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안녕하세요, 신인 배우 서지훈입니다. 최근에 종영한 tvN 드라마 ‘시그널’에서 인주시 사건의 범인 장태진으로 출연했어요. 몇 회 나오지 않았지만 이렇게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웃음) 사실 이 작품이 제 첫 데뷔작이에요. 이렇게 저를 보여드릴 수 있다는 것도 감사한데, 그 작품이 ‘시그널’이었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천하의 나쁜 놈’으로 데뷔했는데 괜찮냐고요? 영광이죠.(웃음)
◇ 50번 연습했던 범인의 ‘반전’
데뷔작으로 ‘시그널’에 참여할 수 있었던 건 정말 행운이었어요. 오디션을 본 후에 한동안 연락을 못 받아서 안 된 줄 알고 있었거든요. 시청자로서 ‘시그널’을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갑자기 연락이 와서 제가 살던 대구에서 부랴부랴 올라왔답니다.
사실 제가 오디션 때에 연기 영상을 제출했는데, 그 영상이 50번 넘게 촬영한 거였거든요. 원래 제 이미지가 좀 순한 편인데, 장태진이 한순간에 광기를 나타내는 그 표정을 보여주기 위해 얼마나 연습했는지 몰라요. 제가 표정을 잘 못 쓰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틈만 나면 연습했고, 그 덕분에 표정을 쓰는 법을 다양하게 배웠어요. 몸싸움 하는 신도 몸을 많이 써보지 않아서 NG도 좀 냈는데 어찌나 진땀이 나던지.(웃음)
그럼에도 제가 무사히 끝낼 수 있었던 건 김원석 감독님 덕분이에요. 감독님은 촬영 들어가기 전에 주, 조연에 보조출연자 분들에까지 리허설을 하시고 연기 포인트를 짚어주세요. ‘미생’을 워낙 재미있게 봐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감독님께서 역시나 감정선을 정말 뚜렷하게 잡아주시더라고요.
그런 점들이 악역을 해야 하는 제겐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이 인물이 왜 여기에 왔고, 어떤 이유로 이런 행동들을 하는지 다 이해시켜주셨거든요. 시멘트 공장 사장의 아들인 장태진은 시멘트 공장 때문에 돌아가는 인주시에서는 ‘왕’이고, 누구도 두렵지 않은 역할이라고 하셨어요. 모든 것이 내 거고, 어떤 걸 해도 다 통한다는 걸 아는 역할이라고요.
감독님의 장태진에 대한 설명을 들으니 왜 장태진이 성폭력 사건까지 만들게 되고, 이를 아무렇지 않아 하는지 이해를 했어요. 두려울 게 없는 아이이고,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 친구잖아요. 그런 포인트들을 짚고 연기를 했더니 훨씬 더 몰입이 잘 됐어요.
장태진 역할을 받았을 때 주변 사람들이 ‘너가 왜?’라고 물었어요. 제가 약간 순둥이 스타일 얼굴인데 그런 ‘천하의 몹쓸 놈’이 안 어울렸나 봐요.(웃음) 감독님께서 저를 캐스팅해주신 이유는 말씀해주지 않았지만, 전 오히려 선하게 생긴 사람이 반전으로 악역을 하는 게 더 소름끼치지 않나 생각해요. 더 시청자를 열 받게 하고, 짜증나게 만들 수 있잖아요.(웃음)
저 스스로도 전 ‘범죄자 인상’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역할도 할 수 있구나 하고 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됐어요. 전엔 제한된 역할들을 떠올렸다면 좀 더 다양한 인물들을 연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도 생겼고요. 물론 ‘악역’으로 데뷔해서 쭉 ‘악역’만 하는 건 아닌가 걱정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웃음) 이번엔 악역이었다가 다음엔 선한 역으로 반전을 주면 그것 나름대로 임팩트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 ‘시그널’ 촬영 현장, 정말 보물 같은 곳이었습니다
이번 촬영 현장에서 조진웅 선배님을 제일 많이 마주쳤는데 어찌나 떨리던지. 정말 눈빛 연기를 많이 배웠어요. 선배님께서 저를 미행하는 정면이 있었는데 카메라가 돌고 나서 뒤를 딱 돌아보면 조진웅 선배님께서 이재한 형사에 몰입해있는 게 보이더라고요. 시끄러운 시장에서 촬영됐고, 주변에 많은 분들이 구경하고 계셨는데 그 순간 정말 이재한 형사가 돼 있는 조진웅 선배님을 보고 소름이 끼칠 정도였죠.
그리고 촬영장에서도 절 많이 배려해주셨어요. 처음 보는 신인인 제게도 먼저 말을 걸어주시고, 계속 농담을 해주셨죠. 제게 ‘조카 같다. 몇 살이냐’ 물어보시고, 정말 조카 대해주듯 해주셔가지고 저도 긴장을 많이 풀었어요. 작품 속 조진웅 선배님은 ‘포스’가 있는 분이라 걱정 많이 했거든요. 인사는 제대로 드릴 수 있을까 했는데 저만의 ‘착각’이었죠. 저 같은 신인에겐 정말 감사한 일이었어요.
