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이하 BIFF)는 아시아 특별전을 볼 수 없을 수도 있다. 영화제 관계자들에 따르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는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해외 게스트 섭외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6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았는데 해결해야 할 게 산더미다.
심지어 영화제가 개최되지 않을 수도 있으니 최악의 상황이다. 영화인들은 부산시의 강요와 압박이 계속된다면 보이콧하겠다는 선언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영화제 초창기부터 참여했던 인사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신경쇠약으로 병원을 찾고, 머리 싸매고 누워있는 이도 있단다. 20회를 이어 온 영화제를 멈춤 버튼 없이 달려가게 하고 싶기 때문이다. 머리를 굴려도 답이 안 나온다.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강제 하차' 됐다. 강성 영화인들은 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침해하는 부산시에 '영화제를 개최하지 않겠다'고 하라지만, 영화제 측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누가 잘못을 하든 영화제가 책임을 떠안게 되는 건 눈에 선하다.
이를 알고 있는 부산시는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 한다. "BIFF가 일부 개인에 사유화돼 부산시 예산을 마음대로 사용한다"는 주장과 함께, 행사가 열리지 않아도 그 책임을 BIFF에 떠넘길 수 있다는 계산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는 지난 2월 25일 열린 영화제 정기총회를 앞두고 "이용관 당시 집행위원장이 의결권을 가진 자문위원 68명을 신규 위촉해 총회 의결권을 왜곡했다"며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한 상태다. 한 마디로 서울 영화인들이 BIFF를 집어삼킨다는 주장이다.
부산시의 일방통행식 논리는 그들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좋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아니라 "부산영화제"라고까지 일컫는 부산 시민들의 자긍심과 자존심까지 건드렸다.
부산시는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걸까. 부산이 바다와 먹거리 등 즐길 거리가 많은 도시이긴 하지만, BIFF가 부산을 '영화의 도시'가 되게 하는 데 일조했다는 사실 말이다. 매년 10월이면 부산을 찾는 이들이 엄청나다. 외국인들도 부산을 좋아하게 됐다. 대한민국의 수도에서 몇 시간이 떨어진 곳까지 마다치 않고 달려가는 게스트들은 또 어떻고.
정치인이라서 그런 건지 서병수 시장이 이끄는 부산시는 힘의 정치를 펴려 한다. 정치의 힘을 보여주려는 걸 수도 있다. 영화를 포함한 문화를 하위 개념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영화제 측은 지는 싸움을 하고 있고, 부산시는 권력자의 위치에서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듯하다. 피가 마르는 건 영화제다. 부산시는 법대로 하라는 것이니 뭐가 문제가 있느냐는 인상을 풍긴다.
2014년 영화제를 통해 공개됐던 '다이빙벨'의 여파가 이렇게 오래갈지 아무도 몰랐다. 20회 만에 BIFF를 아시아 최대 영화제로 우뚝 서게 만든 이들의 노력이 헛된 것이 된다면 영화계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손해다.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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