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훈 기자] 자숙했던 연예인의 가장 자연스러운 복귀는 무엇일까. 케이블 방송 예능프로그램을 보면 알 수 있다.
최근 예능프로그램에서는 셀프디스를 심심찮게 만나볼 수 있다. 단순히 자신의 외모를 웃음거리로 만들거나 이혼, 파산을 언급하는 정도가 아니다. 마약은 물론, 욕설 논란, 음주운전, 도박까지 허용되고 있다.
신동엽은 2013년 3월 방송된 tvN 예능프로그램 ‘SNL코리아’(이하 ‘SNL’)에 출연해 ‘먹거리 X파일’코너에서 이엉돈 PD 역할을 맡았다. 그는 대마밭에 서서 “저도 참 좋아했는데요”라고 말한 후 “이런 것들은 모두 다 불태워야 해”라고 소리쳐 웃음을 자아냈다.
또 죄수들이 콩밥을 먹고 있는 교도소에서는 “여기 있는 콩밥, 저도 한 때 먹어봤는데요. 하지만 이젠 먹기 싫다. 못 먹겠다”고 자신의 과거 마약 혐의를 전면에 내세워 셀프 디스를 했다. 그의 이런 셀프디스는 당시 큰 화제가 됐고 ‘SNL 코리아’에서는 이후에는 셀프 디스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이런 ‘SNL’의 분위기는 많은 자숙 연예인들을 불러 모았다. 음주운전 후 자수해 물의를 빚었던 유세윤도 2개월여 만에 복귀해 ‘자수구찌쇼’라는, 제목부터 셀프 디스인 코너를 만들었다. 이 외에도 욕설 논란에 휘말린 예원-이태임을 포함해 곽한구, 김상혁, 이수근 등이 모두 이 프로그램을 통해 셀프 디스와 함께 얼굴을 내비렸다.
이상민은 셀프디스와 함께 Mnet 예능프로그램 ‘음악의 신’ 덕을 톡톡히 봤다. 과거 표절, 이혼, 도박 사이트 운영 혐의 등 그의 과거 논란은 모두 프로그램의 재미요소가 됐다. 이를 통해 대중의 날선 시선을 누그러뜨린 그는 tvN ‘더 지니어스’, Mnet ‘음담패설’, XTM ‘더 벙커’와 같은 케이블방송 예능프로그램을 종횡무진하며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여기에 ‘음악의 신’ 두 번째 시즌에서는 탁재훈이 복귀했다. 그는 시종일관 복권과 관련된 물건을 쥐고 조마조마 하는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또 다른 자숙 연예인인 신정환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웃음을 주려했다. 처음 논란과 우려에 비하면 현재 탁재훈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각도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셀프 디스는 대중에게 솔직함과 더불어 친근함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개그 소재적인 측면에서도 다소 높은 수위기 때문에 재미로 다가올 확률이 높다. 단점이 장점이 되는, 마법 같은 셀프 디스. 그러나 이 안에 숨어있는 부정적인 측면 역시 조금씩 커지고 있다.
‘셀프디스의 선구자’로 불리는 신동엽의 경우, 10년도 더 넘은 자신의 흑역사를 개그요소로 만들었다. 때문에 그의 셀프 디스는 불편하지 않았다. 이전에 진정성 있는 사과를 했고 이후 오랜 기간 대중과 신뢰를 쌓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이들이 했던 셀프 디스 조금 다르다. 짧게는 2개월, 길어도 3년 이상의 자숙 기간을 가졌을 뿐이다. 아직 신뢰를 쌓지 못한 이들의 셀프 디스는 ‘구렁이 담 넘듯 복귀하려는 게 아니냐’는 대중의 쓴 소리를 들을 여지가 충분하다.
과한 셀프디스 역시 문제다. 곽한구는 자동차를 훔쳤던 혐의와 엮어 중고차 판매 사업을 시작해 화제가 됐다. 방송에 출연해서도 이를 언급하며 자신을 깎아내렸다. 하지만 이전까지 곽한구에 대해 웃어넘겼던 대중은 ‘개그공화국’ ‘SNL’ ‘미생물’ 등 그가 나오는 곳마다 셀프디스가 이어지자 진정성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이런 우려의 목소리에도 방송가는 자숙 연예인을 불러들이는 추세다. 능력 있는 예능인이 부족한 시점, 예능프로그램 제작진에게 베테랑 자숙 연예인은 성사만 된다면 최고의 카드다. 론칭 전부터 화제성을 얻을 뿐더러 프로그램을 이끌어줄 인물이 생기는 셈이기 때문이다.
유지훈 기자 ji-hoon@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