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개콘 이병원’ 이세진이 이병헌 패러디로 ‘대세’가 됐다.
KBS2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의 ‘1대1’ 코너에서 ‘이병원’으로 등장하는 이세진은 “장난 나랑 지금 하냐”라는 유행어로 인기 몰이 중이다. ‘개콘’에서 ‘힙합의 신’ ‘진지록’ 등에서 조금씩 얼굴을 알리던 이세진은 ‘이병원’ 캐릭터를 통해 비로소 존재감을 떨칠 수 있게 됐다. 우여곡절 많았던 개그맨 이세진에 ‘이병원’ 탄생 비화부터 개그맨으로서의 삶까지 전부 물었다.
↑ 사진제공=KBS |
Q. 최근 ‘이병원’ 캐릭터가 핫한데, 인기 실감은 하나.
A. ‘핫’하지 않고 ‘미지근’한 것 같은데.(웃음) 코너를 한지 두 달 정도 됐는데 식당 같은 곳에서 유행어를 따라하는 분들이 있더라. 하지만 그 분들은 저를 눈앞에 두고 못 알아보신다. ‘이병원’을 위해 가발을 쓰고 분장을 해서 그런 것 같다. 당사자가 옆에 있는데 유행어를 따라 하시면서 ‘이거 웃기더라’하고 말씀하시는 걸 보면 감사하기도 하고 못 알아봐주셔서 서운하기도 하다.(웃음)
Q. ‘이병원’ 캐릭터를 하게 된 계기는?
A. 처음에 ‘1대1’ 코너를 하게 된 건 류근지 선배님 덕분이다. 신인들한테 재밌는 캐릭터를 짜오라고 한 후 하나하나 검사를 하고, 수정해주셨다. 그 중에 재밌는 캐릭터를 추려서 ‘1대1’ 코너를 만들어주신 거다. 그 중에 살아남은 게 ‘이병원’이었다.(웃음)
‘이병원’ 캐릭터를 하게 된 계기는 전부터 주변에서 제가 이병헌 씨를 닮았다는 이야기를 했다.(웃음) 저도 말하긴 쑥스러운데 하관 부분이 좀 비슷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참고만 하고 있었는데 영화 ‘내부자들’이 나왔고, 그걸 보면서 ‘닮았다고 하니 패러디를 한 번 짜볼까’ 싶더라. 특히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 잔 하자’는 대사가 굉장히 임팩트가 있지 않았나. 그래서 ‘엿 가서 울릉도 먹자’는 식으로 단어를 좀 바꿔봤더니 재밌는 대사들이 많이 나왔다.
‘이병원’ 캐릭터를 만드는 것은 사실 몇 분 안 걸렸다. ‘이게 먹힐까’ 싶긴 했지만 캐릭터는 한 번 잡으니 대사들이 술술 나오더라. 지금 생각해봐도 참 신기하다. 원래 캐릭터를 엄청 오래 고민해서 만드는 스타일인데 ‘이병원’ 캐릭터는 그러지 않았다.
↑ 사진제공=KBS |
Q. ‘이병원’ 캐릭터가 이렇게 잘 될 줄 알았나. 배우 이병헌을 만나면 ‘이병원’ 캐릭터 덕분에 할 얘기도 많을 것 같다.
A. 이렇게 터질 줄은 몰랐다. ‘개콘’을 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웃기다 싶은데도 잘 안되는 코너가 있고, 애매했는데 ‘대박’ 나는 코너가 있다. 그래서 무대를 올라가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른다. 첫 방송을 보고 나서야 ‘좀 괜찮구나’ 싶었다. 다행히 ‘웃기다’는 반응들이 많아서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이병헌 씨한테는 정말 감사하다. 엄청 유명하신 분인데 제가 희화화를 시켰으니 만나 뵙기도 무서울 것 같고.(웃음) 왠지 실제로 만나면 ‘죄송합니다’부터 할 것 같다. 제가 패러디를 해서 재미없다고 욕을 먹었다면 엄청 걱정했을 텐데 욕을 먹는 수준은 아니라 다행이다. 영화 ‘내부자들’도 감사하고, 이병헌 씨한테도 감사하다.(웃음)
Q. ‘이병원’을 맛깔나게 살리는 비법은?
A. 제가 좋아하는 선배 코미디언 중 한 명이 지상렬 선배님이다. 지상렬 선배님은 실제로도 저를 많이 챙겨주시 분인데, 평소 ‘언어 개그’로 유명하신 분이다. 전화 통화를 하면서도 ‘너 스피커가 몇 개야(주변에 몇 명이야)’ ‘너 홍대로 센터링해(홍대로 와)’ 이런 말들을 하신다. 듣고 있으면 엄청 웃기다. 언젠가는 이런 개그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개그를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코너에 반영이 됐다. 톤 자체도 지상렬 선배님의 특이한 ‘톤 꺾기’를 최대한 과하게, 과장 되게 첨가시켰다. 개그는 ‘누가 살리냐’ ‘코너가 얼마나 재밌냐’ ‘캐릭터의 타이밍’ 삼박자가 맞아야 터지는 거 같다. 사실 ‘이병원’을 조금만 더 늦게 시작했으면 이렇게 캐릭터로 자리도 못 잡았을 것 같다. 영화가 화제가 될 때 제가 ‘잘 묻어가서’ 캐릭터를 잘 살릴 수 있게 된 것 같다.(웃음)
↑ 사진제공=KBS |
Q. ‘1대1’에 최근에 개그맨 이상훈이 새롭게 등장해 ‘강적’이 됐다. 위기감은 없나.
A. 위기감이라니.(웃음) 그런 건 전혀 없다. 이상훈 선배님께 정말 고맙다. 이상훈 선배님께서 우리들과 시너지를 내주셔서 코너를 풍성하게 하고 퀄리티를 높여준 것 같다. 캐릭터들 간의 콜라보가 가능해졌고, 서로 힘을 받아서 코너가 더 잘 자리를 잡게 됐다.
