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윤아 기자] 사랑을 빙자한 데이트 폭력은 명백한 범죄행위지만, 좀처럼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9일 오후 방송된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데이트 폭력’으로 신체적, 정신적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들 이야기가 그려졌다.
이날 피해자는 “폭력을 하고 난 다음에는 너무 잘해준다. 그리고 사과를 하면, 피해자 입장에서는 내가 보듬어주면 변할 거란 믿음을 갖는다. 그런데 이 폭력성은 절대 변하지 안는다”고 말했다.
박동현 심리 전문가는 “피해자는 ‘다시 그러지 않겠지’라고 하는 신뢰를 가질 수 있다”며 “그러나 신체적 폭력이 한 번에 나오지는 않는다. 누구랑 통화했는지 확인하고 이성을 못 만나게 하고 동성 친구도 못 만나게 하고, 상대방을 통제하려 하는 등, 피해자들 대부분 연인의 심한 집착을 용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 사진=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
24시간 캠을 집에 두고 감시하는 남자친구도 있었다.
한 피해자는 “남자친구의 의심을 해소해주기 위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했다”며 “급기야는 너를 못 믿겠으니 차용증을 쓰라고 하더라”고 털어놨다.
이어 “가짜 차용증까지 써줬다. 차용증을 쓰고 연애했던 그 기간 동안에 계속된 자살 협박까지 있었다. 실제로 천만원을 달라고도 하더라. 그래서 빌리지도 않은 돈 천만원을 주고 나서야 이별을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끝으로 “많이 이해는 안 될 거다. 근데 그 논리에 종속되면, 어쩔 수 없다. 극복할 줄 알았는데, 달라질 줄 알았는데, 이 사람은 정말 선을 넘은 사람이구나 싶더라”고 후회의 말을 남기기도 했다.
한 때 사랑했던 연인을 경찰에 신고하는 일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게다가 폭행 목격자도 이를 외면한다. 그래서 피해자들은 굴레에 벗어나기 힘들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이에 ‘그것이 알고 싶다’측은 “데이트 폭력,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사랑하는 사이에서 있을 법한, 과격한 사랑싸움으로만 바라본다”며 현 상황에 대해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천정아 변호사는 “피해자가 반쯤 죽어야, 진짜 죽어야 사건으로 다뤄진다. ‘내가 싫다고 해도 억지로 당했다’고 해도, 이건 사건으로 다뤄지지 않는다. 공감이 부족한 것 같다. 초기 단계에서 벗어나야한다”고 말해 아쉬움을 자아냈다.
또한 한 전문가는 “폭주하면 이 폭주하는 기차를 멈출 수 있는 방안이 있어야 한다. 강력히 막는 법적 제제나 교육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그것이 부족하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데이트 폭력 피해자들의 절규는 어제 오늘이 아니지만, 강력범죄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좀처럼 해결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윤아 기자 younahkim@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