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MBC 주말극에 막장이 빠질 리가 없다.
MBC ‘가화만사성’이 전국 시청률 12.5%로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막장 시어머니와 불륜녀의 본격적인 행보로 시청률도 덩달아 상승했다. 화제를 모았던 김수현표 드라마 ‘그래, 그런거야’는 단숨에 눌러버렸다.
‘가화만사성’은 ‘봉씨 가문 성장기’를 통해 가족애를 일깨우는 훈훈 가족극을 표방했다. 이혼과 불륜 소재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이는 가족 구성원들의 성장을 위한 배경이라는 설명. 높은 시청률보다 더 뜨거운 비난을 받았던 전작 ‘내딸, 금사월’과는 분명 다르다고 했다. 하지만 어찌 석연치가 않다.
그동안 MBC는 주말 밤 타겟 시청자가 주부인 만큼 ‘메이퀸’ ‘백년의 유산’ ‘스캔들’ ‘전설의 마녀’ ‘여왕의 꽃’ ‘왔다, 장보리’ ‘내딸 금사월’ 등 자극적인 전개가 돋보이는 드라마들을 대거 배치했다. 시청률에 혼이 팔려, 지상파로서의 사명감을 완전히 버렸다는 비난을 의식한 탓인지 이번에는 ‘가화만사성’ 내세우며 ‘막장 철외’를 선언했다.
하지만 회가 거듭할수록 왠지 수긍하기가 힘들어진다. ‘가화만사성’ 속 ‘이혼’이나 ‘불륜’이 단순 소재 정도에 불과한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갈등을 조성하는 캐릭터의 성격도 극단적이다. 지나치게 답답하거나 짜증스러울만큼 뻔뻔하거나.
아이를 잃고 불임으로 고생중인 며느리(김소연/봉해령)를 쫓아내려고 내연녀를 이용하려는 시어머니, 그런 아내를 외면하며 외도 중인 남편(이필모/유현기). 게다가 자신의 아이를 수술 중 죽게 한 의사(이상우)와 인연을 쌓아가는 주인공까지 어디 하나 정상적인 게 없다.
게다가 봉가네 아들 방만호(장인섭)은 외도로 혼외자식을 낳았다. 그 상대는 아내 한미순(김지호)의 절친한 동생 세리(윤진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순은 남편이 자신을 버리고 나갈까봐 시아버지를 설득해 세리를 집안에 들인다. 조강지처와 내연녀가 한 집에서 사는 꼴이다.
물론 결국은 ‘따뜻한 가족극’을 만들기 위해
아직은 좀 더 두고 볼 일이지만, MBC는 여전히 ‘막장 천국’이라는 오명 보다 ‘시청률’ 장사가 더 중요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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