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류준열, 이름 석 자만으로도 ‘핫’한 배우. ‘못생김을 연기하는’ 배우로, ‘어남류’란 신조어를 만든 장본인으로, 그는 어느 새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다. 정작 당사자는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제가 대세요? 아이고, 그저 부끄럽습니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 속 김정환으로 ‘어남류’ 신드롬을 만들어낸 류준열은 드라마가 끝나자마자 ‘꽃보다 청춘-아프리카’(이하 ‘꽃청춘’)에서도 활약을 펼치고 있다. 덕분에 SNS 팔로워 수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고, CF 스타로도 발돋움했다. ‘대세’라고 불리는 기분이 어떤가 물었더니 류준열은 손사래를 쳤다.
↑ 사진=정일구 기자 |
“가끔 ‘대세’ 이런 수식어를 붙여주신 걸 봤다. 하지만 볼 때마다 정말 부끄럽고 어쩔 줄 모르겠다. 주변에선 더 그런 얘기를 안 한다. 친한 사람들한테는 그냥 ‘류준열’이니까.(웃음) 더 잘하시는 분들이 훨씬 많은데 칭찬이 부끄러울 뿐이다. 처음 있는 일이라 어리둥절하고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감사한 마음이 크다.”
그는 ‘꽃청춘’을 위해 나영석 PD에 납치(?)를 당했다. 머나먼 아프리카 나미비아로 하루아침에 끌려간 류준열. 인터뷰를 위해 만난 날에도 까맣게 탄 얼굴이 아프리카 열기의 흔적을 보여주는 듯 했다. 류준열은 “아직 아프리카 안 가보셨죠? 정말 좋아요”라며 엄지를 추켜올렸다.
“상상 속 아프리카 그대로다. 정말 멀고 준비 과정이 많을 거라 생각하는데, 그렇게 절차가 복잡하지 않더라. 난 납치를 당해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웃음) 길게 찍은 예능 프로가 처음이라 부담감도 있고 겁도 먹었는데, 나 PD님께서 ‘너희들끼리 여행 온 거다. 뭘 하려고 하지 말라’고 해주셔서 정말 친구들과 여행하는 기분으로 다녀왔다.”
↑ 사진=정일구 기자 |
류준열은 아프리카를 다녀오면서 함께 여행을 떠났던 박보검, 고경표, 안재홍과 더욱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생각보다 ‘의외’의 모습을 가진 인물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우리 모두 새로운 모습들을 보여주고 왔다”고 말했다.
“온전히 함께 여행을 하는 것과 드라마 촬영하며 짬 내서 만나는 것과는 다르더라. 정말 서로에 대해 더욱 많이 알게 됐다. 특히 (박)보검이와는 더욱 친해졌다. 현장에서는 보검이가 워낙 조용한 스타일이었고, 촬영 중에는 바빠서 많이 대화할 시간이 없었다. 여행을 통해 많은 얘기를 나누게 됐다. (안)재홍이, (고)경표도 마찬가지다.”
류준열에게 이런 ‘새 가족’을 안겨준 작품은 그의 드라마 데뷔작 ‘응팔’이었다. 그는 무엇보다 따뜻했던 촬영장 분위기를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드라마가 처음인 그는 “드라마 현장은 참 치열하고 바쁘다고 들었는데 다른 촬영장도 다 이러나 싶었다”고 ‘쌍문동’을 회상했다.
“가족 이야기를 그려서 그런가, ‘응팔’은 정말 가족적인 분위기가 컸다. 첫 드라마에 주연이라 부담감이 있었을 법도 했다. 하지만 신원호 감독님께서 ‘너의 다른 작품들을 다 봤다. 그대로만 하면 된다. 편하게 하라’고 말씀해주셔서 더 이상 부담을 가지지 않게 됐다. 라미란, 김성균 선배님을 비롯한 모든 배우 분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셨고, 그저 쫓아다니기만 했는데 어느 새 김정환이 완성돼 있었다.”
↑ 사진=정일구 기자 |
‘응팔’ 속 러브라인이 한동안 많은 시청자들의 화두에 올랐다. 그 과정에서 류준열은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내기까지 했다. 그는 ‘어남류’라는 단어가 생겼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단다. 하지만 ‘응팔’이 김정환-성덕선(혜리 분)-최택(박보검 분)의 러브라인에 많은 관심이 쏠린 것에 마음이 쓰이는 듯 했다.
“현장에선 덕선이가 누구와 될지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았다. 신원호 감독님께서 ‘모든 캐릭터가 16분의 1’이란 말을 한 적이 있다. 16명 중 한 명일 뿐이라는 거다. 김정환도 마찬가지였다. ‘남편 찾기’가 재미를 줄 수 있는 요소였지만, ‘응팔’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가족이었다. ‘가족’을 중심에 두고 연기를 했다. 다른 배우 모두 마찬가지였다.”
↑ 사진=정일구 기자 |
류준열은 ‘응팔’을 통해 얻은 것으로 팬과 동료를 꼽았다. 많은 팬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하루하루가 행복하다고 말했다. 배우로서 한 작품을 할 때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보내는데, 그 과정에서 주고받는 감정들이 크단다. ‘새 가족’들을 만나며 설렜고, 이별하며 아쉬웠지만, 또 다른 ‘새 가족’을 만날 거라고 믿는다고.
인터뷰를 하는 것조차 행복하다고 말하는 류준열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걷히지 않았다. 유명해지는 만큼 루머도, 비판도 많아지지만 류준열은 “신경 쓰지 않는다”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그 순간의 행복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하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 근심과 걱정 모두 털고 욕심 버리면 행복하다는 ‘하쿠나마타타’. 류준열의 꽃다운 청춘은 그야말로 ‘하쿠나마타타’였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