‘시그널’의 범인들 중 한세규 역을 맡은 이동하 선배님이 저희 학교 선배님이세요. 그래서 더 반가웠어요. 이동하 선배님의 장면을 모니터링하면서 비웃음이나 행동, 표정 같은 특징들을 많이 배웠어요. 악역 연기는 눈빛이 중요한데, 그런 것들도 많이 눈여겨봤고요.
사실 부담이 많이 되긴 했어요. 제가 대사 없이 눈빛이나 행동으로만 연기를 해야 했거든요. 그리고 전에 했던 ‘범인’ 분들이 워낙 눈빛도 살아있고 정말 잘 하셔서. 제가 못하면 정말 질타를 많이 받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다행히도 부족한 저를 좋은 쪽으로 봐주신 분들이 계신 것 같아요. ‘그 정도면 잘 했다’는 평가를 받아서 다행이었어요.
사실은 원래 제 역할이 13회에만 잠깐 나오고 마는 역할이었거든요. 감독님께서 제 비중을 많이 늘려주셔서 임팩트 있게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댓글에서 ‘이 배우 누구냐’고 묻는 질문을 봤는데, 참 감사하더라고요. 제가 뭐라고 관심을 가져주시고.(웃음) 신기하고 감사했어요. 절대 잊지 못할 작품이 될 것 같아요.
◇ ‘생초자’의 배우 도전기
‘시그널’이 제가 카메라에 선 첫 현장이었어요. 정말 다 신기하더라고요. 저는 한 번 찍으면 끝인 줄 알았는데, 얼굴 찍고, 바스트 찍고, 이러는 과정들도 처음 알았어요.(웃음) 제가 담배를 안 피우는데 극중 장태진은 담배를 피우는 설정이었거든요. 실제로 장면에 담배가 나오진 않지만 그런 설정을 살리기 위해 배경에 담배 연기를 채워 넣는 디테일에 놀랐어요. 한 손에 포커 카드를 쥐어주는 것으로 장태진에 대한 설명을 대신하는 그런 디테일들을 완성해가는 걸 제대로 배웠어요.
2016년에 참 새로운 걸 많이 했죠. ‘시그널’ 통해 첫 연기하고요, 얼마 전에 경희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진학해서 이제 막 새내기가 됐고요, 대구에서 상경해 산지도 3개월 됐어요.(웃음) 매일 웃으면서 잠들어요, 정말 행복해서.(웃음) ‘시그널’에 나오지 않았으면 이런 행복도 없었겠죠.
저는 대구 토박이에요. ‘드림하이’에 나오는 김수현 선배님을 보고 ‘진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고등학교에 진학했는데도 계속 연기하고 싶단 생각이 맴돌았고, 부모님께 말씀을 드리기까지 했어요. 부모님께서는 ‘나쁘지 않은데 힘들 거다’라고 말해주셨고, 일단 연기학원에 가보라고 등록해주셨죠.
학원을 다니는데 정말 배우는 게 재밌는 거예요. 연기학원에서 2년 동안 사투리도 싹 고치고요. 저 서울말 잘하죠?(웃음) 이번 ‘시그널’ 촬영장에서 비로소 ‘아, 이게 진짜 내가 가야할 길이구나’라는 확신을 얻게 됐어요. 전엔 ‘하고 싶다’였는데, 촬영장에서 재미있게 연기하는 스스로를 보면서 ‘해야겠다’가 된 거죠. 저의 첫 발자국이 제게 확신을 준 거였어요.
연기는 ‘깨우치는’ 게 재밌어요. 단지 힘든 건 제가 생각한 연기들을 표현하지 못하는 저의 미숙함이죠. 저의 부족함 때문에 속상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힘도 나요. ‘내가 더 열심히 하면 생각 속의 연기가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에요. 답답한 걸 풀고 싶고, 오기도 생기고요. 그래서 계속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사실 부모님께서 제 걱정을 많이 하셨거든요. 연기자란 직업이 참 어려운 건데, 혼자 살아야 하는 것도 그렇고요. ‘시그널’에 출연한 게 부모님을 안심시킬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어요. 드라마를 처음으로 찍는 현장에서 좋은 기억만 안고 갈 수 있었고, 훌륭한 배우 분들을 만났고요. 신인을 쓴다는 게 감독님 입장에서는 분명 위험부담이 있으셨을 텐데 절 믿고 써주셔서 감사해요. 감독님의 기대만큼 부응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앞으로 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 참 좋은 시작, 2016년
2016년을 참 좋게 시작했어요. 대학교 합격하고, 서울에 와서 데뷔작도 만나고, 지금은 학교 친구들도 많이 생겼고요. 이런 기세로 올해 정말 열심히 달려보려고요. 올해에는 꼭 하이틴 로맨스를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시간 지나면 교복을 못 입게 될 텐데 제가 또 약간 ‘노안’이라.(웃음) 할 수 있을 때 꼭 한 번 하고 싶어요.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고 물으신다면, ‘연기 잘하는 배우’로 불리고 싶다는 거예요. 조진웅, 박정민, 이성민, 정우 선배님 정말 좋아하는데, 그 분들의 ‘생활 연기’랄까요. 그런 자연스러운 연기가 정말 좋아요. 저도 그렇게 좋은 연기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인지도에 연연하지 않고, 좋은 연기, 좋은 배우가 되는 걸 목표로 달려가고 싶습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