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MBC스포츠 김선신 아나운서는 ‘야구 여신’ 중에서도 최고봉에 올라있다. 똑 부러지는 진행, 톡톡 튀는 개성으로 야구 선수들을 들었다 놨다하며 경기보다 더 큰 재미를 안기고 있다.
벌써 입사 6년차. 스포츠 아나운서로서 오랫동안 달려온 그에게 아나운서, 여자 김선신으로서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 디자인=이주영 |
◇ 키워드 총평 : 김선신, 뻔뻔함보단 fun한 매력이 살아있네요~!
키워드1. 6년차 스포츠 아나운서
“전 처음에 이 일을 오래할 거란 생각을 안했어요. 그런데 어느 새 돌아봤더니 6년차가 돼있더라고요. 후배들도 많이 생기고요. 이젠 후배들이 아나운서 시험을 보더라도 김선신 아나운서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고 해서 부담되는 연차가 됐어요. 하하. 5년간의 제 점수요? 8점 정도 주고 싶다. 제가 자신에겐 좀 후한 편이라~ 그럼에도 2점을 뺀 건 아직은 미완성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아마 10년차가 되도 만점을 못 줄 것 같아요. 항상 채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키워드2. 편견이 가장 힘들어
스포츠 아나운서로서 활동하면서 가장 힘든 게 뭐냐고 물었더니 ‘편견’이라고 답했다.
“특히 이번에 메이저리거들을 취재 갔다와서 많이 느꼈어요. 우리나라는 아직도 덕아웃에서 치마를 입으면 안 되고, 그라운드에 운동화만 신고가야 하는 불문율이 있는데, 거긴 절대 그렇지 않거든요. 국내 스포츠 아나운서들은 여자라서 야구장 가면 눈치 보는 존재처럼 느껴져요. 아마도 국내는 인원이 적어서 직업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안 잡힌 것 같아요. 굉장히 부럽고 저런 환경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키워드3. 끈기+근성, 프린스 필더를 잡다
가장 기억에 남는 메이저리그 에피소드를 물었더니 텍사스 레인저스 내야수 프린스 필더를 인터뷰한 것을 꼽았다.
“인터뷰 성사되는 것 자체가 쉽자 않았어요. 국내는 홍보팀이 알아서 선수들 인터뷰까지 어레인지 해주는데, 메이저리그는 그렇지 않더라고요. 작년에도 프린스 필더 인터뷰를 시도했다가 3번이나 거절당했죠 그래서 이번엔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역시나 첫 번째 제안은 거절당했고, 두 번째 필더를 만났는데 인터뷰 요청을 하니 ‘다음에 해주겠다’고 거절하려 하더라고요. 제가 무작정 새끼손가락 내밀면서 약속하라 했더니 미국엔 그런 문화가 없었던지 필더가 엄청 웃더라고요. 이후 다시 한번 인터뷰 요청했을 때 또 도망가려고 하길래 그 약속 기억하냐고 막아섰더니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면서 인터뷰에 응해줬죠. 물론 건성으로 대답하긴 했지만 인터뷰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저로선 굉장히 만족했어요.”
↑ 사진=MBC스포츠 |
키워드4. ‘야구여신’ 당치도 않아
국내 여자 스포츠 아나운서를 향한 수식어 ‘야구여신’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할까.
“제가 느끼는 체감 온도론 전혀 아니죠. ‘야구 여신’이란 단어에 이젠 언론도 슬슬 지겨워하고 있는 것 같고요. 하하. 사실 이건 야구 팬들이 만들어 준 선물이라 생각해요. 저도 그냥 지나다닐 땐 일반인인데 야구장만 가면 감사하게도 알아봐주시고 선물도 주시거든요. 그런 분들이 우리를 여신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그런데 실제 삶은 ‘여신’이란 단어가 당치도 않죠. 회식 끝나면 2시고, 출장가면 힘들어하는 ‘미생’이랄까. 하하.”
키워드5. 뻔뻔한 김선신
스포츠 아나운서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근성’과 ‘끈기’라고 했다. 앞서 프린스 필더 에피소드에서도 그의 근성을 엿볼 수 있었다.
“전 좀 뻔뻔한 거 같아요. 사람들도 ‘류현진과 그렇게 인터뷰할 사람은 너밖에 없어’라고 할 정도죠. 그런데 이건 굉장히 장점인 것 같아요. 야구선수들 중에는 인터뷰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60% 이상이나 되거든요. 그런 사람들에게 어떻게든 분위기를 띄워서 말을 이끌어내야하는데, 제가 뻔뻔해지고 망가져서 들이대야 가능하거든요. 몸은 피곤하지만 그렇게 들이대면 결국 성과를 얻는 것 같아요.”
키워드6. 서른 살 김선신, 후회하다
벌써 서른 살이다. 스포츠 아나운서로선 굉장히 바쁜 삶이었지만, 여자 혹은 인간 김선신으로선 행복할지 의문이었다.
“작년 제 삶의 점수는 0점이었어요. 바빠서 가족, 친구들에게 소홀했거든요. 작년에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정말 후회를 많이 했죠. 왜 자주 찾아뵙지 못했나 싶었어요. 또 엄청 친하면서도 스케줄 때문에 결혼식도 못간 친구들이 많았다. 내가 멀어지는 느낌이랄까. 고립되고 소외되는 것 같아 이젠 달라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올해는 몸이 바스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기 위해 노력하려고요.”
키워드7. 결혼과 일의 딜레마
결혼 적령기임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이 말에 그는 ‘부모는 일찌감치 포기했다’며 손사래 쳤지만, 결혼과 일을 병행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어 고민하는 속내를 감추진 않았다.
“결혼, 하고 싶죠. 정말 좋은 남자가 있다면 당장이라도 하고 싶어요. 하지만 당장 일을 떨어뜨려놓고 연애에 올인하기가 쉽지 않아서, 그걸 이해해주는 좋은 사람이 있으면 좋겠어요. 또 하나, 여자 스포츠 아나운서가 결혼하면 이어서 일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아요. 야구장에서는 저희를 ‘여신, 꽃’으로 생각하니 ‘남의 꽃’이 되면 안 된다는 인식이 강한 것 같거든요. 굉장히 아이러니하죠? 인기를 얻고 살아야 하지만 평범한 행복을 누리기가 어렵죠. 저 같은 스포츠 아나운서들은 남자 친구가 있어도 결혼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고, 없어도 결혼을 해야겠는데 일을 그만둬야 하는 건가 늘 딜레마를 안고 있는 것 같아요.”
[김선신은 누구?] 1987년생으로 경인교육대학교 초등교육학을 졸업했다. 2011년 MBC스포츠플러스 아나운서로 입사해 ‘베이스볼 투나잇’ 등을 진행하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