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최윤나 기자]
1. 배우가 된 계기
흔히 연기를 준비하시는 분들은 입시를 통해서 대학교에 가시잖아요. 그런데 전 고등학교 때부터 한 건 아니었고, 처음 입학은 체육과로 입학을 했다가 전과를 한 거였어요. 1년 동안 체육과를 다니다가 2학년 때 전과해서 연기과에 가게 된거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확실한 계기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어렸을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거나, 그런 게 계기가 아니었고요(웃음). 대학교 수업 내용에서 일주일에 한 번 대학로 연극을 보고 연기에 대한 걸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새롭다는 걸 느끼면서 점점 호기심이 생겼어요. 20살 때 저는 이렇다할 꿈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약간 충동적으로 연기를 해봐야겠다고 과를 옮겼던 것 같아요.
처음 가서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어려웠어요. 입시를 해서 (대학교에서) 연기를 시작한 친구들과는 다르구나 싶었죠. 처음에는 사실 그런 것들이 제가 연기를 하는데 있어서 단점으로 작용하겠구나 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그런 시스템에 노출되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연기 입시제도라든지, 그런 대학에 가기 위한 연기 수업들이 좋은 방향이 아니라고 생각을 해서요.
2. 연기란?
굉장히 광범위한 것 같은데요(웃음), 일단 제가 추구하는 연기는 항상 저에게서 발현되는 것 같아요. 저와 떨어진 부분들도 있겠지만, 일단 저에게서 나오는 거고 제가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이죠. 배우들 중에서 연기를 크게 나누자면 두 가지인데, 이 역할 저 역할 왔다갔다가 잘 돼서 어떤 역할도 표현할 수 있는 배우와, 자신의 모습을 캐릭터에 투영시켜 어떤 캐릭터가 어떤 모습을 가지고 있던지 자신의 모습을 넣어서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때 저는 후자에 가깝죠. 제가 연기를 하는 이유가 저를 표현하기 위해서도 있고, 연기를 하면서 절 더 사랑하게 돼서도 있거든요.
3. NO.1 영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감독이 다르덴 감독이에요. 그 중에서도 영화 ‘자전거 탄 소년’을 가장 인상 깊게 봤죠. 다 좋아하는데, ‘로제타’(1999)라는 영화를 좋아해요. ‘로제타’의 여주인공이 비전문 배우인데, 그 영화에서 처음 캐릭터를 표현한 게 저에게는 충격이었어요. 연기를 배우지 않은 사람인데 말이에요. 제가 입시 제도를 연연하지 않게 된 것도, (이 영화를 통해) 연기를 형식적으로 배워야지만 사람들에게 감정을 주는 게 아니구나를 깨달았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 두 영화를 좋아해요.
세 편을 꼽자면 ‘러브레터’를 포함시키고 싶어요. 제가 좋아하는 영화를 주구장창 보는 사람이 아니라서 그걸 잘 못해요. 영화를 봤을 당시 좋았던 감정을, 또 다시 그 영화를 봤을 때 못 느끼게 되는 게 두려워서요. 근데 ‘러브레터’는 볼 때마다 다른 감정이 들어오고, 다 좋은 방향이라서 (여러 번 보는) 유일한 영화에요.
4. 롤모델
롤모델에 대해 생각을 안 해봤다 기 보단, 앞으로 저의 연기생활을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일부러 롤모델을 정하지 않았어요. 좋아하는 배우는 있지만, 닮고 싶거나 저 사람처럼 연기하고 싶다는 것은 일부러 안 만들었어요. 그게 가능한 건지도 모르겠고요. 저만의 색이 뚜렷한 배우가 되고 싶지, 누구를 롤모델로 삼아서 어떻게 연기를 해야겠다 그런 건 없어요.
5. 탐나는 캐릭터
어떤 영화의 어떤 역할이라기 보단, 제가 인상 깊게 봤던 ‘폭스파이어’(2012)라는 영화가 있는데 그게 여자 아이들이 떼로 나오는 영화였어요. 지금 영화 시스템 안에서, 여성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영화들이 많이 없다고 생각해요. 너무나 부수적으로, 도구적인 면이 많이 있는 것 같은데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나오면서 자기들만의 스토리를 이끌 수 있는 영화를 해보고 싶어요.
제일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하는 사람이 배우라고 생각해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이기 위해 연기를 하는데, 목소리를 감추고 있으면 그것부터가 거짓된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제가 대단한 위치에 있는 사람도 아니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제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죠.
6. 이상형
이상형을 정의 내리진 못하겠는데, 주위 친구들이 말해주는걸 예로 들게요(웃음). 굉장히 개성이 뚜렷하고, 자기만의 색이 강한 사람을 만난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일단 외형적인 기준은 없어요. 키가 작아도 상관없고, 외형적인 것보다는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제일 애매한 말이지만, 봤을 때 좋아하는 게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연애를 할 때는 제가 보듬어주는 걸 좋아해요. 제가 보호받는 것도 좋지만, 그것보단 제가 안아주고 표현하는 걸 좋아하죠. 너무 잘나고 모자람 없어서 ‘저 사람은 내가 없어도 잘 살 것 같은 사람’이 아니라, ‘제가 없으면 못 살 것 같은 사람’이요.
7. 미래
사실 제가 몇 살까지 연기를 할지 모르겠어요. 즉흥적이고 충동적이라서요(웃음). 연기를 시작하게 된 것도 충동이 없지 않아 있었고, 전 지금 제가 뭘 하고 싶냐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지금은 연기를 하고 싶어서 그걸 하고 있고, 연기는 이미 저에게 정말 중요한 의미거든요. 이거 말고 다른 일은 생각조차 안 하고 있고요.
몇 십 년 후 미래까지 계획하고 있다거나,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에요. 근데 하는 데까지는 하려고요. 흥미를 느끼고, 지금은 이것 때문에 살 수 있는 동력이 돼서요. 원대한 꿈은 없고, 소소해요. 죽을 때까지 하기 싫은 일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힘든 것보단 행복을 찾으면서 살려고요(웃음).
◇ 영화 ‘인류의 영원한 테마’ 비하인드
그 영화에 대한 애정이 많아요. ‘인류의 영원한 테마’의 연출을 맡은 김현준 감독이 실제로 친한 오빠인데, 그래서 작업을 하는 데 제가 그동안 해보지 못한 것들을 가감 없이 표현할 수 있었어요. 공예리라는 캐릭터는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땐 어떻게 하면 이 캐릭터를 매력적이게 할까 고민을 했어요. 그 당시 영화 촬영 기간이 길어졌었는데, 긴 시간 동안 캐릭터를 안고 있다 보니까 저와 접점이 많이 생기더라고요. 제가 표현해낼 수 없던 감정도 이해하고요. 영화가 얼마 전에 시사회를 했는데, 제 1년이 담겼던 작품이라 새롭더라고요. 벅차고 마냥 행복했어요.
↑ 사진=이현지 기자 |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