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작고 귀여운 외모와는 반전되는 시크한 표정, 야무진 눈매. 갑자기 브라운관에 나타났던 도희의 첫 인상이었다. 그 조그맣고 야무졌던 도희에게 어느 새 배우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게 됐다. 참 이상한 일이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배우’라는 단어에 “아직 어색하다”고 웃음을 짓는다.
그는 지난 달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엄마’에서 작지만 야무진 손길로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콩순이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간만에 출연하는 드라마인데다 50부작이라는 호흡이 어렵지는 않았을까. 도희는 “이렇게 긴 호흡을 가진 드라마가 처음이었다”며 이에 공감했다.
“회차가 짧은 드라마를 할 때는 ‘아쉽다’ ‘이제 우리 못 본다’ 이런 느낌이었는데, ‘엄마’를 끝난 후엔 느낌이 달랐다. 그 다음 주에도 촬영을 할 것만 같고, 공허함이 막 다가오지는 않았다. 안 믿긴 달까? 이런 기분은 처음 느껴봐서 새롭다. 아쉬움을 넘어서 ‘다음 주 목요일에 일산에서 봅시다’ 이런 기분이다. 믿고 싶지 않은 건지, 실감이 안 나는 건지 모르겠다.”
긴 호흡의 드라마도 처음이지만 그는 대선배들과 함께 출연하는 가족극은 ‘엄마’가 처음이다. 그동안 미니시리즈에서 주로 활약했기 때문에 차화연, 박영규 등과 같은 대선배 배우를 만날 기회가 많이 없었을 것. 도희는 “그 점 때문에 시작하기 전에 정말 겁을 많이 먹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주말드라마 특성상 ‘엄마’에는 선배님들이 정말 많이 나오셨다. 겁도 많이 먹고, 긴장도 많이 했다. 무섭기도 했고.(웃음) 지금 돌이켜보면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선배님들과 해서 오히려 좋았던 것 같다. 대선배님들과 이렇게 대화도 나눠보고 할 기회가 언제 또 있겠나. 장서희, 김석훈 등의 선배님들도 제겐 엄청난 선배님들이신데 지금은 많이 친해져서 정말 좋다.”
도희는 ‘엄마’의 출연을 개인적으로 성장하는 시기가 됐다고 정의했다. 선배 연기자들의 연기뿐 아니라 사는 방식까지도 배울 수 있게 됐다는 것. 그는 “안 해보면 안 됐을 것 같은 기회였다”고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선배님들을 보면서 실제로 정말 많이 배웠다. 간혹 선배님들께서 ‘너 같은 신인 때 이런 걸 해보는 게 나중에 보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란 말을 해주셨는데 무슨 말인지 조금 감이 잡히는 것 같다. 선배님들께서 조언을 해주셔서 배운 것도 있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배운 게 정말 많다. 특히 사담을 나누는 자리에서도 인생 선배로서 많은 말씀을 해주셔서 기억에 많이 남는다. 모든 방면에서 얻어가는 드라마가 됐다.”
‘모든 걸 얻어가는 드라마’라지만 도희는 처음 콩순이로 출연할 때에 ‘다른 게 없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콩순이가 그동안 도희가 연기했던 다른 캐릭터들과 비슷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스스로도 “처음에는 콩순이를 쉽게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저도 콩순이를 사투리 쓰고 그저 씩씩한 캐릭터라 생각했기 때문에 쉽게, 가볍게 접근한 게 있었다. 전과 똑같단 말을 듣고 고민도 많이 했고. 하지만 콩순이의 사연이 조금씩 드러나고, 나중에는 콩순이가 임신, 출산도 해서 더욱 어렵더라. 비슷해보여도 전에 연기했던 캐릭터들과 확실히 달랐고, 점점 접근하는 게 어려워져서 주변에 조언을 많이 구했다.”
쉬운 줄 알았지만 점점 어려워졌던 콩순이 연기를 위해 도희는 주변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선배 연기자들의 조언이 없었다면 ‘엄마’가 되는 특별한 경험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도희는 자신과 로맨스 연기를 펼친 이태성에 제일 고맙다고 말했다.
“모든 분들이 감사하지만, 이 자리를 빌려서 이태성 오빠에게 고마웠다고 말하고 싶다. 너무나 많이 도와줬다. 오빠가 없었으면 아마 콩순이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다. 때에 맞춰서 필요한 말을 해줬고, 감정 연기에서도 많이 힘을 줬다. 연기를 편안하게 할 수 있도록 해줬다.”
‘엄마’의 출연 이전 도희의 활동이 주춤했던 게 사실이다.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에 출연한 후 ‘내일도 칸타빌레’ 등에 출연했지만 주목받진 못했다. 이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응답의 저주’라고 했다. ‘응답하라’ 시리즈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배우들이 한동안 슬럼프를 겪는다는 ‘전설’이었다. 도희도 ‘응답의 저주’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 말을 저도 많이 들었다. 아직도 ‘응사’ 배우들과 문자단체방을 유지할 정도로 절친하게 지내는데 우리끼리 웃으면서 잘 극복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신경을 안 쓸 순 없다. 하지만 배우란 직업을 포기하고 싶진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직업인데, 이를 극복하는 것도 내 몫이 아닐까 했다. 그래서 감수하고 견뎌보자, 내가 열심히 해서 극복하자 생각해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다.”
조금 더디더라도 한 발자국씩 걸어왔던 도희는 이제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지킬 줄 아는 배우로 성장했다. 그가 ‘엄마’를 하며 가장 뿌듯했던 말은 “콩순이는 너만 할 수 있었다”는 말이라고. 캐릭터와의 ‘일체감’을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는 도희, 연기의 재미를 서서히 맛보고 있는 그가 앞으로는 어떤 연기로 시청자에 즐거움을 선사할지 더욱 기대가 된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