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대배우' 장성필 역으로 첫 주연
"내 과거와 너무 많이 닮았어요"
"연극인들 남루한 그 자체가 매력적"
"가족이 큰 의미, 딸이 빨리 커준 게 행복"
배우 오달수(48)의 과거 기억 한 토막. 지난 2008년 영화 '박쥐' 촬영 현장에서 조감독 석민우는 배우 오달수에게 "선배님, 제가 연출하면 꼭 주인공 해주세요"라고 부탁했다. 흘려보낸 기억이 지난해 현실로 돼 돌아왔다. 오달수가 첫 주연작으로 영화 '대배우'를 택한 이유다.
오달수는 "한 달 전 약속은 취소할 수 있다. 하지만 아주 오래 전에 얘기했던 건 그 약속이라는 것의 단단한 무언가가 쌓인다. 깰 수 없는 약속이 되어버린 것"이라고 짚었다.
사실 출연 고민은 했다. 밝고 희망적이지만은 않았던 과거가 떠올랐으리라. 열정이 가득했으나 먹고 살기 힘들었던 그 시절을, 아무리 연기라지만 또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었다.
오달수는 "시나리오를 보는 데 상당히 많은 부분이 과거의 나와 닮았다.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하지만 연극을 하는 게 좋아서 살았던 과거"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대학로에서 연극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거지 같은 사람은 실제 없다. 남루한 그 자체가 또 매력이다. 3000~4000만원을 받는 연봉자와 달리 500만원을 받아도 꿋꿋하게 신나게 연기한다"고 연극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오달수는 "실제 무대 뒤에서 장비를 고치다 떨어지는 배우들과 전기톱에 손가락이 잘린 친구도 있었다"고 기억했다. 또 다른 기억도 꺼냈다. 극 중 첫 스크린 연기를 하며 수십 번 NG를 내는 성필의 모습 얘기를 할 때다. "전 20번 이상 넘어가 본 적은 없어요. 다만 기술적인 부분들을 잘 모를 때, 카메라 앞에서 서는 게 긴장되고 낯설어서 앵글에서 나간 적이 있죠. 장음을 단음으로 발음해 했던 말을 계속하며 바보 취급받기도 했네요."
그는 '대배우'에서 주인공을 맡은 것도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다시는 못할 일이란다. "'대배우'에서 연기한 만큼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특히 오달수는 "감독은 혼자 외롭게 모든 걸 챙겨야 하니 주연 배우에게 기대는 부분이 있다. 그 부분을 충족시켜주고 싶었다"고도 강조했다.
영화는 배우들 뿐 아니라 현실을 사는 우리에게 길을 잘 가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뒤도 좀 돌아보라"는 대사가 있다.
오달수는 "명대사처럼 느껴진다. 아마 그 이유는 내가 그렇게 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며 "뒤를 돌아보며 사는 사람이 부러워서 그 대사가 마음에 남는 게 아닐까. 시간이 나면 고향인 부산 영도에 내려가 낚시를 한다. 과거를 돌아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앞에 낚시 찌만 보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출연작 대부분이 1000만 관객을 넘어 '천만 요정'이 된 오달수. 충무로에서 인정받는 연기자가 된 이유를 생각해본 적이 있느냐고 하자 그는 "100% 운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열심히 한다고 되면 많은 사람이 그렇게 돼야 할 텐데, 난 정말 운이 따라줘서 1000만 영화에 많이 출연하게 된 것 같다"고 겸손해했다.
"제게 가족이라는 존재가 큰 의미인데 '대배우'를 보면서도 와 닿은 부분이 있어요. 부인이 자기 남편을 믿어주는 게 제일 뭉클했어요. 이 영화가 가족 이야기를 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네요. 지금 가장 행복한 일은 뭐냐고요? 우리 딸이 중학교 졸업한 것요. 빨리빨리 커줘 고마워요.(웃음)"
jeigu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