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손진아 기자] 배우 김성오에게 영화 ‘널 기다리며’(감독 모홍진)는 자신이 영화를 더욱 사랑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해준 작품으로 기억된다. 배우로서 새로운 도전이 필요했던 작품이었고, 더 섬세하고 한층 강렬해진 연기를 관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빠를 죽인 범인이 세상 밖으로 나온 그 날, 유사 패턴의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15년간 그를 기다려온 소녀와 형사, 그리고 살인범의 7일간의 추적을 그린 스릴러 ‘널 기다리며’에서 김성오는 연쇄살인범 기범 역을 맡아 극의 서늘한 분위기를 이끌어간다.
“시나리오를 읽고 희주의 대사 중 ‘악이 승리하기 위한 조건은 단 한 가지인 것 같아요. 선한 사람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는 대사가 정말 좋게 와 닿았다. 나도 만약 희주의 입장이 되면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느 누구나 그런 감정이 들지 않을까 싶다. 그걸 이성으로 컨트롤 하는 것뿐이지 만약 그 상황이라면 그런 희주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김성오는 연쇄살인범인 기범에 대해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굉장히 다른 생각을 갖고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연쇄살인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에, 뇌구조가 다를 것이라 생각했고, 우월감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이라 풀이했다.
“모든 사람에게는 우월감이라는 게 있다. 만약 한 사람이 어떤 프로젝트를 맡아서 회사에 이득을 남겼다고 한다면 거기서 나오는 성취감과 우월감이 생긴다. 그런 우월감이라는 게 기범한테는 살인으로 대변돼 나왔던 것이고 그게 성취감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기범이 최초의 살인을 저질렀는데 아무도 잡지를 못한다. 그러다 보니 ‘이것봐라, 재밌네’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러면서 또 살인을 반복한다. 일반 사람들이 자신을 잡지 못하다보니 ‘난 정말 우월한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런 걸 기초화해 우월감에 휩싸여 사는 기범을 필두로 두고 표현하려고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김성오표 연쇄살인범 기범은 등장만으로도 서늘함을 자아낸다. 특히 그는 조금 더 입체적인 캐릭터로 기범을 만들기 위해 72kg에서 56kg까지 체중을 감량했다. 날카롭고 예민한 기범을 표현하는데는 앙상한 몸매가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싶었던 게 그의 설명이다.
“시나리오 자체에서 굉장히 마른 아이라고 설명된 건 아니다. 시나리오에 나와 있는 행위와 대사들을 맞춰 합리화 시켜야하는데 기범이를 표현함에 있어서 표면적인 부분은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수염은 있을까, 안경은 꼈을까 등의 고민하던 찰나에 감독님이 크리스찬 베일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살을 빼보면 어떻겠냐고 하더라. 괴기하게 마른 판타지적인 몸을 기범이에게 입히면 기범이를 표현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 기범이는 오랜 기간 동안 감옥에 있지 않았나. 우월감 있는 애인데, 누가 제보해서 감옥에 들어가 있었다. 기범은 그 상황이 억울해서 마음 편하게 밥을 먹고 그러진 않았을 것 같았다.”
노력 끝에 완성한 기범의 몸은 근육 조감도를 연상시키는 앙상한 몸매였다. 김성오는 표면적으로 입체적인 캐릭터를 완성함과 동시에 자신의 캐릭터를 관객들에게 매력적으로 어필하고 싶었다.
“다이어트를 하면서 목표로 설정해 둔 건 기범의 괴기한 몸을 보여주자는 거였다. 촬영 전에는 희대의 살인마 등의 자료를 보고 그들이 여성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기범의 우월감에 기초를 표현하고 싶었다면 한편으론 살인검 기범이 100명의 관객 중 1명에게는 매력적이게 다가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센 역할만 들어오는 것에 대한 고민을 덜어낸 김성오는 이젠 배우를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했다. 특히 ‘널 기다리며’에 대해서는 “내가 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갈망하고 살아왔고, 배우가 됐다. 어떻게 보면 내가 꿈꿔왔던 배우, 내가 사랑했던 배우라고 생각했던 것보다 영화를 더 사랑하고 있었구나를 느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배우의 길을 꾸준히 걸어올 수 있었던 그만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김성오는 “꿈이 배우였고 지금은 배우가 됐다. 그리고 배우 김성오가 생각하는 또 다른 배우의 꿈이 있지 않나. 그 목표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거기까지 힘차게 달려가야 할 시기이고, 달려가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