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파네스의 신화에 따르면, 오래전 우리는 남자와 여자로 갈라지기 전 하나의 쌍으로 이루어진 완성체였다고 한다. 세 가지의 성이 있었던 셈인데, 즉 소년과 소년이 하나로 붙어있는 ‘태양의 아이들’과 소녀와 소녀가 붙어있는 ‘땅의 아이들’, 그리고 소년과 소녀가 하나로 붙어있는 ‘달의 아이들’이 있었단다.
하지만 완성체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인간의 능력에 위협을 느낀 제우스 신이 번개로 그들을 둘로 갈라 내 버렸고. 서로 떨어지게 된 인간들은 자신의 반쪽을 찾아 완성된 하나를 이루기 위해 끝없는 열망을 지니게 됐다. 그것이 바로 사랑. 그래서 신화에서 사랑은 잃어버린 반족과 다시 결합해 오래전 그 행복한 상태로 다시 돌아가려는 열망으로 묘사되고 있다.
“나를 기억해 두 개로 갈라진 후, 너는 나를 보고 나는 너를 봤어 널, 알 것 같은 그 모습 왜 기억할 수 없을까…오랜 옛날 춥고 어두운 어느 밤, 신들이 내린 잔인한 운명. 그건 슬픈-얘기 반쪽 되어 외로워진 우리 그 얘기 -THE ORIGIN OF LOVE 중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사랑을 부르짖는다. 웃고 또 울며, 절규하고 농을 던지면서도 ‘헤드윅’을 에워싸고 있는 테마는 오로지 ‘사랑’이다. 그리고 그 믿음은 그를 진정 자유롭게 만든다.
“남김없이 모든 걸 주고 따뜻한 온기를 불어, 차가운 도시를 녹인 아름다운 너, 이제는 받아들여 보아요 당신 존재의 이유를, 두려워 말고 건너요 -WICKED LITTLE TOWN [REPRISE] 중에서..”
‘사랑’에도 자격이 있는 걸까? ‘헤드윅’을 보는 내내 머릿속엔 원초적인 질문들로 가득 해진다. 그인지 그녀인지 정확히 칭할 수 없지만, ‘헤드윅’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그 정의가 얼마나 의미 없는 것인지를 깨닫게 한다. 그리고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님을, 선입견이 가진 무시무시한 폭력을 알게 된다.
“운명이 널 시험해도 힘들어하지 말고 헤쳐 나가길, 미움과 증오에 지쳐 원망과 좌절에 빠져 뜨겁고 차가운 바람 세차게 몰아쳐, 길잃고 해매는 당신 따라와 나의 속삭임 -WICKED LITTLE TOWN 중에서..”
매번 뮤지컬 ‘헤드윅’이 공연될 때마다, 관객들이 미친 환호를 부르는 건 이 때문이다. 비단 스타 캐스팅이나 화려한 퍼포먼스 덕이 아니다. 겉은 화려하지만 꽉 찬 속. ‘헤드윅’의 몸짓, 이야기는 자극적이고 때론 우스꽝스럽기까지 하지만 그 이면에는 원초적이고 근원적인 심오한 메시지가 있다. 그 어떤 자격도, 경계도 있어서는 안 될 ‘사랑’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우리가 겪었던, 혹은 지금도 겪고 있는 ‘동-서(남-북)의 분리, 억압-자유의 분리, 남-여의 분리, 이성애자-동성애자의 분리, 나-너의 분리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 그 반쪽을 찾아 나서 이해하고 결국 하나 되어가는 과정이 우리의 인생이 아닐는지.
한편, 국내에서 ‘헤드윅’은 2005년 서울 초연을 시작으로 10주년 공연까지, 총 9번의 시즌이 성공적으로 공연됐다. 국내
조승우 윤도현 조정석 변요한 정문성이 출연,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5월 29일까지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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