솔직히 말하면 코너에서 주목을 받게 되니 부담감이 생기긴 했다. 다른 캐릭터들이 말하고 나면 제가 끼어들고 하는 식으로 진행을 해야 했다. 하지만 이상훈 선배가 들어오고 나서는 제가 굳이 안 끼어들어도 코너가 풍성해지고 할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니까 부담이 줄었다. 전 너무 ‘환영’이다.
이상훈 선배님과 더불어 유민상 선배님께도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은데, 바쁘신 와중에도 시간을 쪼개 저희가 맞춰보는 걸 다 보고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신다. 사실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코너도 많기 때문에 자신이 ‘받쳐주는’ 코너에 신경써주기 쉽지 않다. 늦게라도 오셔서 함께 해주시는 게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Q. 전에는 ‘진지록’ ‘힙합의 신’ 등에 출연하다 ‘1대1’의 ‘이병원’ 캐릭터를 통해 비로소 자신의 이름을 알리게 됐다. 어떤가.
A. 제가 개인적으로 꼭 언급하고 싶은 코너는 바로 ‘진지록’이다. 정말 제겐 감사한 코너다. 김준호, 정명훈이란 대선배님들과 재가 어떻게 같이 개그를 할 수 있겠나. 선배님들께서 제가 편하게 개그할 수 있도록 독려해주셔서 자신감도 많이 찾았고, 선배님들의 그 ‘내공’을 배웠다.
특히 그 코너는 애드리브가 정말 많다. 신인인데 감히 애드리브를 어디서 그렇게 자유롭게 해보겠나. 무대 위에서 즉석으로 짤 때도 있고, 정말 대본대로 안 간다.(웃음) 그런 센스도 많이 배웠고, ‘개콘’의 ‘터줏대감’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것만으로도 기를 많이 받았다.
↑ 사진제공=KBS |
Q. 2007년 SBS에서 데뷔해 MBC를 거쳐 비로소 KBS에 정착했다. 연차로만 따지면 신인이 아닌데 억울할 법도 하다.
A. 전 이제 ‘개콘’에 뼈를 묻을 거다.(웃음) 2007년 SBS에서 ‘웃찾사’로 데뷔했는데 ‘웃찾사’가 막을 내렸고, MBC ‘하땅사’로 갔는데 두 달인가 하고 프로그램이 없어졌다. KBS 공채 시험을 도전했다가 떨어져서 졸지에 갈 곳이 사라졌다. 그래서 군대를 다녀와서 다시 KBS 공채에 도전, 합격했다.
원래는 서태훈 선배와 대학 동기인데, KBS에서 선후배로 만났다. 지금은 깍듯하게 하고 있다.(웃음) 개인적으로 연차, 깃수 이런 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시청자들은 연차, 깃수 이런 걸 알아주진 않는다. 억울할 것도, 신경쓸 것도 없다. 신인으로서 열심히 하면 된다.
개그를 하고 싶은데 자꾸 프로그램이 문을 닫으니 방황을 많이 했다. 힘들었던 시간 때문에 내공이 생겨서 좋은 결과를 얻게 된 거라 생각한다. 어렸을 때부터 꿈이 코미디언이었고, 코미디를 하려고 서울예대 연극과에 입학해 개그동아리에 들었다. 그렇게 배우고 버텼는데 포기할 순 없었다. 해놓은 게 아ㄲㆍㅂ기도 하고, 할 수 있는 게 코미디 밖에 없었다.
누군가가 ‘10년 하면 된다’고 하던데, 사실 그게 거짓말인 줄 알았다.(웃음) 그런데 제가 본격적으로 코미디언이 된 게 얼추 10년이 된다. 버티면 누구든 된다고 했는데, 저도 그냥 버틴 것밖에 없는 것 같다.
↑ 사진제공=KBS |
Q. 앞으로 어떤 개그맨으로 남고 싶나.
A. 개인적으로는 그냥 ‘웃긴 개그맨’이 되고 싶다. 오그라드는 말이지만, ‘개척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욕심으로는 정말 하고 싶은 게 많다. 영화, 뮤지컬, 음악, 예능에 다 도전하고 싶다. 시켜만 주신다면 정말 열심히 할 거고, 잘 할 자신도 있다.
제가 전에 힙합을 한 적도 있었다. 그래서 개그와는 별개로 정말 래퍼로 도전을 해보고 싶기도 하다. ‘힙합의 신’은 개그에 음악을 가미한 느낌이라면, ‘위트’ 정도로만 입힌 음악을 해보고 싶기도 하다. 개그맨으로서 이 분야, 저 분야를 하는 게 아니라 각 분야를 구분해서 진지하게 임해보고 싶다. 물론, 그 전에 본업인 개그맨으로서 충실할 거다. 개그 무대에선 무조건 ‘웃기고 싶다’.
개그맨 이세진은 1987년 5월12일 생으로, 서울예술대학 연극과를 졸업했다. 2007년 SBS ‘웃찾사’로 데뷔, MBC ‘하땅사’를 거쳐 KBS 29기 공채 개그맨으로 ‘개콘’에 입성했다. 2015년 KBS 연예대상 코미디부문 남자 신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