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한가운데에서 납치되듯 구급차에 실리는 한 여자. 끌려온 곳은 차갑고 어두운 기운이 가득한 정신병동이다. 재갈 물려진 여자의 눈빛은 공포감으로 가득하다.
이 모습 자체로 소름이 돋는다. 영화 '날, 보러와요'(감독 이철하)다. 이 여자가 강예원이라는 배우라고, 현실이 아닌 영화라고만 생각할 수는 없다. 충격적 사건을 모티프로 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유산을 물려받으려고 또는 위자료 때문에 어머니 혹은 전처를 강제로 정신병원에 보낸 뉴스가 전해지기도 했다. 정신보건법 제24조에 따르면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와 정신과 전문의의 의견이 있으면 누구든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시킬 수 있다. 살 떨리는 내용이다.
'날, 보러와요'의 초반 강렬함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이어진다. 탈출하려 하지만 절대 빠져 나갈 수 없는 공간으로 그려진 정신병동은 지옥 같다. 병원장 역할의 배우 최진호가 선보이는 악랄한 연기도 혀를 차게 한다. 결말의 반전도 나름대로 신선하다.
정신병원 감금 사건에 살인 사건을 접목해 관객의 관심을 극대화한 것도 흥미로운 설정이다.
시사프로그램 채널Y '추적24시' 간판 PD 나남수(이상윤)는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 정신병원에 납치 감금된 강수아(강예원)의 존재를 알게 되고 이 이야기를 추적한다. 강수아는 정신병원에 갇혀 있다가 원인모를 화재로 간신히 풀려나고, 같은 날 아빠인 강병주 경찰청장(지대한)을 죽여 현장에서 체포돼 구속된 상태다.
강수아의 이야기는 나 PD의 프로그램을 통해 재연되고, 영화는 실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진실을 찾는 쪽으로 향한다. '추적24시'를 위해 이야기를 찾아가는 나 PD와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는 강수아의 시선이 교차하면서, 관객의 몰입도와 궁금증이 높아질 만하다.
강병주 청장이 막대한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병원장과 짜고 의붓딸을 정신병원에 넣었고, 아내마저 죽인 것이라는 예상 가능한 결론에 나 PD가 관객을 끌고 도달할 때쯤 숨겨진 이야기가 얼굴을 드러낸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복선을 깔아놓았지만 그걸 알아차리긴 그렇게 쉽진 않다. 퍼즐을 맞추면 답이 나오는데 그 연결고리를 이해하려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경찰청장이 너무 허술해 보이는 건 단점이다. 정복을 입고 사적으로 혼자 돌아다니는 경찰청장은 현실에서는 거의 없다. 촘촘하게 채운 느낌이 아니기에 설득력이 떨어져 아쉽다.
강예원의 연기는 칭찬할 만하다.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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