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나오는 이야기가 내 과거가 상당히 많은 부분 닮았다. 옛날 생각이 많이 나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마음이 무거웠다. 사실 처음에는 썩 기쁘지는 않았다. 연극을 하는 게 좋아서 살았을 뿐이다."
배우 오달수가 21일 오후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대배우' 언론시사회에서 이같이 솔직히 고백했다.
'대배우'는 20년째 대학로에서 연극만 하던 장성필(오달수)이 새로운 꿈을 좇아 영화계에 도전하며 겪는 이야기를 담은 휴먼 코미디다. 생계를 이어가는 것조차 녹록하지 않은 개 역할 전문 연극배우가 무시를 당하면서도 가족을 위해, 마음 속 숨겨졌던 꿈을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가 잔잔하게 담겼다.
오달수는 이날 영화를 보고 과거 좋은 기억도 떠올렸다. 그는 "영화 '올드보이'를 끝내 놓고 최민식 선배가 '꽃피는 봄이 오면'을 준비하면서 나를 예쁘게 보셨는지 제안을 했었다"며 "대학로에서 연극을 하고 있었을 때인데 선배님이 '너 회사 없지? 내가 있는 회사에서 같이 한솥밥 먹어 볼래?'라고 하신 적이 있다. 한 식구가 됐는데 극 중 설강식과 장성필의 만나는 지점이 나와 최민식 선배가 만난 것과 비슷한 부분 있지 않나 싶다"고 회상했다.
대한민국 대표 배우 설강식을 연기한 윤제문도 "나는 '남극일기'를 시작으로 영화 일을 하게 됐다"며 "그때 송강호 선배를 만났는데 강호 형님이 '연극을 할 때 열심히 했던 반만큼 영화에서 노력한다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조언을 해줬던 기억이 많이 난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이경영은 박찬욱 감독을 연상하게 하는 깐느박 감독 역을 맡았다. 그는 "박찬욱 감독을 닮으려고 하진 않았다"며 "영화 '삼인조' '비오는 날의 수채화'를 할 때 박 감독과 인연이 있는데 과거에 만났던 기억을 떠올렸다. 궁금한 건 박 감독과 오래 같이 조연출 했던 석민우 감독과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고 전했다.
영화는 오달수의 첫 단독 주연작이라 눈길을 끈다. '올드보이'부터 석민우 감독과 돈독한 인연을 이어온 그는 감독의 첫 연출작에 주연을 맡아주기로 오래전에 약속을 했다는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오달수는 "주연이라는 게 부담스러웠다"며 "하지만 신마다 다 주연은 아니었고 신마다 주연을 맡아야 하는 배우들의 역할이 있지 않나. 같이 간다는 생각으로 부담을 덜어내려고 하고 있다"고 웃었다
석민우 감독은 "연극배우들이 어렵게 산다는 걸 다 알고 있다. 현실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어둡게만 그린다면 내가 생각한 것과는 다를 것 같았다"며 "어두운 건 밝게 풀고 웃음을 수 있는 유머가 있을 때 따뜻하게 보일 것 같았다. 따뜻하면서 유머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30일 개봉 예정.
jeigu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