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훈 기자] 개그맨 장동민이 또 구설에 올랐다. 이미 한 차례 말 때문에 홍역을 치렀던 그가 왜 그랬을까.
장동민은 지난 3일 방송된 tvN 예능프로그램 ‘코미디빅리그-충청도의 힘’에서 조숙한 어린이 역을 맡아 다른 친구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그는 편부모 가정 친구가 장난감을 자랑하자 “오늘 며칠이냐. 쟤네 아버지가 양육비 보냈나 보다” “너는 얼마나 좋냐. 생일 때 선물을 양쪽에서 받는다. 이게 재테크다”라고 말해 이혼가정 자녀 조롱 논란에 휩싸였다.
이 장면이 논란이 되자 ‘코미디빅리그’ 제작진은 “시청자 여러분께 불편함을 드린 점 사죄한다. 본 코너로 인해 상처를 받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모든 건 제작진의 잘못이며, 제작진을 믿고 연기에 임한 연기자에게도 사과의 말을 전한다”고 공식 사과문을 내놓았다.
비난이 더욱 거센 이유 중 하나는 장동민의 발언이 논란이 된 것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서 그는 팟캐스트 방송 ‘옹달샘의 꿈꾸는 라디오’(이하 ‘옹꾸라’)에서 “여자들은 멍청해서 안 된다”는 여성 혐오발언과 삼풍백화점 사고 생존자를 ‘오줌 먹는 사람들 동호회 창시자’라고 말해 논란을 샀다. 이는 장동민을 비롯한 옹달샘에게 큰 타격을 줬고 결국 기자회견을 열어 공식 사과까지 했다.
장동민은 자숙 대신 더 많은 활동으로 대중과의 벽을 다시 한 번 허물어나갔다. tvN ‘더 지니어스: 그랜드 파이널’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뇌섹남’ 이미지를 얻었고 ‘코미디빅리그’에서 지속해서 얼굴을 내비치며 후배를 도왔다. 가수 나비와 공개 열애를 시작하며 괴팍하다는 인식을 지워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 발목을 붙잡았다.
장동민을 이해하려면 ‘옹꾸라’ 출연 당시에 대해 이야기 할 필요가 있다. 장동민을 비롯한 옹달샘 멤버들은 ‘옹꾸라’를 진행하며 다소 과격한 발언을 할 때마다 “희화화”라는 측면을 강조했다. 편부모 가정에서 자란 유세윤과 유상무는 서로에게 “어머니가 없다” “아버지가 없다”며 짓궂은 장난을 했다. 장동민은 가정 폭력과 관련된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나는 안 그럴 거다”라고 응했다.
↑ 사진=MBN스타 DB |
단점을 드러내고 이를 희화화시켜 긴장감을 해소했다. 서로가 가진 상처를 잘 알았고 이를 재미요소로 만들었던 그들은 일종의 해방감을 느꼈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스로가 해방감을 느꼈고 청취자도 호응했다. 장동민은 이를 통해 ‘장애와 편부모 가정도 개그소재가 될 수 있다’는 잘못된 신념을 가진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대중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또한, 모든 장애인과 편부모 가정이 스스로를 개그 소재가 되기를 원치는 않을 것이다. ‘희화화’와 ‘조롱’은 이를 받아들이는 대상이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장동민의 ‘희화화’를 ‘조롱’으로 받아들일 여지 역시 충분했다. 차별 없는 가정을 위한 시민연합에게 그의 개그는 희화화가 아닌 조롱이었다. 또 희화화는 자신을 소재로 해야한다. 장동민이 했던 것은 ‘조롱’이 맞았다.
장동민이 ‘충청도의 힘’을 통해 누군가의 불행을 희화화 시키려고 했다고 이해할 순 있다. 하지만 이해가 용서를 낳진 않는다. 장동민은 조금 더 세심했어야 했다. 이미 한 차례 구설수에 올랐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어야 했다. 그에게 남은 것은 진심 어린 사과와 무너진 신뢰를 쌓는 일이다.
유지훈 기자 ji-hoon@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