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최근 방송계에서는 특정 직업군을 다루는 드라마 작품이 쏟아지고 있다. KBS 2TV '동네변호사 조들호'와 tvN '기억'은 남자 주인공이 변호사로 활약하는 것을 그리면서도 그들을 되돌아보게 했다.
'동네변호사 조들호'에서는 조들호(박신양 분)가 건물주의 횡포로 퇴거 압박을 받는 할매 감자탕집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
조들호는 자신을 밑바닥까지 끌어내린 계기가 된 3년 전 노광수 사건의 진범 마이클 정과 다시 만났다. 그가 건물주로 지역 상인들을 내쫓으면서 악연이 이어지게 된 것이다.
조들호는 옥상 난간에서 마이클 정의 멱살을 잡고 약자의 편에서 열변을 토했다. 다소 과장된 장면이었지만, 시청자들은 이를 통해 통쾌함을 맛봤다.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변호사와 법정을 다루고 있지만, 웹툰이 원작이라는 특징을 살려 각 장면을 코믹하게 풀어내고 있다. 박신양의 능청스럽고 뻔뻔한 연기가 버무려져 '월화극 시청률 1위'라는 성적을 냈다.
웃음이 끊이지 않은 작품 속에서도 '변호사'라는 직업에 갈등하는 인물이 있다. 국내 대형로펌 금산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인 이은조(강소라)다.
그는 과거 어머니가 운영 중인 식당이 강제 퇴거한 아픔을 간직한 채 마이클 정의 편에 섰다. 그러나 감자탕집의 일손을 돕는 등 진심까지 가릴 수는 없었다.
조들호와 이은조는 윤리적 판단은 뒤로 한 채 소송 당사자의 대리인으로 활동해야 하는 변호사의 이상과 현실을 보여줬다.
'동네변호사 조들호'가 가벼운 터치로 변호사를 그리는 반면, '기억'은 아들을 잃은 아픔에서 허우적대는 변호사 박태석(이성민)을 담아냈다.
박태석은 나은선(박진희) 사이에서 낳은 아들 동우를 뺑소니 사고로 잃고, 서영주(김지수)와 재혼했다. 소송에서의 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던 그는 결국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았다.
기억을 점차 잃어가는 박태석은 그동안 아들의 죽음 때문에 가슴 깊이 묻어놨던 인간성과 가족애를 찾아갔다. 머리가 죽어갈수록 가슴은 뜨거워진 것이다.
성공한 변호사인 박태석에게 알츠하이머와 함께 한국그룹 계열사 부사장인 신영진(이기우)가 삶에 끼어들었다. 돈과 권력을 쥔 그는 박태석에게 지저분한 상황들을 정리하도록 요구했고, 박태석은 갈등했다.
대리인의 승소를 위해 싸워야 하는 변호사의 갈등을 잃어가는 기억
'동네변호사 조들호'와 '기억'은 상대와 법정에서 팽팽하게 맞서는 것에 초점을 맞춘 법정 드라마는 아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진 인간이 갖는 갈등과 상실을 표현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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