싶었다. 남한테 태어나면서 주어지는 게 왜 나한테는 악착 떨고 욕심을 내야 하는 일이냐”고 절규했다. 그가 왜 ‘나빠져야만 했는지’ 이유를 굳이 설명해준 탓에 오혜상이 금사월에 사과를 해도 속 시원하지가 않았다. 결국 오혜상은 끝까지 자신의 죄를 뉘우치지 못한 듯 보였다.
‘권선징악’이 큰 쾌감을 주지 못했던 ‘내 딸 금사월’은 처음부터 지나치게 자극적인 전개로 비판을 샀다. 9살 남짓 되는 아역이 거짓말을 일삼고, 어른들에 비밀을 감추고, 친구를 불구덩이에 빠뜨려 죽음에 이르게 하는(결국 죽진 않았지만) 등의 장면은 성인 시청자가 보기에도 불편하기만 했다. 후에 금사월을 내몰기 위한 오혜상의 각종 거짓, 이를 위해 주세훈에 거짓 사랑을 고백하고 결혼까지 하는 행위 등은 ‘막장’으로 비판받기 충분한 요소들이었다.
하지만 이런 자극적인 설정들은 개연성조차 갖추지 못했다. 50회 내내 신득예의 추격과 주오월의 부활에 임기응변 식 오혜상의 거짓말이 이어졌다. 주세훈이 오혜상에 빠져 결혼을 하는 전개도 의아했고, 강찬빈과 금사월의 로맨스가 갑자기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적 사랑으로 흘러가 버린 것도, 이에 모자라 서로 적이 돼 강만후-강찬빈 대 신득예-금사월 구도가 그려진 것도 언뜻 이해하기 힘들었다.
↑ 사진제공=MBC |
주인공 금사월과 강찬빈의 이야기가 흔들린 것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드라마는 금사월이 역경을 딛고 일어나는 내용인데, 정작 50부작을 진행하면서 금사월의 이야기가 제대로 다뤄진 적이 언제인지 기억이 까마득할 정도다. 그에 따라 강찬빈의 분량도 실종됐다. 주인공 캐릭터의 서사가 사라지니 이들을 둘러싼 등장인물들의 사연이 얽힐 ‘중심’이 사라진 셈이 됐다.
더욱 안타까웠던 것은 ‘내 딸 금사월’이 지난 2014년 이유리에 연기대상을 안겼던 ‘왔다 장보리’의 전개를 그대로 빼닮았다는 것. 장보리가 금사월, 연민정이 오혜상으로 바뀌었고, 무대가 침선장에서 건축계로 옮겨진 것만 빼고는 갈등 구조와 전개 방식, 졸속 해피엔딩까지 그대로였다.
MBC 드라마국은 ‘내 딸 금사월’의 막장 비판에 대해 “가족 시트콤같이 가볍게 시작한 작품인데 너무 진지하게 평들을 해 민망할 정도”라는 의견을 낸 적이 있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내 딸 금사월’은 촘촘한 드라마라고 하기 보단 극렬한 갈등 구조 사이에서도 ‘피식’하고 웃을 수 있는 코믹 요소를 뒤틀어 담아냈다. 그런 가벼운 웃음들이 오히려 통속적인 막장 전개를 ‘가볍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했다.
그렇다면 차라리, ‘내 딸 금사월’을 주말 시트콤 장르로 내세웠다면 더 나았을 지도 모를 일이다. 인물의 관계가 얽히고 각자의 사연이 묶이면서 하나의 드라마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내 딸 금사월’에는 상당 부분 빠졌다. 큰 줄기를 정해놓되 회차 마다 작은 재미를 부각시키고 에피소드 형식으로 풀어낸 시트콤 장르로 ‘내 딸 금사월’을 풀어냈으면 글쎄. 적어도 ‘50부작 가족드라마’를 기대했던 시청자들을 실망시킬 일은 없지 않았을까. 아마 ‘본격 복수 시트콤’으로 새 역사를 썼을 지도 모를 일이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